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칼럼 > 인기칼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방민준의 골프세상] 'QUIET' 팻말이 없는 피닉스오픈…올해 관전포인트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M)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2020년 TPC 스코츠데일 코스 16번홀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국 애리조나주의 사막 도시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 7261야드) 코스에서 열리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M) 피닉스오픈은 여러모로 별나다.

사막과 초원, 바위산이 산재한 가혹한 지역에 세워진 인공도시 피닉스, 그 외곽의 소도시 스코츠데일에 안긴 TPC 스코츠데일 골프코스는 전통적인 골프문화를 거부한다.

지구촌 골프대회 중 유일하게 ‘QUIET(조용히)’라는 팻말이 필요없다. 평소에는 여느 골프코스처럼 정숙을 요구하지만 피닉스오픈 기간 중에는 소음으로부터 완전 해방된다.

음주와 가무가 허용되고 고성의 응원이나 야유도 통한다. 들판에서 벌이는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광란의 열기가 코스 전체를 지배한다.

1932년에 창설되었으니 역사가 89년이나 된다. ‘선더버드 재단’이란 지역 시민단체가 지역의 활성화와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골프대회를 만들었다. 재단 이름은 토착 인디언의 전설에 나오는 선더버드(Thunderbird, 천둥새)에서 따왔다고 한다.

피닉스오픈의 파격은 선더버드 재단의 영향이 컸다. 많은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갤러리를 불러모을 필요가 있었다. 같은 기간 미국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미식축구 챔피언을 가리는 로즈볼 대회에 쏠린 관심을 끌기 위해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골프문화의 금기를 과감히 깨트려 나간 결과다.

특히 16번 홀(파3)과 17번 홀(파4), 18번 홀(파4)로 이어지는 코스엔 동시에 4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타디움을 만들어 선수와 갤러리가 한 덩어리가 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로마 시대의 콜로세움을 재현한 듯하다. 로마 시대에는 경기장에 노예검투사나 맹수들이 죽음의 결투를 벌였다면 지금은 골프선수들이 긴 막대기로 작은 볼을 치며 경쟁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환호하고 야유하고 고함치는 관람석 분위기는 변함없다.

대회 기간 50~70여만 명의 갤러리가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골프대회에서 맛볼 수 없는 관전의 재미가 특별하다는 뜻이다.

평소 정숙한 분위기에서 경기하는데 익숙한 선수들에게 피닉스오픈은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귀가 먹먹해지고 정신을 빼앗아가는 이 대회를 경험한 선수들은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기 위해선 “귀를 막아야 한다.” “낯가죽이 두꺼워야 한다.” “철심장을 가져야 한다.”는 등 나름의 비방을 내놓는다.

일부 선수들은 미리 사인한 모자나 볼, 장갑 등을 준비해 관중석으로 던지며 갤러리와 한 덩어리가 되어 광란의 분위기를 즐기면 경기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한다. 또 일부 선수들은 소음을 이기지 못해 잘 나가다가도 스스로 무너지기도 한다. 
피닉스오픈에서 승리하려면 골프 기량 외에 온갖 소음과 광란의 분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피닉스오픈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불가피하게 갤러리를 하루 5천 명, 4일간 2만 명으로 제한했다. 하루 15만 명 안팎의 갤러리가 몰렸던 예전과 비교가 안 된다. 갤러리가 적으니 코스의 분위기도 예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전 챔피언 웹 심슨(2020년), 리키 파울러(2019년), 브룩스 켑카(2015년)를 비롯해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맷 쿠차, 매슈 울프 등 쟁쟁한 선수들이 출전한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 출전하는 임성재, 김시우, 안병훈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PGA투어가 소개한 파워랭킹 리스트에는 스페인의 존 람이 1위에 올랐고 이어 저스틴 토마스, 웹 심슨, 잰더 셔펠레, 다니엘 버거, 라이언 파머, 로리 매킬로이, 마츠야마 히데키, 임성재, 버바 왓슨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선수로는 임성재 외에 김시우, 안병훈, 강성훈, 이경훈이 출전하고 제임스 한, 존 허, 마이클 김, 대니 리, 더그 김 등 교포선수들도 참가한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 직전대회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우승자 패트릭 리드, 브라이슨 디섐보, 토니 피나우, 제이슨 코크랙, 빅토로 호블란(노르웨이) 등은 사우디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대회에 출전하느라 이번 대회에는 불참한다.

추천 기사: 골프 '클럽 길이 제한'이 갖는 의미…비거리 줄어드나?

추천 기사: 고진영·김세영·박인비, 세계랭킹 톱3 유지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1-02-04 07: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