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의 정확도가 높고, 샷을 할 기회가 많은 골퍼에게 홀인원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김세영.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20여 년간 골프를 했지만 아직 홀인원의 기쁨은 맛보지 못했다. 한 해 동안 플레이 한 라운드 수에 곱하기 4를 하고, 거기에 골프 경력을 곱하면 그 동안 지나쳤던 대략의 파3 홀 횟수가 나온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회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홀인원을 기록하지 못했으니 운이 따라주지 않는 듯하다. 프로의 홀인원은 아마추어의 확률보다 서너 배 높다고 하니 실력도 따르지 못했음을 인정해야겠다. 

어느 대회 통계를 분석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아마추어의 홀인원 확률은 대충 1/8,000에서 1/12,000 정도이고, 프로의 경우 1/3,000 정도로 말해진다. 아무리 얼치기 골퍼라 해도 긴 세월을 그렇게 열심히 쳤으니 확률상 한 번 정도는 홀인원을 기록했을 법한데… 입질의 낌새도 없다.

그래서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든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든지 전혀 개의치 않고 모든 파3 홀에서는 홀을 향해 샷하기로 결심했다. 평소 원칙대로라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안전지대로 샷을 하거나 혹은 그린 중앙을 겨냥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지만, 그런 경우도 예외 없이 홀을 목표지점으로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뜻대로,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실전에서는 그렇게 칠 용기도 나지 않는다. 언제쯤 원샷에 홀로 빨려드는 볼을 볼 수 있을까?

국내외 프로들의 경기나 골프 뉴스를 접하다 보면 한 달에 한두 번 굵직한 홀인원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4개 대회가 끝난 시점에서 홀인원 기록을 살펴보니 총 14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그 중 배경은은 최근 출전한 15개 대회에서 2개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8월 홀인원을 기록한 최유림은 인터뷰에서 대회를 앞둔 연습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하고 ‘나도 홀인원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대회에서 홀인원을 해서 기분이 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로는 결정적인 홀인원 한 방으로 운명이 갈리기도 한다. 이번 시즌 한화금융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만화라면 오히려 유치했을 정도로 만화 같은 홀인원이 대회 우승자를 결정지었다. 후반 홀을 시작할 때만 해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소연과 그를 뒤쫓는 김세영의 타수가 5타나 차이가 난 상황이라 우승 향방은 이미 결정된 듯했다. 비록 16번홀에 이르러서 김세영이 선두와의 격차를 3타로 줄이기는 했지만 파3, 파5 두 홀을 남긴 상태여서 현실적으로 승부를 뒤집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바로 그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3 17번홀에서 먼저 샷을 한 김세영의 볼이 티샷 한 번으로 홀인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은 유소연은 쉽지 않은 파세이브를 성공시켰지만 1, 2위 격차는 한 타 차로 줄었다. 이어진 파5 18번홀에서도 파를 기록한 김세영은 경기를 먼저 끝냈고, 그 기세에 눌린 유소연은 그만 보기를 하며 불과 두 홀 만에 3타 차이를 동타로 만들었다. 상승세를 탄 김세영은 이어진 연장전에서 침착하게 퍼팅을 성공하며 역전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아마도 이 경기는 KLPGA 투어에서 영원히 회자될 시합이었던 것 같다.

선수들에게 홀인원 확률이 높은 것은 샷의 정확도와 함께 샷을 할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확률상 홀인원의 기회가 많은 필자도 좀 더 적극적으로 파3 홀에 도전하고자 한다. 더불어 동반자의 홀인원도 함께 기대해 본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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