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 3라운드가 열린 5일(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올버니 골프클럽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 연습을 하는 타이거 우즈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하국] 타이거 우즈가 목발을 집어 던지고 다시 골프코스로 돌아왔다.
출전 선수가 아닌 대회 주관자의 자격이지만 그가 골프코스로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위대한 골프영웅의 역사적인 한 걸음이다.

우즈는 이달 1일(이하 한국시간) 바하마 프로비던스 섬의 올버니GC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월 24일 LA에서 있었던 끔찍한 교통사고 이후 첫 공식 석상 등장이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인도의 모터사이클 전문회사인 히어로 사(社)가 후원하고 우즈가 주관하는 대회다. 

우즈는 자연스런 걸음으로 카펫 위를 걸어 미디어 텐트의 기자회견 테이블에 앉았다. 그의 걸음걸이는 멈칫거리지 않았고 조심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히어로의 회장 겸 CEO인 파완 문잘 옆에 앉아 35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우즈는 의사들이 오른쪽 다리 경골에 쇠막대기를 삽입했고 오른쪽 발과 발목에 나사못과 핀을 꽂았다고 털어놨다. 사고 직후 의사들로부터 절단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다행히 3주간 병원에서 지낸 뒤 3개월 동안 플로리다 남부의 집 병원 침대 위에서 지냈다.

우즈는 “3개월 동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설명하기 힘들다. 특히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한 남자에게는 더욱 그렇다”며 “살아 있는 것은 행운이지만 팔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그는 “풀타임으로 뛰던 시대는 끝났다”며 “다리가 계속 좋아진다고 가정할 경우 벤 호건처럼 치명적인 교통사고 이후 제한적으로 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제한적인 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할 수 있고 심지어 이길 수도 있다”며 “나는 골프 레시피를 잘 알고 있다. 그냥 편하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기자회견 내용은 지난달 30일 미국 골프 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와의 화상 인터뷰 내용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때 우즈는 “다리만 괜찮다면 여기저기 골프대회에 나갈 수 있지만 다시 산에 오르고, 정상을 밟는 일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산에 다시 오를 필요는 없다. 허리 부상을 당했을 때는 한 번 더 에베레스트에 올라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해냈다. 하지만 이젠 에베레스트에 다시 오를 수 있는 몸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한 현실이지만, 그게 내 현실이다.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골프선수로 복귀할 수는 있지만 다시 우승하기는 힘들 것이란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에 앞서 우즈는 스윙하는 짧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었다. 완벽한 템포와 선명한 접촉, 베이컨조각 같은 디봇 등은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오른쪽 다리가 쉽게 지치고 공을 멀리 쳐내지 못하는 점은 인정했다.

그랬던 그가 히어로 월드 챌린지 기자회견에선 내년 6월의 US오픈과 7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제150회 디 오픈 출전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디 오픈에서 2회 우승했고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를 정말 사랑한다”며 메이저 대회 출전에 강한 열망을 보였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 3라운드가 열린 5일(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올버니 골프클럽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 연습을 하는 타이거 우즈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우즈의 골프를 향한 열망이 며칠 사이 강하게 타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5차례나 우승할 정도로 인연이 남다른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장이 그의 골프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이런 우즈의 열망을 감지한 PNC챔피언십 주최 측은 오는 20~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츠칼튼GC에서 열리는 대회 출전자 명단에 우즈와 그의 12세 아들 찰리의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선수와 그 가족이 팀을 이뤄 경기를 벌이는 PNC챔피언십에는 총 20팀이 출전한다. 주최 측은 출전 명단 확정시한을 늦춰 우즈와 아들 찰리가 출전하기를 고대하고 있는데 현재로선 출전이 유력시되고 있다. 

PNC챔피언십에는 비제이 싱(58·피지), 맷 쿠처(43·미국), 짐 퓨릭(51·미국), 존 댈리(55·미국), 톰 왓슨(72·미국), 닉 팔도(64·잉글랜드), 헨릭 스텐손(45·스웨덴) 등이 각각 아들과 팀을 이뤄 출전하고 여자 골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23·미국)가 1998년 테니스 메이저대회 호주 오픈 챔피언인 아버지 페트르(53)와 함께 이 대회에 처음 나설 예정이다.

▲2020년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와 아들 찰리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우즈가 지금까지 실현한 여러 차례의 ‘황제의 귀환’을 떠올리면 이런 열망과 자신감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2009년 BMW 챔피언십 우승 이후 무승의 기간을 보내다 2011년 12월 쉐브론 월드 챌린지, 2012년 3월 PGA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우승하며 황제 귀환을 증명했다.
이듬해인 2013년엔 WGC챔피언십,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등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무승의 기간을 보내며 그의 골프 인생도 저무는 듯했으나 2018년 메이저인 투어 챔피언십, 2019년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 2020년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샘 스니드의 PGA투어 통산 82승 기록과 타이를 만들고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에 3승 차이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나이와 부상에 따른 피로감을 떨칠 수 없었다. 2020년 11월에 열린 마스터스 대회에선 12번 홀(파3)에서 물속에서 3개의 공을 집어넣는 등 부진했고 5번째 허리 수술도 받았다. 그가 주관하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12월이 지나면 우즈의 나이도 만 46세가 된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몸 상태다. 

그는 사고와 부상으로 골프를 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굴의 의지로 극적인 재기에 성공한 벤 호건(William Ben Hogan, 1912~1997)과 켄 벤추리(Ken Venturi, 1931~2013)를 가슴에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두 선수의 불굴의 의지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가 이뤄야 할 숙원도 남았다. PGA투어 최다승 타이에서 한 발 더 나가고 메이저 18승에 다가가는 일이다.
현실과 열망은 다르다. 그의 소망이 이뤄질지 그냥 소망에 그칠지 아무도 모른다.

골프 팬이라면 모두 우즈 팬이기도 하다. 우즈의 마지막 소망 성취 여부를 떠나 열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그를 어찌 우러르지 않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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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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