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수 년 전 만해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스포츠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테니스의 여신’ 마리아 사라포바와 ‘천만달러 소녀’ 미셸 위였다.

그랜드슬램 대회인 윔블던오픈에서 속살이 보이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파란 잔디 코트를 사뿐사뿐 누비는 사라포바의 모습은 하늘에서 학이 내려온 것처럼 그리스의 여신이 소생한 것처럼 아름다웠다. 특히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하면서 외치는 그녀의 이상야릇한 괴성은 전세계 남성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녀의 한 동작, 한 동작에 전세계가 환호했고, 대회에 입고 나온 옷마다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13살에 LPGA에 출전한 골프천재소녀 미셸 위, 호쾌한 장타로 PGA에 초청돼 남성들과 겨루며 돌풍을 일으켰던 그녀였지만, LPGA 투어에서는 명성에 맞는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그냥 아침 안개처럼 사그라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180센티가 넘는 늘씬한 키에 동양적 외모의 패셔니스타 골퍼의 인기는 지금도 대단하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챔피언조보다 더 많은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닌다. 현지 유명 스포츠용품점에는 미셸 위의 화보가 영화스크린만한 벽 한 면을 다 차지하고 대회에 입었던 골프웨어는 없어서 못 살 판이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LPGA 투어 멤버들 가운데 한국인 패셔니스타를 뽑으라면 유소연프로를 뽑고 싶다. 7년 전 페이스북 친구 때부터 지켜본 유소연프로는 골프는 물론 팬서비스에서도 프로패셔널이었다.
연예인처럼 대회에 맞는 그녀만의 의상을 선택해 입고 대회기간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 날 중계 중에 미국 골프채널 앵커우먼이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는 그녀를 몇 번씩 클로즈업하며 하던 말이 생각난다.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유소연의 모습 정말 엘레강스하다.”

지난주에 펼쳐진 2018 기아클래식 셋째 날. 다니엘 강프로와 한 조가 된 유소연프로는 전반에서만 3타를 잃었다. 후반 들어 3개의 버디를 하며 우승의 희망을 살리나 싶었는데, 15번 홀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타이트한 짧은 치마를 입은 유소연프로가 티샷을 할 때 아랫배에 너무 힘을 주었는지 치마 뒷단에 있는 지퍼가 터졌다. 갤러리들은 웅성거리고 방송 카메라는 포커스 하는데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허둥지둥 15번 홀을 마친 후 16번 홀 티박스에서 옷핀으로 터진 지퍼를 꿰매느라 10분이나 경기를 지연시켰다. 터진 곳이 신경이 쓰여 집중이 안 됐는지 결국 17번 홀에서는 더블보기를 하였다.
 
2017년 LPGA에서는 선수들에게 엄격한 드레스코드를 적용한다고 발표하였다. 가슴이 깊이 파인 상의 착용을 금지하고 레깅스는 치마바지나 스커트를 받혀 입을 경우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스커트는 속바지를 입었을 때에도 서있을 때나 몸을 구부릴 때 모두 엉덩이 부분이 가려져야 한다.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계스타는 물론 스포츠스타에게도 팬서비스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언젠가 방송앵커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펑산산을 인터뷰를 하면서 ‘당신은 왜 얼룩소무늬 골프웨어를 즐겨 입느냐?’라고 물었을 때 펑산산이 대답했다.
“팬들이 좋아해서요. 팬들이 좋아해서 이 옷을 입습니다.”
 
LPGA 지도부는 누구를 위하여 시대착오적 드레스코드를 만들었을까? 선수들을 위해서? 아니면 팬들을 위해서?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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