▲2020년 11월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는 타이거 우즈. 사진은 2019년 우승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구촌 최고(最高)의 골프 제전인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사상 최초로 11월(한국시간 13~16일)에 열린다. 

86년 전인 1934년 3월 2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첫 대회를 연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이듬해부터 매년 4월 둘째 주에 열려왔다. 2차 대전 중인 1943, 1945년 두 번을 빼고 대회를 이어왔다. 올 초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감염 사태로 4월 개최가 불가능해지면서 대회 개최가 무산될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개최 시기를 11월로 조정하면서 간신히 대회 취소를 면했다. 영국이 메이저대회 중 최고(最古)인 1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디 오픈을 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감안하면 마스터스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USGA(미국골프협회)의 열망을 읽을 수 있다.

‘명인 열전’ 마스터스는 골프선수라면 누구나 평생 한 번 참가하는 것을 최대의 영광으로 여기는 ‘꿈의 무대’다. 선수들은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 그린재킷을 입는 마스터스를 최고로 친다. 골프 팬들에겐 죽기 전에 한번 갤러리로 코스를 밟아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이기도 하다.
 
마스터스의 명성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를 만들어 이 대회를 창설한 ‘구성(球聖)’ 로버트 타이어 존스 주니어(Robert Tyre Jones Jr.: 1902~1971, 애칭 바비 존스)에서 비롯된다.

골프사가들은 주저 없이 그를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꼽는다. 당시 4대 메이저, 즉 미국과 영국의 오픈 및 아마선수권대회를 13회나 우승한 그를 ‘골프황제’ ‘구성(球聖)’이라고 칭송했다.

그의 기록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던가는 4대 메이저대회에 출전했던 기간은 겨우 13년, 그것도 9년은 고교와 대학시절로 평생 출전게임 52회 중 23회를 우승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지성파 골퍼로 유명했다. 1922년 미국 아마선수권 쟁취 후 하버드대학에서 영문학,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 에모리대에서 법률을 전공해 변호사자격까지 취득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독일어, 영국사, 독일문학, 고대문화사, 비교문학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의 골프전성기는 학업에 열중하던 시기와 일치, 운동과 학문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사진과 영화제작에도 깊이 빠져들었다. 그의 후손들은 그를 ‘르네상스적 인간’으로 정의할 정도다.

그는 1925년 US오픈에서는 골프사에 회자되는 일화를 만들어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차 선두를 유지, 우승을 목전에 둔 존스는 러프에서 어드레스 하는 사이 볼이 움직이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지만 경기위원회에 자진 신고했다. 이 사건을 두고 매스컴이 칭송하자 존스는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이다. 당신은 내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나를 칭찬하려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1930년 영국 오픈과 영국 아마선수권, 미국 오픈과 미국 아마선수권을 독차지하는 사상 초유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1930년 11월 28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금융계 친구 클리포드 로버츠와 함께 1934년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오거스타 내셔널코스를 만들어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개최함으로써 골프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육군 소령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 골프선수 못지않은 무공을 세웠다. 
그는 은퇴 선언 19년만인 1949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자신이 창설한 마스터스에 출전해 그린 자켓을 차지, 다시 한번 골프의 성인(聖人)임을 입증했다. 

▲2019년 4월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가 당시 16번홀 그린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4월의 마스터스’와 ‘11월의 마스터스’는 같을 수가 없다.

투명한 신록과 철쭉에 에워싸인 4월의 오거스타 내셔널GC는 무릉도원이다. 아름다운 코스지만 그 속엔 선수들의 절제와 인내 그리고 용기를 시험하는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주변을 에워싼 갤러리들은 코스의 일부로 녹아들어 완벽한 정적을 보이다가 일순간 환성과 탄식을 토해낸다. 선수, 갤러리, 코스가 어울려 마블링과 같은 기상천외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11월의 오거스타 내셔널코스는 전혀 다른 세계다.

4월의 평균 기온이 섭씨 21~28도인 데 비해 11월엔 5~15도로 낮다. 낮 평균 기온도 8도가량 차이 난다. 
날씨가 추워지면 골프공 탄성이 줄어 비거리도 줄어든다. 장타자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잔디도 달라진다. 봄에는 버뮤다그래스를 심지만 가을에는 추위에 강한 라이그래스를 섞어 심는다. 물을 많이 줘야 하는 라이그래스는 볼이 덜 구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장타자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린도 변화가 예상된다. 11월 대회를 치른 뒤 마스터스는 내년 4월 원래 일정대로 대회를 열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위치에 홀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스터스 개막에 앞서 선수 가족과 지인들이 함께 하는 이벤트 대회인 ‘파 3 콘테스트’도 열리지 않는다. 1960년 시작된 파 3 콘테스트가 취소된 것은 날씨 때문에 열리지 않은 2017년 이후 두 번째다.

4월의 마스터스에선 선수들이 3인 1조로 1번 홀에서 차례로 경기를 시작했으나 11월에는 해가 늦고 뜨고 일찍 지기 때문에 1, 2라운드는 오전, 오후 조로 나눠 1번과 10번 홀에서 동시에 경기를 시작한다. 잭 니클라우스와 게리 플레이어가 시타를 한다. 

그러나 코스를 에워싼 5만여 명의 환호성은 들을 수 없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GC 회장은 “갤러리 입장을 허용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갤러리들의 반응에 익숙했던 4월의 마스터스 기억이 강한 선수들에겐 낯선 분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 타이거 우즈(45)는 “4월의 마스터스와 11월의 마스터스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 직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는 비빈트 휴스턴 오픈에 불참하며 마스터스에 대비하고 있는 그는 마스터스의 기후와 코스 특성에 적응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회 기간 중 대학 미식축구 결승전(ESPN’ College GameDay)이 열리는 것도 마스터스엔 불리한 조건이다. 갤러리를 못 들이는 대신 입체적인 중계방송으로 높은 시청률을 높여야 하는데 무빙 데이인 3라운드 중에 대학 미식축구 결승전이 열리는 것이다. 

오거스타 내셔널GC 측은 마스터스 팬도 놓치지 않고 대학 미식축구 결승전 팬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방송계와 과감한 협업체제를 구성, 골프코스 곳곳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마스터스와 대학 미식축구 결승전을 동시 중계하는 묘안을 찾아냈다. 

현재 96명의 선수가 출전 확정됐는데 한국선수는 임성재, 김시우, 안병훈, 강성훈 등 4명이 출전한다.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아시아 선수 9명 중 4명이 한국선수다.

‘11월의 마스터스’는 아마도 세계 골프사에 남을 풍부한 에피소드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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