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가 심리적 영향을 받지만 골프만큼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스포츠도 드물 것이다. 오죽하면 골프는 멘탈스포츠라는 말을 하겠는가? 따라서 골프를 대하는 마음 자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국회의원을 지낸 H씨의 태도에서 배운 바가 크다. H씨는 버디 기회가 오면 평소보다 훨씬 신중해 진다. 낮은 자세로 전후좌우에서 그린 상태를 점검하고 발걸음으로 거리가지 측정한 후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다.

‘10대와 20대에는 예쁜 여자와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30대와 40대는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 기회가 있지만, 50대 넘어서는 오직 버디 할 기회가 있을 뿐이다.’

버디를 한 후에 이런 말을 해서 동반자들을 주눅 들게 만든다. 이 말에 대꾸를 하는 사람은 입담이 센 K 변호사뿐이다.

‘나는 10대, 20대에 예쁜 여자도 못 만나봤고 30,40대에 돈도 못 벌어 봤고, 50대 넘어서는 쓰리퍼팅이나 하구 있구나!’

60대의 나이에도 골프실력이 계속 늘고 있는 J 회장의 골프좌우명은 ‘끊임없이 배워라!’다. 골프장에서 나보다 기량이 한 수 위인 사람을 만나면 행운이다. 정중하게 원 포인트 레슨을 청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실력은 늘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을 때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4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한 수만 가르쳐 줘도 몇 수를 깨닫는 사람, 둘째는 한 수 가르쳐 주면 한 수만 아는 사람, 셋째는 아무리 가르쳐 줘도 못 알아듣는 사람, 넷째는 한 수 가르쳐 주면 대는 X’  원래는 원 포인트 레슨을 무시했던 분인데 몇 년 전 동반자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난 후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가 경영학을 이끌고 있는 김정운 교수의 골프좌우명은 아주 특이하다. ‘골프는 한 방이다!’ 이것이 김교수의 지론이다. 드라이브 샷이고 아이언 샷이고 강하게 때린다. 거리가 날 수밖에 없는데 종종 OB가 날 뿐만 아니라 트리플 보기에 양파까지 나온다. 물론 잘 맞는 날은 70대 타를 치며 희희낙락이다. 기왕 주말에 스트레스 풀려고 골프장에 나왔는데 쫀쫀하게 점수관리 하지 말고 화끈하게 플레이 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교수는 내기를 할 때 ‘조폭게임’을 하자고 고집한다. 한 타에 얼마씩 하는 스트로크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돈을 따기가 어렵지만 조폭게임은 ‘버디 한 방’이면 모든 상금을 다 가져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17홀 내내 헤매더니 18홀에서 버디를 해서 동반자들을 경악시키던 일이 떠오른다. 그대도 버디를 한 후에 ‘인생은 한 방이다!’ 라고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해서 동반자들을 경악시켰다.

‘캐디 말씀에 순종해라!’ 이게 요즘 나의 골프좌우명이다. 골프는 개인 경기다. 그러나 다행히 캐디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캐디의 중요성은 프로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캐디를 잘 만나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캐디는 거리, 방향, 풍향뿐만 아니라 각종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심리적으로도 조언을 해 줄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골프장 캐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려서는 어머님 말씀 잘 듣고, 결혼 후에는 아내의 말씀을 잘 듣고, 필드에서는 캐디의 말씀을 잘 들어라, 그러면 삶의 질이 높아지느니라!’

내가 이 말을 할 때마다 성질이 괄괄한 K변호사는 공이 안 맞을 때는 이렇게 대든다.

‘난 어려서 어머니 말씀 안 듣고, 결혼 후에는 아내 구박하고, 필드에서는 캐디 야단치다가 인생이 이렇게 됐다. 이제 시원하냐!’

내가 K 변호사처럼 괄괄한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즐겨 쓰는 좌우명도 있다.
‘골프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글: 윤 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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