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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골프칼럼] 장하나, 승부욕과 기세 싸움의 승리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연장혈투, 짜릿한 역전우승
후반 4타차 열세 만회, 집중력과 클러치 능력으로 놀라운 뒷심 발휘
김종석 news@golfhankook.com
▲장하나 프로가 2019년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퍼팅에 성공한 모습이다. 사진제공=BMW KOREA


[골프한국] 골프 스타는 역시 위기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강한 승부욕과 집중력을 겸비한 클러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더욱 빛이 난다.

지난 27일 치러진 LPGA투어 BMW 부산 대회에서 마지막 라운드 무보기의 완벽한 플레이로 8언더파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는 다니엘 강 선수와 후반 한때 4타차까지 뒤져있는 위기상황에서 장하나(27)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격, 마침내 19언더파 동타 후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장하나가 극적 우승을 차지한 이번 경기는 올해 LPGA 토너먼트 최고의 명승부였다.

특히 연장전 긴장감에서 오는 샷 미스로 서로 위기를 맞이하고서도 최고의 샷과 퍼팅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플레이는 두 선수 중 누가 우승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기량을 펼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야말로 골프의 묘미와 재미를 한껏 보여준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부산에서 처음 치러지는 LPGA 대회인데다 3만명이 넘는 열정적인 부산 갤러리들의 응원 함성 속에 신인선수 2명이 공동 선두를 이루고, 지난주 상하이에서 우승하고 고향 부산을 찾은 교포 다니엘 강에 대한 부산 갤러리들의 열렬한 응원으로 최종 라운드는 심상찮은 분위기속에서 시종일관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LPGA 상위 50명과 KLPGA 상위 30명 등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KLPGA 선수들의 강세로 톱10에 6명이나 자리하였고, 특히나 신인 선수 3명이 포함되어 LPGA의 쟁쟁한 선수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최종라운드는 KLPGA 신인 선수 2명이 13언더파 공동선두, 뒤이어 장하나, 2타차의 다니엘 강으로 출발하였다.
전반 라운드에는 3라운드까지 거침없는 플레이로 선배들을 놀라게 한 이승연(21), 이소미(20) 신인 선수를 포함 양희영(30), 장하나 선수가 다니엘 강 선수와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시소게임을 펼쳤다. 

다니엘 강은 부산 팬들의 애정 어린 응원과 고향에 돌아온 듯 편안하고 자신 있는 플레이로 어려운 페어웨이 벙커샷도 홀 2미터에 붙여 8번홀 버디, 9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 전반에만 5타를 줄여 16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챔피언조 바로 앞 조에서 다니엘 강은 절정의 샷과 안정된 퍼팅으로 버디 5개를 뽑아, 전날 부진을 만회하며 무섭게 선두로 치고 나왔다.

장하나는 1번홀 버디와 2번홀 보기를 맞바꾼 후 5번홀에서 버디로 선두권을 유지, 9번홀에서 다시 버디를 잡으며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으나 다니엘 강의 실수 없는 빼어난 플레이에 여전히 2타차로 전반을 마쳤다.

이소미는 8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일찍 선두권에서 멀어졌고, 이승연 선수는 10번 홀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다 11번홀에서 이날 첫 보기를 한 후, 다시 13번홀 보기를 범하며 심리적으로 무너져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이소미는 애초부터 무리해서 선두를 노리기보다는 안정된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방어적 플레이를 펼쳐 보였고, 이승연은 이번 기회에 우승, LPGA 진출의 기회를 잡아보고자 야심찬 플레이를 했지만 다니엘 강의 신들린 듯한 플레이와 동반 경기한 장하나 선수의 기세에 더 이상 치고 나가지 못하고 후반에 집중력을 잃은 듯하였다. 

다니엘 강은 전반 거침없는 샷으로 버디 5개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10,11번홀 연속 버디로 18언더파를 기록, 2위 양희영과 3타차까지 벌려 사실상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는 양희영과 장하나 뿐이었다. 더구나 바로 앞조에서 다니엘 강이 11번홀 버디를 할 때 장하나는 4타 뒤진 상태였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싱거운 승부가 될 뻔한 상황이었고, 다니엘 강이 보기 없는 버디 7개의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기에 하등 이상 할 것도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그런 일방적인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집념의 승부사가 있었다. LPGA 4승의 백전노장 장하나는 파5, 11번홀에서 그린 앞이 페널티 구역임에도 과감히 투온을 노려 9미터나 되는 먼 거리 회심의 이글 퍼팅을 성공시켜 선두와 2타차로 좁히면서 추격의 불씨를 살려냈다. 장 선수는 여기서 자신감을 얻고 승리의 기운을 느낀 듯 더욱 추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후 다니엘 강이 파3,13번홀에서 송곳같은 아이언 샷으로 홀 1미터에 붙여 마지막 버디를 성공, 19언더파를 기록할 때 만해도 추격은 불가능하고 승부가 결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장하나도 이에 질세라 13번홀에서 5미터 정도 되는 쉽지 않은 중거리 퍼팅을 기어코 버디로 연결시켜 여전히 2타차 사정권으로 만들었다. 양희영은 14번홀에서 그만 보기를 범하면서 사실상의 우승 다툼은 이제 다니엘 강과 장하나의 매치 플레이 같은 경기로 진행되었다.

2타차로 따라가던 장하나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왔다. 14번홀과 16번홀에서 4~5미터 되는 먼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겨 놓아 자칫 보기라도 하면 더 이상 따라잡지 못하게 될 위기 상황에서 집념의 승부사답게 결정적인 두 번의 파 세이브를 하면서 1타차로 추격하였다. 

다니엘 강은 13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8언더파를 기록한 이후로는 나름 우승을 예감하면서 방어적인 플레이에 임한 듯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사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두권 선수가 최종 라운드 8언더파를 치면 거의 우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공식과도 같다. 다니엘 강도 아마 이를 의식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상황에서도 반전이 일어나는 것이 골프가 주는 묘미이고 매력이다. 늘상 하는 이야기가 ‘후반에는 어떤 상황이 일어날 줄 모른다’,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골프의 명언들이 그래서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시 승부사는 결정적으로 꼭 필요한 때 파 세이브를 성공시키거나 버디를 잡아내어 경기 흐름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준다.

운명의 17번홀은 장하나에게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은 홀이 되었다. 파4홀에서 티샷한 볼은 페어웨이 우측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 밑둥을 맞고 페어웨이 안쪽으로 떨어졌다. 만약 이 볼이 그대로 나무 앞쪽이나 우측으로 떨어졌다면 나무가 세컨샷 탄도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천만 다행으로 나무 좌측으로 떨어져 장하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신있게 세컨샷을 홀에 붙일 수 있었다. 한 타를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오히려 버디를 기록, 드디어 다니엘 강과 19언더파 동타를 이루게 되었다.

이후 마지막 18번홀은 두 선수 모두 어려운 파 세이브를 성공시키고 동타로 경기를 마쳐 둘만의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후반에 한 홀, 한 홀 따라잡으며 17번홀에서 결국 동타를 만들고 게임을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장하나의 기적같은 플레이에 갤러리들은 폭발적인 함성을 지르며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이제는 누가 우승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두 선수의 놀라운 플레이에 감탄하고 흥분하며 재미에 빠져든 것 같았다.

두 선수는 LPGA와 KLPGA를 대표하는 멘탈이 강하기로 유명한 강심장의 소유자로서 친한 사이였지만 서로의 리그를 대표하는 자존심 싸움도 걸려있어 물러 설 수 없는 벼랑 끝 대결이었다. 이제부터는 매치플레이 성격의 그야말로 배짱 싸움이고 기 싸움이었다.

18번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홀, 장하나가 먼저 한 티샷은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떨어졌고, 다니엘 강은 페어웨이를 살짝 벗어난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평소에는 다니엘 강의 드라이브 비거리가 장하나보다 더 길지만 오히려 짧았다. 다니엘 강의 세컨 샷은 정확한 컨택으로 잘 맞아 홀 앞쪽에 떨어졌으나 러프에서의 샷을 의식한 듯 힘이 들어가 한참을 굴러 그린을 벗어나 스탠드 앞쪽에 멈쳐섰다.

이런 상황이면 장하나는 편하게 그린 한가운데만 떨어뜨려도 우승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강한 멘탈의 장하나도 긴장한 듯 그만 세컨샷 한 볼이 그린 앞 벙커 턱에 묻히고 말았다. 

다니엘 강은 먼 거리의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도 최고의 기술적인 칩샷으로 볼은 그린 위쪽 마운드를 맞고 내리막을 타고 굴러 거의 홀 2미터에 붙었다. 쉽게 파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상대에 압박감을 주었다. 역시 우승을 다투는 일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의 트러블 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입증해 보였다. 

칩샷을 앞둔 장하나가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볼이 잔디에 묻혀있는데다 약간의 경사가 있어 안전하게 홀 근처에 붙이기가 어려워 보였다. 볼을 높이 띄워 홀컵에 붙이겠다는 의도의 샷을 했으나 클럽이 땅에 결려 펀치샷처럼 되어 볼은 홀을 한참 지나 5미터 정도에 멈쳤다. 이제는 오히려 장하나가 파 세이브를 하기 쉽지 않아 오히려 불리한 위치. 그러나 역시 승부사답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파 세이브를 성공시킴으로써 스타성을 보여주었다.

연장 두 번째 홀, 두 선수 모두 긴장을 조금 푼 듯 무난한 티샷 후 다니엘 강이 먼저 세컨샷을 홀 2미터 조금 넘는 거리에 떨구는 절묘한 아이언 샷을 선보였다. 장하나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샷이었고, 역시나 그의 세컨샷은 홀 오른 쪽 4미터가 넘는 위치에 떨어져 이제는 다니엘 강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 

장하나의 버디 퍼트는 홀컵 오른쪽을 살짝 비켜가 파에 그쳐 이제 다니엘 강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 경기는 끝나는 상황. 장하나는 다니엘 강의 볼이 연장 첫 번째 자신이 했던 위치보다 더 가까워 버디를 할 것으로 믿고 파 퍼트를 한 후에는 갤러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응원해준데 대한 감사의 세리머니를 보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17번홀 행운을 불러오듯 장하나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주었다. 다니엘 강의 2미터 남짓한 내리막 퍼팅은 홀컵 오른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극도의 긴장속에서 오는 퍼팅미스. 다니엘 강은 볼이 홀컵으로 굴러 스쳐 지나갈 때 순간 들어가는 줄 알고 두손을 하늘로 뻗어 올려 승리를 자축하는 세리머니를 하려다 아쉽게 빠지자 그만 더 이상 들어 올리지 못하고 멈추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장하나는 순간 ‘아 이제 우승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마치 지옥을 갔다 돌아온 느낌이랄까. 

세 번째 연장전은 홀을 바꿔 파4, 10번홀. 예상한대로 장하나는 거침없는 드라이브 샷을 한 후 다니엘 강이 먼저 세컨샷 한 볼이 홀과 5미터 정도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 있게 홀 1미터에 붙여 후반 내내 추격전을 벌이다 연장 세 번째 홀 까지 이어지는 긴 승부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열정에 넘치는 부산 갤러리들의 열화같은 응원 속에 리그를 대표하는 두 강한 멘탈 소유자의 연장전 맞대결은 위기와 기회상황에서 최고의 샷과 퍼팅을 주고받으며 극적 긴장감을 높여 그야말로 스릴 넘치는 한편의 골프 드라마였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9-10-30 07: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