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막식. 사진=박인비의 인스타그램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대한민국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인 2018 평창 올림픽이 9일 강원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막을 올렸다.

개막식 무대에는 동계 스포츠뿐 아니라 한국의 스포츠사에 금자탑을 세운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행사 초반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공연이 끝나자, 하얀색 전통 의상과 갖가지 색깔 모자를 쓴 한국 스포츠 영웅 8인의 손에 들려 대형 태극기가 스타디움에 들어섰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녹색 모자를 쓴 박세리. ⓒAFPBBNews = News1


태극기를 손에 든 8명은 한국 썰매 개척자 강광배, 영원한 골프 여왕 박세리,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 '우생순' 신화를 쓴 핸드볼 전설 임오경, 프로야구 홈런왕 이승엽,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남자 유도 금메달 하형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황영조,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양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서향순이 그 주인공이다.

추운 날씨에도 환한 미소로 손인사를 건넨 박세리는 한국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대거 활약하는 데 발판을 놓은 개척자다. 한국 선수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멤버로 이름을 올렸고, 한국을 너머 아시아의 수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박세리는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20세의 나이로 처음 미국으로 건너가 1998년 LPGA 투어에 데뷔해 그 해 메이저대회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제패하고 신인상을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LPGA 투어에서 통산 25승(메이저대회 5승 포함)을 거뒀다. 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에서는 한국 여자 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후배들을 이끌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성화 점화하는 김연아. ⓒAFPBBNews = News1


개막식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2018 평창 올림픽을 빛낼 '열정과 평화의 불꽃'이 한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스포츠 영웅들의 손을 거쳐 마침내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을 밝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 성화를 다시 밝힌 이는 예상대로 '피겨퀸' 김연아였지만, 이날 올림픽스타디움 성화봉송에 '골프여제' 박인비가 깜짝 등장했다.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성화 점화는, 지난해 10월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채화돼 11월 1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후 100일간 이어진 성화봉송을 돌아보며 시작됐다.

영상을 통해 거북선, 해상 케이블카, 강강술래, 로봇, 짚와이어 등 한국의 문화와 지역의 특색을 살린 각종 성화봉송 장면이 주제가인 '렛 에브리원 샤인(Let Everyone Shine)'과 함께 흘렀다. 골프스타 전인지와 이보미도 뜻 깊은 성화봉송에 동참한 바 있다.

2,018㎞, 7,500명을 거쳐 온 여정을 되짚고 나서 스타디움에는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이 성화를 들고 등장했다.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천천히 스타디움을 뛴 전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에게 성화를 전달했다.

박인비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성화를 들고 간 곳에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안정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정환에게 성화를 건넨 박인비는 감동의 눈물을 닦았다.

안정환의 손에 들린 성화는 '달항아리'를 형상화 한 성화대 아래 슬로프의 시작점으로 향했다. 여기엔 우여곡절 끝에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와 정수현이 서 있었다. 두 선수가 성화를 전달받자 슬로프엔 빛이 밝혀지고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로 연결되는 계단이 드러났다. 박종아와 정수현은 함께 성화봉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계단 끝에는 최종 점화자 '피겨 여왕' 김연아가 스케이트를 신은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보석으로 장식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우아한 몸짓을 선보인 김연아가 얼음꽃 모양의 점화 지점에 불을 붙이자 30개의 링을 타고 솟아오른 불꽃이 달항아리 안에서 타올랐고, 축포가 터지면서 평창 올림픽의 개막을 알렸다. 30개의 링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부터 평창까지 30년을 상징한다.

박인비는 이날 개막식 행사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공개했다.

박인비와 남편 남기협 코치. 사진=박인비의 인스타그램


박인비는 2015년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선수로는 7번째로, 아시아인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을 달성했다. 또한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한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그는 전 세계 남녀 골프를 통틀어 유일하게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인면조. ⓒAFPBBNews = News1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인면조와 드론 오륜기다.

인면조는 말 그대로 사람 얼굴을 한 새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고구려의 덕흥리 고분벽화에는 인면조 ‘천추(千秋)’와 ‘만세(萬歲)’가 위 아래로 그려져 있는데 천년만년을 뜻하는 천추, 만세는 인간의 무한 장수를 기원하고 소망하는 용어다.

또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오륜은 1,218개의 무인기(드론)가 완성했다.

하늘에 떠 있던 수많은 드론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올림픽스타디움과 떨어져 있는 슬로프 상공에서 스노보더를 형상화했다. 동시에 슬로프에서 대기 중이던 100여 명의 스키어가 열을 지어 내려왔다.
이어 스노보더 5명이 횃불을 들고 내려와 바닥에 힘차게 내리꽂자 이들 주위로 오륜 모양의 폭죽이 터졌고 동시에 드론은 오륜 모양으로 바뀌어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하지만 개막식이 끝난 뒤 인면조와 드론 오륜기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 공연의 인면조 연출에 대해 실제 벽화를 구현한 참신하다는 호평과 다소 조악한 모습과 직접적으로 알 수 없는 의미라는 혹평이 공존한 반면, 놀라웠던 드론 오륜기는 찬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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