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한 전인지 프로. 사진제공=KLPGA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한 전인지 프로.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우리는 LPGA, JPGA 등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의 장한 모습을 연일 TV 중계방송을 통해 지켜보면서 그들의 선전에 기뻐하고 격려한다. 

최근에는 LPGA 투어에서 33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켜온 고진영 프로가 손목 부상으로 당분간 대회 출전을 포기하며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놓여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한·미·일 3개국에서 거둔 15승 가운데 8승이 메이저 대회였던 KB금융그룹 소속의 전인지 프로가 지난주 소속사에서 주최한 'KB금융 스타챔피언십' 국내 대회에 1년 만에 출전했다. 
대회 마지막 날에 딸과 같은 조에서 라운드했는데, '플라잉 덤보', '미소 천사' 등으로 불리는 전인지 프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구름 관중들을 현장에서 목격하면서 스타 선수의 인기를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전인지 프로를 포함한 많은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에게 만일 든든한 후원사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세계 상위권에 다수가 포진한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SBI저축은행, 비씨카드, 우리금융, 하나금융, KB금융, NH투자증권, MG새마을금고 등 금융권과 대방건설, 대보건설, 동부건설, 요진건설 등 건설사 그리고 롯데, 삼천리, 한화큐셀, 하이원리조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략 60개 이상의 후원사들이 현재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후원은 선수나 선수 부모들에게는 너무나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후원사 없이 수년의 투어 생활을 해본 경험에서 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또 대기업 수준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물심양면으로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고마운 이들도 매우 많이 있다. 

 

KLPGA는 매년 후원사가 새로 들어서면서 연 30여 개의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2년에는 33개 대회 총상금 305억 원 규모로 열리고 있다. 총상금 1,072억 원(34개 대회)인 LPGA나 총상금 446억 원(38개 대회)인 JLPGA보다 상금 규모는 적지만, 혹한기로 3~4개월 정도 대회를 열 수 없는 기간을 고려할 때는 대회 횟수가 아주 적은 것은 아니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한 전인지 프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갤러리들. 사진제공=KLPGA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한 전인지 프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갤러리들. 사진제공=KLPGA

 

 

KLPGA도 이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여자프로골프협회로 우뚝 서 있다. 오히려 LPGA는 톱스타급을 제외하고는 후원사의 도움 없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국내는 유망주나 실력이 인정되면 바로 후원사가 붙는다. 유독 국내 여자골프에 후원사들이 많은 것은 여자 골프가 업종 불문하고 홍보 효과가 뛰어나 스포츠 마케팅 효과가 좋다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후원사들은 외국에 진출한 선수에게는 대회 참가 및 체재 비용, 코칭 그룹 등도 함께 지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국내에서 후원사가 주최하는 대회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참가한다. 물론 심적 부담 때문에 우승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선수는 경제적으로 든든한 후원자 덕에 마음껏 활동할 수 있어서 감사한 일이기에 흔쾌히 귀국하여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프로선수들은 후원사가 생기면 일단 투어 생활이 훨씬 안정적이다. 투어 활동 간에 발생하는 경비의 상당 부분을 우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KLPGA 정상급 선수는 메인과 의류 후원사로부터 연간 수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골프용품(골프채, 골프백, 공, 신발, 장갑, 선글라스, 영양제 등) 후원사로부터도 일정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다양한 스폰서의 후원을 받고 있다. 최혜진, 고진영, 김세영, 김아림, 이정은6 프로(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박성현(사진제공=K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다양한 스폰서의 후원을 받고 있다. 최혜진, 고진영, 김세영, 김아림, 이정은6 프로(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박성현(사진제공=KLPGA)

 

 

물론 정상급이 아닌 선수들은 이보다는 낮지만, 투어 활동에는 큰 도움이 되며 골프용품 등 부분적으로 후원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연말 성적 결과에 따라 계약 금액도 달라지기도 한다. 성적 인센티브도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우승자 경우에는 상금의 50%, 5위 이내는 상금의 30%, 10위 이내는 상금의 20%를 추가로 받는다. 

 

대형 골프단 소속일 경우에는 선수들에게 계약기간 동안 투어 밴과 트레이너를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또 그룹에서 운영하는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도 연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다. 그 외 일반 광고 모델로 선수를 후원하거나 성적 인센티브를 주는 서브 후원사도 늘고 있다. 

 

정규투어 프로가 되어도 선수나 부모가 후원사와 직접 접촉하여 계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선수들은 중개인 역할을 하는 매니지먼트사를 많이 활용한다. 2021년 KLPGA 자료에 의하면, 대략 20개 이상의 매니지먼트사가 활동하고 있다. 후원사는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며 성적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매니지먼트사는 대략 계약금의 20% 내외, 성적 10위 이상의 경우 상금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금 현장에서 활동 중인 프로선수들조차 투어나 전지 훈련 비용 등을 따져보면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해도 연간 소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수년 동안 경제적인 부담 없이 훈련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는 이런 후원사의 지원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당장 좋은 성적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선뜻 후원해주는 후원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후원사도 나름대로 후원의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한 곽보미 프로. 사진제공=KLPGA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한 곽보미 프로. 사진제공=KLPGA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골프 프로를 꿈꾸고 있는 지망생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미리 포기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선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그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다고 생각된다. 어떤 이는 짧은 시간에 대성(大成)하지만 어떤 이는 대기만성(大器晩成)으로 늦게 피는 꽃도 있으니까. 무릇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희망의 길이 보일 것이다.

"볼에 집중하라. 스코어는 나중에 자연히 뒤따라온다."라는 진 사라젠의 말처럼 "연습에만 집중하라. 비용 문제는 나중에 자연히 해결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현재 10년 이상 투어 활동 중인 프로선수 딸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연습과 비용 문제로 참 많이도 가슴 아려보면서 여기까지 흘러온 아빠인 내가 느낀 바로는 그러하다.

 

*칼럼니스트 곽해용: 육군사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고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필가이며 최근에는 행복한 골퍼를 응원하는 『홀인원보다 행복한 어느 아빠의 이야기(2022)』를 출간하였고, 『50대, 나를 응원합니다(2020)』 등의 저서가 있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2021년 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곽보미 선수의 아빠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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