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PGA투어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PGA투어

 

 

[골프한국] ‘노마드 탱크’ 김주형(20)이 비회원으로 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윈덤 챔피언십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며 다음 시즌 PGA투어 회원자격 획득과 함께 플레이오프에 출전하게 됐다.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이 125위 안에 들면 다음 시즌 PGA투어 자격을 얻지만 비회원일 경우 125위 안에 들어도 플레이오프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김주형은 윈덤 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자동으로 PGA투어 정회원 시드를 확보하면서 플레이오프는 물론 신인왕 경쟁에도 나서게 된 것이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 쥬드 챔피언십 출전자는 125명. 오는 12~15일(이하 한국시간)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 윈드 GC에서 열린다. 70명이 출전하는 2차전 BMW 챔피언십은 19~2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윌밍턴 CC에서 열린다. 30명이 참여하는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은 26~29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이스트 레이크 GC에서 치러진다.

한국선수로는 페덱스컵 포인트 10위 임성재(23), 35위 김주형(20), 41위 이경훈(31), 50위 김시우(27) 등 4명이 출전한다. 

 

플레이오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세계 골프랭킹과 페텍스컵 랭킹 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세계 랭킹은 ‘세계랭킹위원회’에서 집계해서 매주 월요일 발표한다. 이 위원회는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호주, 남아공 등 세계 6대 투어연합체인 국제투어연맹과 4대 메이저 대회를 주관하는 오거스타 내셔널GC(마스터스), 미국골프협회(US오픈), 영국R&A(디 오픈), PGA Of America(투어챔피언십) 등이 참여해 만든 단체다. 1986년부터 랭킹을 매기기 시작했다.

세계 랭킹 산정방식은 꽤 복잡하다. 우선 선수들의 최근 2년간(최소 40개 대회 이상)의 성적에 따른 배점을 합산한 뒤 이를 참가한 대회 수로 나누어 평점을 산출한다. 최근 2년, 즉 104주를 8로 나누어 13주 단위로 가중치를 다르게 준다. 13주 이내 대회 즉 최근 대회의 배점은 2배, 14~26주는 1.75배, 27~39주는 1.5배를 적용한다. 최근 경기 성적이 좋은 선수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대회의 배점도 참가선수들의 수준에 따라 차등화된다. 세계랭킹 200위 안에 드는 선수가 몇 명이나 참가했느냐에 따라 배점에 차이를 둔다.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는 100점,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는 80점, 일반대회 우승자는 24점을 받는다. 일반대회를 여러 번 우승하는 것보다 4대 메이저 대회 우승 한 번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다.
 

 

페덱스컵 랭킹은 PGA투어 흥행을 위한 당근과 채찍 성격이 강하다. 시즌 중 투어의 열기를 달구고 시즌이 끝난 뒤에도 골프 팬들의 관심을 끌어 열기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너스 지급 제도’다.

톱랭커들은 메이저 대회와 같은 큰 대회 중심으로 참가하는 경향이 있다. 메이저 대회가 끝나는 8~9월 이후 유명선수들이 소극적으로 대회에 참가하면서 흥행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자 PGA투어 사무국이 2007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시즌 초·중반 두둑한 상금을 챙긴 선수들이 후반에는 참가 횟수를 줄이거나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세계적인 물류회사인 FedeX(페덱스)가 후원을 하기 때문에 '페덱스 컵'이란 이름이 붙었다.

 

거액의 보너스와 상금이 걸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대회는 정규시즌이 끝난 뒤 열리지만 정규시즌 내내 대회 성적에 따른 정해진 페덱스 포인트를 부여한다.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돈 잔치’ 플레이오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선수 독려제도 성격이 강하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이처럼 좋은 취지로 출발했지만 페덱스컵 우승자와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생기자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초기에 투어 챔피언십이 끝나기 전에 이미 포인트에 의해 페덱스컵 수상자가 결정되어 최종 투어 챔피언십이 김빠진 대회로 전락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2008년 비제이 싱은 투어 챔피언십 결말이 나기 전에 이미 포인트로 페덱스컵 수상이 결정되었고 2009년에도 투어 챔피언십 판가름 전에 타이거 우즈의 수상이 결정났다. 이때 투어 챔피언십 트로피는 저스틴 로즈가 차지했다.

 

해결책으로 2015년 포인트 재설정(reset) 방식을 도입,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한 선수 누구나 페덱스컵을 차지할 수 있는 수학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럼에도 2017년 투어챔피언십은 잰더 셔펠레가 차지했지만 페덱스컵은 저스틴 토마스에게 돌아갔다. 이에 최종전 우승자가 페덱스컵도 차지할 수 있도록 2019년 페덱스컵 제도에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졌다. 종전 4개이던 플레이오프도 3개 대회로 줄였다.

정규시즌 누적 포인트 순위 125위까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참가할 수 있다. 이때 시즌 중에 획득한 포인트는 모두 없어지고 새롭게 리셋된 포인트가 부여된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리셋된 포인트와 새로 얻은 포인트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첫 플레이오프에서 출전자 125명 중 상위 70명이 두 번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여기서 추린 30명이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1,500만 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놓고 경쟁한다.

 

페덱스컵 포인트의 핵심은 포인트다. 정규시즌의 포인트와 플레이오프의 포인트가 다르다. 정규시즌에선 메이저 대회 우승 600포인트, 월드골프챔피언십 우승 550포인트, 일반대회 우승 500포인트, 기타 이벤트 대회 우승은 250포인트를 부여하는데 85위까지 점수가 차등으로 부여된다.

1, 2차 플레이오프 우승자는 일반대회 우승 포인트의 4배인 2,000포인트를 받는다. 2위(1,200포인트)에서 30위(112포인트)까지 차등으로 새로운 포인트가 부여된다.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때는 다시 한번 포인트가 리셋된다. 포인트는 없어지는 대신 포인트를 바탕으로 환산한 새로운 스코어가 경기 전에 미리 주어진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1, 2차 플레이오프 누적 포인트 1위 선수는 최종전을 10언더파에서, 2위는 8언더파에서 출발한다. 3-5위는 각각 7언더파, 6언더파, 5언더파, 6-10위는 4언더파, 11-15위는 3언더파, 16-20위는 2언더파, 21-25위는 1언더파, 26-30위는 이븐파에서 시작한다. 테니스경기에서 시드를 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단순히 72홀 스코어가 아니라, 타수 조정 이후 최고 스코어를 획득한 선수가 투어챔피언십과 페덱스컵을 한꺼번에 차지하게 된다.
물론 미리 많은 언더파 점수를 받고 출발하는 선수가 유리하지만 페덱스컵 순위가 낮은 선수도 대회 성적에 따라 우승과 보너스를 함께 차지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 셈이다.

 

내년에는 플레이오프 상금이 대폭 증액되는 대신 관문은 좁아진다. 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는 최근 2022-2023 시즌 대회 수를 44개에서 47개로 늘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상금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플레이오프 제도도 출전자 수를 1차전 70명, 2차전 50명, 투어챔피언십 30명으로 조정했다. 물론 상금도 대폭 인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골프의 ‘돈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다음 시즌까지만 2년에 걸쳐서 치르고 2024년부터 단일 연도 시즌 일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4명의 한국선수들이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특히 모든 면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주형이 1, 2차전을 거쳐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까지 진출한다면 세계 골프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다.
PGA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1차전 우승 가능성을 놓고 매기는 파워랭킹 20명에서 김주형을 12위, 임성재를 9위에 올렸다. 1위는 카메론 스미스. 2위는 팻 캔틀레이, 3위 토니 피나우, 4위 로리 매킬로이, 5위 잰더 쇼플리, 6위 맷 피츠패트릭, 6위 스코티 셰플레가 올라있다.

놀라운 것은 최종전 플레이오프 진출자와 우승자를 예상하는 파워랭킹에도 김주형이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최종전 우승자를 로리 매킬로이로 점쳤다. 잰더 쇼플리, 카메론 스미스, 패트릭 캔틀레이, 저스틴 토마스, 스카티 셰플러, 맷 피츠패트릭, 조단 스피스, 빌리 호셸, 샘 번즈가 톱10에, 임성재는 15위, 김주형은 19위에 올렸다.

 

그것도 PGA투어 임시 특별회원으로 시즌 최종전 윈덤챔피언십에서의 극적 우승으로 회원자격 획득과 함께 플레이오프전까지 진출하게 된 김주형이 3차전까지 진출해 우승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본다는 것은 그는 보는 PGA투어 전문가들의 시각이 어느 수준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짐작케 한다.  
골프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고 하니 임성재와 김주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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