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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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골프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스포츠도 드물다. ‘멀리 정확히’ 공을 보내기 위해 많은 시간 열과 성을 쏟지만 결코 ‘이만하면 됐다’는 순간이 오지 않듯, 아무리 구력이 오래된 사람이라도 현상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 목표에 도달했다 싶으면 또 다른 목표가 나타나거나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바닥으로 굴러떨어진다.

 

이런 골프의 특성이 골프 자체를 삭막하고 비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옥죄어 적당히를 용납하지 못한다. 싱글 골퍼일수록 이런 경우가 더욱 심하다.

 

때때로 이런 동반자와 라운드하다 보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기에 섣부른 농담이나 한담을 주고받기도 어색하다.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 동반자의 탁월한 골프 실력에 대한 찬사나 실수에 대한 위안의 발언도 함부로 할 수 없다. 그야말로 무자비(無慈悲)의 골프다.
새해에는 ‘자비 골프’를 실천하는 골프 구루(Guru)가 되고 싶다.

 

- 목표를 완벽에 두면서도 눈길은 아래로 향하도록 하소서
  정상만 바라보는 눈길이 발아래, 등 뒤로도 향하게 하소서
  아너가 되었다고 우쭐대던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미스 샷을 연발하는 동반자에게 보내던 오만한 눈길
  동반자의 지갑을 털며 흐뭇해하던 모습
  동반자가 러프와 해저드를 전전하는 모습을 즐기고 
  스코어카드를 찢고 싶은 동반자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가학성을 버리게 해주소서
  동반자의 속임에 눈 감을 줄 아는 아량을
  멀리건이나 오케이를 바라는 동반자의 간절한 눈길을 외면하지 않는 도량을 갖게 해주소서
  걸음마 골퍼라고 내팽개치지 않고 라운드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골퍼가 되도록 해주소서
  추락하더라도 자학에 빠지지 않고 절벽을 오르는 인내를 갖게 하소서
  구력 40년을 지나며 ‘자비 골프’를 할 수 있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소서!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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