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 출전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 출전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김주형(20)에겐 자연스럽게 ‘노마드(nomad;유목민)’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골프교습가인 아버지를 따라 그야말로 유목민의 아이처럼 호주, 필리핀, 태국 등지를 떠돌며 자랐다. 호주에서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6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아봤다. 볼을 맞히는 게 재미있었으나 골프선수가 되겠다는 꿈은 없었다. 11세 때 타이거 우즈가 경기하는 모습을 본 뒤 골프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16세에 프로로 나선 그는 2018년 6월 아시안투어의 2부 투어인 아시안 디벨롭먼트 투어(ADT)에 뛰어들어 3승을 올렸다. 이후 아시안 투어, 코리안투어를 거치며 기량이 급상승, 한국의 미래 골프 스타로 부상했다.

노마드의 사전적 의미는 가축을 몰고 목초지를 찾아 떠돌며 생활하는 유목민이나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유랑인을 뜻한다. 16세기 중세 프랑스어 ‘nomade’와 그리스어 ‘nomas’에 어원을 두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에 의해 ‘21세기형 신인류’를 가리키는 의미로 진화했다.
그에 따르면 정착민은 모든 것을 영토화하려 하고 유목민은 영토화를 거부한다. 정착민도 가끔 이동하고 유목민도 가끔 정착한다. 차이를 목적지의 유무로 봤다. 

 

유목민은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물이 필요하면 물가로 간다. 땔감이 필요하면 산으로 간다. 생활의 흐름이 흘러가는 대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정착민은 수로를 파 물을 끌어오고 울타리를 쳐 경계를 짓는다. 생활을 울타리 안에 가두려 한다. 

유목민은 머물러 있어도 새로운 것을 창안, 창조한다. 무언가에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좇는다.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성취를 추구한다.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첨단 기기를 활용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현대인을 ‘디지털 노마드족’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김주형의 골프 여정 역시 질 들뢰즈의 ‘노마드’와 궤를 같이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 뿌리를 내린 뒤 PGA투어로 갈 기회를 엿볼 만도 한데 아시안투어, 일본 투어, PGA투어의 문을 두드리며 ‘큰 꿈’을 펼칠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그 결과 그는 PGA투어 임시 특별회원 자격을 얻었다. US오픈 23위,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단독 3위에 오른 데 이어 골프의 본향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제150회 디오픈에서 당당히 컷을 통과하자 그에게 투어 임시 특별회원자격을 주기로 전격 결정했다. 그는 공동 47위로 디 오픈을 마감했다.

 

임시 특별회원으로 참가한 지난주 3M 챔피언십에서 공동 26위에 오른 김주형이 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GC에서 열린 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인 9언더파 63타를 치며 최종합계 18언더파로 당당히 7위에 올랐다. 한국선수 중 최고 성적이다. 
김시우가 15언더파로 공동 14위, 강성훈이 10언더파로 공동 37위였다. 

지난 주 3M 오픈 우승자 토니 피나우(32)가 26언더파로 2연승에 성공하며 PGA투어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김주형은 이번 대회 성적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90점을 추가하며 총 417점을 확보,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를 지난주 123위에서 100위 초반대까지 끌어 올렸다. 김주형의 포인트는 현재 103위인 미국의 리 호지스(27·416점)보다 1점 높다.

김주형은 오는 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이 끝난 뒤 페덱스컵 랭킹 125위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으면 PGA투어 정회원이 돼 2022-2023시즌 출전권을 확보하게 된다. 최종전에서 컷 탈락하더라도 현재 페덱스 포인트가 높아 사실상 투어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김주형은 최종 라운드 10번 홀(파4·426야드)에서 멋진 이글로 세계 골프 팬들에게 그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심어주었다. 티샷 304야드를 날린 그는 126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바로 홀로 집어넣어 앞으로 PGA투어에서의 그의 활약을 예고했다.

서구 선수에 뒤지지 않는 비거리와 탄탄한 아이언샷, 출렁임을 모르는 강심장, 유창한 영어에 바탕을 둔 친화적인 자세 등을 보면 ‘세계랭킹 1위’라는 그의 꿈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간다. 

김시우, 임성재, 강성훈 등과 함께 한국 남자골프의 견인차 역할을 함은 물론 최경주를 뛰어넘는 대선수로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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