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임희정과 연장전 끝에 우승한 고진영 프로. 사진은 연장전 직후 모습이다. 사진제공=BMW 코리아


[골프한국] 부산 기장군 LPGA인터내셔널 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여자선수의 LPGA투어 200승 고지 등극은 대회 전에 이미 예견됐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데다 출전 선수 중 한국선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84명의 출전자 중 LPGA투어 소속 16명, KLPGA투어에 뛰는 선수 33명 등 한국선수가 49명으로 비중이 58.3%나 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 국적의 선수는 교포선수를 포함해 35명. 같은 시기 미국에서 이벤트 대회가 열린 탓으로 일부 비중 있는 선수들이 불참했다.

그렇다고 대회 수준 자체가 B급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리디아 고, 이민지, 대니얼 강 등 정상급 교포선수는 물론 주타나간 자매 등 태국의 강자들, 찰리 헐, 카를로타 시간다, 대니얼 컵쵸, 하나 그린, 게비 로페즈 등 비 미국 국적의 일급 선수들이 참가했다.

포커스는 한국선수의 LPGA투어 200승 달성 여부에 쏠렸다.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치지 않고 바로 LPGA투어로 직행할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쥐려는 국내파와 LPGA투어 200승 고지 등극의 영광을 국내파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해외파 간의 대결구도가 대회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특히 나흘 동안 이어진 임희정(21)의 무결점 플레이와 그런 임희정을 끈질기게 추격해 태극낭자의 LPGA투어 200승 고지에 깃발을 꽂은 고진영(26)의 경기는 명승부로 남을 만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임희정과 연장전 끝에 우승한 고진영 프로. 사진제공=BMW 코리아


한국선수 LPGA투어 200승 달성의 의미는 쉽게 체감할 수 없는 대사건이다. 

고 구옥희선수가 1988년 LPGA투어 첫 승을 따낸 이후 33년 만에 고진영이 200승을 채웠다. 미국을 제외하고 LPGA투어에서 200승을 달성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100승을 채운 나라도 미국과 한국 외에는 스웨덴의 118승이 유일하다.

스웨덴은 혼자 72승을 따낸 안니카 소렌스탐을 앞세워 미국과 한국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거뒀다. 역시 카리 웹이 41승으로 활약한 호주가 80승을 넘겼고, 일본 선수들은 51승을 했다.

한국선수들은 2012년 8월 유소연이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100승을 채웠다. 이후 200승이 나올 때까지 약 9년 사이 한국은 L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따냈다. 
한국이 101승부터 200승을 쌓는 동안 미국 선수들조차 자국 투어에서 67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 기간 태국 17승, 뉴질랜드 16승, 호주 12승, 일본 11승 순으로 우승을 챙겼다. 한국이 지구촌 여자골프 최강국임을 입증하는 통계다. 

200승 달성의 최대 공로자는 물론 고진영이다.
그의 출발은 실망스러웠지만 세계 톱클래스다웠다. 첫 라운드에서 1타밖에 줄이지 못하고 2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며 추격을 시작했다.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였으나 첫 라운드부터 무결점 경기를 펼친 임희정에게 4타 뒤졌다.

그의 진가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전반에 6개의 버디를 쓸어담더니 2반에 2개의 버디를 보태 임희정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우승했다.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낚는 모습은 세계 골프 팬들의 숨을 멎게 하기에 충분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고진영에게 우승을 넘긴 임희정 프로. 사진제공=BMW 코리아


아쉽게 LPGA투어 직행티켓을 놓친 임희정은 세계 골프팬들의 뇌리에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고진영 곁에서도 임희정은 눈부시게 빛났다. 4라운드 내내 노보기였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무려 96.4%(54/56), 그린 적중률도 84.7%로 탁월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마지막 라운드에서 고진영이 8타를 줄이는 사이 4타밖에 줄이지 못한 것뿐이다. 

고진영, 안나린과 함께 한 챔피언조에서 임희정의 스윙은 가장 아름다웠다. 정갈하면서도 파워가 실렸다. 흠결을 찾을 수 없었다. 161cm의 단신임에도 비거리에서 밀리지도 않고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의 별명 ‘사막여우’가 너무 잘 어울린다. 눈부시게 하얀 피부에 선한 얼굴에 배시시 번지는 미소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LPGA투어에서도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을 겸비한 선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천 기사: '한국의 LPGA 200승 영예' 고진영 "정말 큰 행운이고 운이 좋았어요"

추천 기사: '실수 줄인' 이태훈,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KPGA 통산 3승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