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2004년 타이거 우즈와 얼 우즈. (아래) 2018년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모습.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마지막 18번 홀에 오면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어요. 계속 '이봐, 아직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날 수 있잖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지긋지긋한 부상을 딛고 5년 만에 챔피언 퍼트에 성공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우승 인터뷰에서 투어 챔피언십 72번째 홀을 돌아보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9월 24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는 나흘 내내 끝이 보이지 않는 구름 갤러리들이 타이거 우즈와 함께했다. 특히 3라운드에서 최전성기 경기력을 선보이며 단독 선두로 나서자 최종 라운드에선 우즈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먼저 홀아웃한 2위 빌리 호셸(미국)에 2타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둔 타이거 우즈. 15, 16번홀 연속 보기 이후 17번홀에서 다시 티샷이 왼쪽 러프로 빠지면서 한 차례 위기를 겪었으나 파로 막아냈다. 이어 우즈의 18번홀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에 떨어졌고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우즈는 무난하게 3온에 성공했다.

타이거 우즈는 "공이 18번홀 그린 위에 올라갔을 때 (캐디) 조 라카바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우승하게) 될 줄 알았다"면서 비록 후반 보기로 1오버파 스코어를 작성했으나 "(힘겨웠던 순간을 포함해) 모든 것이 좋았다"고 답했다.

마지막 파 퍼트를 넣은 후 우즈가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자, 갤러리들도 두 손을 들고 우렁차게 환호했다. 그리고 우즈는 동반 플레이한 동료이자 절친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포옹하고, 이어 오랫동안 자신 곁을 묵묵히 지키면서 빛내준 캐디 조 라카바와 격하게 껴안았다. 라카바를 바라보는 우즈의 표정이 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듯했다.

네 번의 허리 수술과 힘겨운 재활, 약물 운전 등 지난 2~3년간 골프선수로서 명성이 바닥까지 추락했던 타이거 우즈는 올해 초 PGA 투어에 정식 복귀한 뒤 최종전 우승으로 화려한 부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즈는 "올해 초만 해도 우승은 무리한 요구였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스윙을 찾고 모습을 갖춰가면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긴 기다림 끝에 샘 스니드에 이어 PGA 투어에서 역대 두 번째로 80승을 돌파한 우즈는 "많은 일을 겪은 후 내가 다시 해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감격해 하며 "5년 동안 79승에 멈춰 있었다. 80승에 도달하니 상당히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2014년부터 허리 부상에 시달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타이거 우즈는 "힘들었다. 특히 지난 2년여 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며 "주위 모든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즈는 "몸이 만신창이였다. 최악의 순간엔 내가 다시 진통제 없이 살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골프는커녕 허리와 다리 통증 때문에 앉지도, 걷지도, 눕지도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날 18번홀에는 수많은 팬들뿐 아니라, 데이비스 러브 3세, 맷 쿠처, 잭 존슨, 리키 파울러 등 동료 골퍼들이 우즈를 맞았다. 클럽하우스에선 미리 경기를 마친 저스틴 토머스, 브라이슨 디섐보, 토미 플리트우드 등이 돌아가지 않고 우즈의 우승을 끝까지 지켜봤다.
우즈는 "가까운 이들은 내가 힘겨워 하는 것을 지켜봤다. 아주 가까운 몇몇 친구들이 이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타이거 우즈의 재기에 힘을 준 것은 11살 딸 샘과 9살 아들 찰리다. 자신의 전성기를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골프선수 아빠의 능력을 직접 보여주길 원했던 우즈는 "이젠 아이들이 아빠가 골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됐을 것 같다"며 "내가 골프를 치면서 아파한 것을 본 아이들에겐 오랫동안 골프가 고통과 동일시됐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도 골프에서 기쁨을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즈는 2006년에 작고하기 전까지 영광의 순간을 늘 함께했던 부친 얼 우즈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오늘 나를 보면 매우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