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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골프칼럼] 매치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준 이형준과 서요섭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 플레이 결승전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
김종석 news@golfhankook.com
▲2019년 KPGA 코리안투어 제10회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다툰 이형준, 서요섭 프로.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최근 한국 남자 프로골프는 최고의 흥행을 누리는 여자 대회와 달리 대회수도 줄어들고 팬들도 떠나 침체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지난 6월 9일 끝난 제10회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이형준(27)과 서요섭(23)이 벌인 결승전은 남자 골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에 충분했다.

2018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200대 골프장 98위를 차지한 신흥 명문 골프장에서 두 선수는 최고의 기량과 담력으로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골프의 매치 플레이가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며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인 흥미를 더해 오랜만에 골프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두 선수의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우승을 다투는 결승전은 사실상 한쪽으로 기운 싱거운 게임으로 예상됐다. 이형준은 앞서 통산 4승을 거두었고 더구나 2015년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경험이 있는 반면에 서요섭은 4년차로 아직 우승이 없고 지난해 상금순위도 78위여서 누구나 쉽게 승부를 점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승부는 겨뤄봐야 알고 더구나 매치 플레이는 평소의 실력은 물론이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심리상태 등 18홀 동안의 변화무쌍한 변수들에 의해 경기가 좌우되는 만큼 예측이 어려운 것이 바로 매치 플레이의 묘미다. 

초반은 예상대로 경험이 풍부한 이형준이 기선을 제압하며 전반 5홀까지 3홀차를 앞서갔다. 서요섭은 처음 결승무대에 오른 긴장감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세 홀을 내줬지만 중반부터는 지더라도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자는 듯 한 홀씩 따라 잡으며 8번 홀에서는 이형준 보다 먼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드디어 올스퀘어(all square, 비김)를 만들었다.

이후 9번 홀부터 17번 홀까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한 홀씩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며 승부의 추가 쉽게 기울어지지 않았다. 우승경험이 있는 이형준의 노련함과 겁 없는 신예 서요섭의 패기가 맞부딪히는 일진일퇴의 공방이었다.

8번 홀 승리로 분위기를 전환한 서요섭은 여세를 몰아 10번 홀에서 한 홀 앞섰고 이형준은 이에 뒤질세라 11번 홀에서 곧바로 따라잡았다. 이어진 12번 홀에서는 서요섭의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나 카트 길 옆에 떨어져 이형준이 손쉽게 한 홀 앞섰으나 뒤이은 13번 홀에서 서요섭은 곧바로 버디로 만회하였다. 

서 선수의 카트 길 옆 잔디에서의 세 번째 샷은 볼의 라이가 약간 언덕 아래쪽을 향하고 있어 바로 앞의 높은 언덕을 넘겨 그린에 올리기는 상당히 어려운 샷 이었으나 절묘하게 띄워 쳐 그린 가장자리에 올려놓는 뚝심을 보여 주었다.

다시 이형준이 15번 홀에서 먼 거리의 쉽지 않은 파 퍼팅을 성공시켜 승리하자 서요섭은 사우스케이프오너스 시그니처 홀인 바다를 가로지르는 파3 16번 홀에서 핀 가까이에 붙이는 그림같은 샷으로 이 홀을 가져감으로써 다시 한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신예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두 선수는 마침내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18번 홀에 들어섰다. 이형준은 지난 두 번의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여 이번에는 꼭 우승을 하겠다는 의욕과 18번 홀의 특성을 알고 있었고 서요섭은 처음 결승에 올라 자신보다 월등한 성적을 거둔 선수와 조금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줌으로써 잘하면 우승도 할 수 있겠다는 의욕으로 마지막 홀 티샷에 임했을 것이다.

정규 라운드 18번홀과 이 홀에서만 세 차례 치러진 연장전은 이번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서요섭은 장기인 드라이버 장타를 앞세워 투온을 시도, 홀과는 다소 먼 그린 끝 쪽에 올렸고 이에 질세라 이 선수 역시 투온을 시도 했으나 그린 우측 벙커에 빠져 일단은 서 선수가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골프에서 늘 그렇듯 볼이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해서 반드시 지란 법은 없다. 이 선수는 과감하게 홀에 직접 넣겠다는 마음으로 조금 지나치게 벙커샷을 구사했다. 긴장된 순간의 벙커샷 치고는 대담하고 잘 친 샷이었다.

서 선수는 10m가 넘는 먼 거리의 이글 퍼팅을 시도했지만 홀을 지나쳐 이 선수 볼 보다는 조금 가까운 위치에 멈췄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 먼저 넣으면 그 보다 홀에 가까운 사람은 오히려 부담을 느껴 실수하기 십상이다. 이 선수는 회심의 미소를 띠며 먼저 약 4미터 거리의 버디 퍼팅을 시도했으나 홀 왼쪽을 지나갔다. 

서 선수는 이제 이 퍼팅을 넣으면 첫 우승이라는 영광과 기쁨을 누린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여 버디 퍼팅을 노렸으나 이 선수보다는 조금 아슬아슬하게 홀 왼쪽을 스쳐 지나갔다. 이때 이 선수는 서 선수의 볼이 홀과 약 40cm 정도의 거리였지만 후하게 컨시드를 주었다. 보통의 선수라면 결승전 마지막 홀이기 때문에 상대의 실수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 끝까지 플레이를 요구할 법도 한데 연장전에서 정정당당하게 이기겠다는 대범함을 보여주었다.

서 선수가 앞으로 더 빨리 대성하기 위해서는 이 선수가 버디 실패한 후 3미터 정도 남은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는 클러치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드디어 두 선수는 처음 가졌던 예상을 깨고 정규라운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번 째는 이전 18번 홀의 데자뷰였다. 두 선수의 티샷이나 세컨 샷이 거의 같은 위치에 떨어졌다. 두 선수 다 투온을 시도, 이 선수는 벙커에서, 서 선수는 그린 끝 부분에서 각각 세 번 째 샷과 퍼팅을 하였는데 이전에 홀을 지나친 경험 때문인지 우연의 일치로 두 선수 모두 홀에 못 미치는 버디 거리를 남겼다.

이 선수는 약 5m거리의 버디 퍼팅을 시도했지만 홀 오른쪽 옆을 살짝 지나쳤고 서 선수는 약 4m 정도의 버디 퍼팅이 홀 왼쪽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60cm 정도에 멈췄다. 그러나 이 선수는 또 한 번 통 크게 컨시드를 주고 웃으며 연장 2차전을 시도하였다. 아마 대부분의 선수 같으면 이런 정도의 거리에서는 컨시드를 주지 않는데 이 선수는 상대의 실수보다는 기어코 자신의 버디로 우승을 하려는 듯 놀라운 은혜를 베풀었다.

연장 두 번째, 이번에는 두 선수의 티샷 떨어지는 방향이 서로 반대였다. 역시 투온을 시도, 이 선수 볼은 그린 중앙에 떨어지고 서 선수 볼은 핀을 직접 겨냥하다 조금 못 미쳐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다. 이제는 두 선수 볼 위치로 볼 때 이 선수가 승리 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서 선수는 조금 높은 턱의 벙커에서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홀 1m 가까이 붙여 놓았다. 서 선수로서는 비록 볼의 위치가 불리하더라도 최고의 샷을 보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겨뤄보겠다는 각오로 인생 샷을 한 듯 보였다.

이 선 수는 5m 정도의 이글 퍼팅을 남겨뒀지만 상대가 워낙 벙커에서 놀라운 샷을 보여줌으로써 조금 위축된 듯 홀에 못 미치는 약 70cm 정도의 거리를 남겨 두고 말았다. 서 선수는 약 1m 정도의 버디퍼팅을 성공 시킨 후 이전 홀에서의 컨시드에 대한 보답으로 오히려 자신이 받았던 컨시드보다 더 먼데도 불구하고 아주 통 크게 컨시드를 주어 페어플레이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역시 골프는 볼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선수가 아주 멋진 샷을 하게 되면 상대 선수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실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매치 플레이에서는 상대보다 볼이 안 좋은 곳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불리한 위치에서 최고의 샷을 보이면 설령 안 들어 가더라도 상대에게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게 된다.

연장 세 번째, 여기서 연장전 두 번 패배의 경험이 있는 이 선수와 처음 우승에 도전하는 서 선수의 희비가 갈렸다. 서 선수는 방금 전의 어려운 벙커샷으로 홀을 비긴데 대한 자신감이 과했는지 티샷이 그만 페어웨이 우측을 크게 벗어나 깊은 풀숲에 빠졌다. 이 선수의 티샷은 페어웨이 우측 러프에 떨어졌지만 볼이 조금 잠긴 정도였다. 

두 선수 모두 네 번 다 투 온을 노릴 정도로 담력은 대단했다. 이런 연장 승부의 긴박한 상황에서는 기세 싸움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컨시드를 주고받을 때는 서로 웃으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지 않으려는 기 싸움이 팽팽했다. 서 선수의 볼은 선수 자신도 정확한 위치를 모를 정도로 풀이 우거져 도저히 쳐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역시 패기와 담력으로 무장한 서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강력한 샷으로 쳐내 페어웨이 반대편 끝자락으로 레이업 하는데 성공했다. 이 선수도 볼이 조금 잠긴 상태라 투온을 노리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였으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3번 우드로 공략하여 그린 앞에 잘 떨궜다. 서 선수의 세 번째 샷은 그린 우측 벙커에 빠졌다. 

서 선수가 먼저 한 타 부족한 상황에서 회심의 벙커 샷을 날렸으나 홀을 길게 지나쳤고 이 선수의 세 번째 샷 역시 홀을 한참 지나치는 미스 샷이었다. 두 선수 모두 연장 3차전까지 오면서 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진 데서 오는 결과일 것이다. 이 선수가 마침내 투 퍼팅으로 파를 하면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고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두 번 우승하는 매치 킹이 되었다.

네 번의 18번 홀 플레이는 왜 이형준 선수가 매치 플레이의 강자인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상대가 자신보다 비거리가 긴 장타자이거나 페어웨이를 벗어난 깊은 러프에 볼이 떨어지면 안전하게 끊어 가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는데 조금도 망설임 없이 기어코 투 온을 시도하여 상대의 기를 꺾으려는 강한 집념과 승부 근성을 아낌없이 보여 주었다. 물론 전제는 기본기가 충실히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서 선수는 비록 패했지만 노련한 매치 플레이의 강자인 이 선수와 기량과 담력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고 페어플레이로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 주었다. 다만 한 발 부족한 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서 선수는 아마 가까운 장래에 우승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과 정신력을 갖췄다.

두 선수가 펼친 결승전은 매치 플레이의 치고받는 격렬함과 상당한 거리의 컨시드를 주고받는 페어플레이로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를 보여줌으로써 남자 골프가 다시 한 번 부흥할 수 있는 커다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2019년 KPGA 코리안투어 제10회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형준 프로. 사진제공=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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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날짜 : 2019-06-13 07: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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