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칼럼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프랑스의 외줄 타는 전문가가 도전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은 칼럼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프랑스의 외줄 타는 전문가가 도전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는 천국과 지옥을 연결하는 외줄 위의 곡예다. 어느 한순간 천국의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순식간에 지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골프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두 가지 실로 짠 천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천국과 지옥이 공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프로골퍼들도 천국과 지옥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1997년 마스터스는 골프의 천국과 지옥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회였다.

21살의 타이거 우즈의 화려한 골프황제 등극이 있은 반면, 닉 팔도(65)나 그레그 노먼(67)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톱 클래스 골퍼가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전년도 우승자인 팔도는 두 라운드를 76-81타로, 준우승자인 노먼은 77-74타로 탈락했다. 이 두 골퍼의 탈락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팔도의 탈락은 역대 마스터스에서의 그의 전적으로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1989, 1990, 1996년 3번 우승에다 13년간 이 대회에서 치른 52라운드 중 24라운드에서의 언더파 기록, 평균 71.9타라는 안정된 스코어와 예선탈락 전무라는 기록이 팔도의 탄탄한 실력을 말해준다.

그러나 팔도는 이 대회 2라운드 마의 13번 홀(파5)의 개천에서 지옥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그는 물에 두 번씩이나 볼을 빠뜨려 7온에 2퍼트로 9타 만에 간신히 홀아웃했다. 결과적으로 81타라는 뜻밖의 성적으로 예선탈락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1996년 마스터스에서 노먼에게 6타나 뒤지고도 무려 5타 차로 역전승한 팔도는 바로 13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3번째 우승의 승기를 잡았던 전력이 있다. 13번 홀은 팔도에게 천국과 지옥을 1년의 차이를 두고 보여준 셈이다.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은 프로골퍼가 이럴진대 주말골퍼들이 모처럼 라운드에서 천국과 지옥을 드나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1997년 브리티시오픈. 1997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타이거 우즈는 우승 후보 1위로 지목됐으나 1, 2라운드에서 72-74타로 부진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인 64타를 친 뒤 4라운드에서 대추격전에 나선 우즈는 가장 짧은 홀인 123야드의 8번 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려 2번 만에 탈출하는 곤욕을 치렀다. 우즈는 온그린하고도 4m거리에서 3퍼팅을 해 더블파를 기록, 선두그룹과 멀어져 결국 24위에 머물고 말았다.

 

이밖에 1991년 이 대회 챔피언인 호주의 이언 베이커 핀치는 제1라운드에서 역대 2번째 높은 스코어인 21오버파 92타를 친 뒤 스스로 경기를 포기했다. 

이 대회 첫 라운드에서 미국의 짐 퓨릭과 영국의 대런 클라크가 나란히 4언더파 67타로 공동선두에 나섰으나 챔피언은 4라운드를 69-66-72-65타를 친 미국의 저스틴 레너드가 차지했고 우리나라의 최종덕도 첫 라운드 전반을 2언더파로 잘 출발했으나 결국 첫 라운드 후반과 2라운드에 무너져 탈락, 브리티시오픈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백상어 그레그 노먼이 37위로 쳐져 백상어라는 별명을 무색케 했고 이 대회 4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닉 팔도도 무려 7오버파로 공동 51위로 추락했다. 골프의 천국과 지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들이다. 

 

사진은 칼럼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프로 골퍼가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은 칼럼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프로 골퍼가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모든 골퍼들의 희망은 지옥에 빠지지 않고 천국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 일은 너무 비참하고 지옥에서 빠져 나와 천국으로 기어 올라가는 것은 더욱 고통스럽다.
팽팽한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골퍼의 길이다. 골프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스포츠인 까닭이다.

주말골퍼라면 지옥에 반쯤 발을 담그고 천국을 향해 손을 허우적대는 형국에 가깝다. 그래서 골프의 지옥은 마음먹기에 따라 천국과 한끗 차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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