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안니카 소렌스탐, PGA 투어 로리 매킬로리, 토미 플리트우드, 푸에르토리코오픈 운영 스탭들(사진제공=Getty Images), 그리고 저스틴 토마스의 의상(사진출처=그의 트위터).


[골프한국] 지난 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모두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앞으로 타이거가 무사히 필드에 복귀할 수 있을지, 그의 끝나지 않은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런 타이거를 두고, 각계에서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건강을 비는 것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갖게 되는 측은지심이겠지만, 그보다는 아마도 영화보다 더 파란만장했던 타이거의 인생과 골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맺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다같이 나누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가장 열렬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타이거의 동료선수들입니다. 

최근 열린 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PGA 푸에르토리코 오픈 그리고 LPGA 게인브리지에 이르기까지, 대회에 참가한 많은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타이거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하의와 붉은색 셔츠를 입고 라운드에 임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골프 라운드에서는 선수들끼리 같은 색상의 의상을 입지 않는 것이 일반적일 뿐더러, 앞서 말씀드린 대회에 참가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은 자신만의 의상 스타일을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타이거의 쾌유와 복귀를 바라는 마음으로 타이거가 최종라운드에서 늘 착용하는 의상을 입고 나온 것이지요. 

타이거의 이웃이자 절친으로 알려진 저스틴 토마스는 물론, 로리 매킬로이, 제이슨 데이, 토니 피나우, 패트릭 리드, 그리고 13년 만에 LPGA 복귀전을 치른 안니카 소렌스탐까지 이 행렬에 동참했는데요. 이 모습을 TV로 지켜본 타이거는 타이거 우즈 재단 트위터를 통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선수들의 이런 아름다운 모습에서 스포츠의 동반자 정신을 발견하였습니다. 서로 경쟁하는 사이이기 이전에 골프라는 스포츠를 함께 만들어 가는 동반자로서 서로의 안녕과 발전을 비는 것이지요. 골프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축구에서 과격한 반칙으로 상대편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게 되면 ‘동반자 정신’이 결여되었다고 비판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스포츠계의 학교폭력이나 선수들 간의 도를 넘은 갈등 문제들도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이 ‘동반자 정신’이 부족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동료 선수들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필 미컬슨과 타이거 우즈, 2018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더 매치: 타이거 vs 필에 참가했을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타이거의 부상에 대해 가장 크게 만감이 교차하는 선수가 있다면 바로 필 미컬슨일 것입니다. 필 미컬슨은 PGA 통산 44승, 메이저 5승에 빛나는,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동시대에 활약한 타이거의 존재로 인해 그는 늘 2인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타이거를 시기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지난 해 9월,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고마움을 표한 바 있습니다.

“타이거에게, 위대한 스포츠인 골프에 있어서 자네가 이룬 모든 것에 감사하네. 그리고 그러한 업적에 나보다 크게 덕을 본 사람은 세상에 또 없을걸세. 내가 자네와 자네의 업적을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알아주길 바라네. 그게 전부라네. 고맙네.”

골프 역사상 최고의 레프티(Lefty, 왼손잡이), 숏게임의 마법사, 전율의 필(Phil the Thrill), 필 미컬슨. 아마도 그는 이 순간, 필생의 동반자인 타이거의 쾌유와 복귀를 그 누구보다 바라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있어 최고의 동반자는 누구인가요? 오늘 하루, 그 동반자에게 존경과 배려를 표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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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도하: KLPGA, LPGA Class A 프로골퍼이며, 방송, 소셜미디어, 프로암, 레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한 골프&라이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선현의 가르침을 거울 삼아, 골프를 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즐길 수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도하의 골프산책'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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