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넉넉한 마음으로 즐거운 플레이를...

사진=골프한국
‘오케이(OK)’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마크(Mark)’다.
컨시드(Concede)를 줄 수 없으니 마크를 하고 한 번 더 치라는 뜻이다. 최근에 마크 대신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동반자를 보면서 그것도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컨시드를 주기에는 애매한 거리’라는 뜻으로 ‘우정에 금이 가는 거리’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조차 흔히 말하는 ‘OK거리’를 남겨놓고 형편없는 퍼트로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짧은 거리라 방심했거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결과다. 아마도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을 듯싶다.
더하면 더했지 아마추어들도 짧은 퍼트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하다. 컨시드를 주지 않는 동반자에 대한 야속함과 반드시 홀인을 해야 한다는 집념이 동시에 골퍼를 괴롭힌다. 먼 거리야 들어가면 운이고 혹여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만이다. 홀 주변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쉽게 만족한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를 놓치면 그 좌절감은 다음 홀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어느 날, 매력적인 여성과 세 명의 신사가 함께 라운드를 했다. 마지막 홀 그린에 올라서면서 여성 골퍼는 나머지 동반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퍼트가 들어가면 생애 최고의 스코어를 달성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도움을 받아 원 퍼트에 성공한다면 그 보답으로 도와준 동반자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도 함께했다.

세 동반자는 저마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열심히 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4~5미터 떨어진 까다로운 ‘S자’ 라이에 놓인 볼은 쉽지 않아 보였다. A신사는 오른쪽을, B신사는 왼쪽을 주장했다. 여성이 난감하게 퍼트 라인을 살피고 있자, C신사가 뽑혀있는 깃발을 홀에 꼽으며 OK를 크게 외쳤다.
“이 정도는 원 퍼트 거리네요.“

실제 라운드에서는 어떤가? 홀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에 원을 그려서 컨시드 영역이라고 만들어 놓은 골프장도 보았다. 사실 무턱대고 남발하는 컨시드는 상대를 배려한다기보다는 상대방으로부터 홀인의 기쁨을 앗아간다. 경기의 매력을 반감시키며 게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골프를 하다 보면 가벼운 내기를 할 때가 있다. 친한 사이라면 재미 삼아 야유도 보내고 노골적인 방해도 한다. 필자와 가까운 지인들이 운동할 때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끔씩 장난을 치는데, 상대방의 집중력을 테스트한다는 핑계로 홀에 꽂힌 깃발을 뽑아 들고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때마냥 신나게 흔들어 댄다.

그러나 문제는 퍼팅에서 생긴다. 짧은 거리의 결정적인 퍼트가 친구의 장난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기분 좋은 라운드를 망칠 수 있다. 그래서 장난을 치다가도 상대방이 퍼트를 하는 순간에는 볼이 홀에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만 본다. 가까운 사이의 장난도 상황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기분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경기의 흐름에 맞춰 장난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꼭 필요한 센스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원칙이나 룰만 강조하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어차피 정식 경기가 아니라면 골프룰을 최대한 지키되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며 동시에 유쾌함을 즐기는 분위기는 어떨까. 약간의 반전이 필요한 적절한 시점에서 동반자에게 따뜻한 배려의 손길을 내밀 때 모든 참석자들이 잘 어우러져 모처럼의 라운드를 더 즐겁게 만들 것이다.
새해는 본인에게는 보다 엄격하게, 동반자에게는 조금 더 여유롭게 컨시드를 선사한다는 마음으로 멋진 라운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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