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실험에서 첫 번째 샷(위)과 500번째 샷 이후(아래). 출처=유럽프로골프 투어 트위터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올 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무려 20개의 홀인원이 쏟아졌다. 대회당 1개꼴로 홀인원이 나온 셈인데, 이는 2013년 13개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역대 한 시즌 최다 홀인원 기록이다. 한 대회에서 3개의 홀인원이 나온 것도 두 차례나 있었다.

특히 이형준(25)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카이도 투어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0타를 확정 지은 마지막 18번홀(특이하게도 3번홀) 홀인원은 올해 KPGA 투어 최고의 샷인 ‘베스트 샷’으로 선정됐다.

남자 투어보다 대회가 좀 더 많았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2017시즌 27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이 중 이효림(29개 대회 출전)과 양채린(30개 대회 출전)은 홀인원을 2개씩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라운드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골퍼가 몇 차례 홀인원 손맛을 느낀 행운의 사례도 있지만, 투어 프로가 작심하고 달려들어도 잘 되지 않는 게 홀인원이다. 이 때문에 홀인원에는 천우신조가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올해 주말 골퍼들 입에 오르내린 이슈 중 유럽프로골프 투어가 진행한 흥미로운 ‘홀인원 실험’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골프 홀인원에 대한 확률은 시기와 국가에 따라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다.

지난 10월 유럽 투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10만분의 1, 프로 선수의 경우엔 2,500분의 1이라고 한다"며 "유럽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에두아르두 몰리나리(이탈리아)가 이 확률에 도전했다"고 소개했다.

145야드 거리의 파3 홀에서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총 500번. 함께 공개된 동영상에서 몰리나리의 첫 번째 샷은 가볍게 날아가 핀 앞쪽 30cm 안에 붙었고, 그는 아쉬운 듯 얼굴을 감쌌다. 처음부터 탭 인 버디 거리여서 홀인원은 금방 이뤄질 듯한 분위기였다.
다시 치고, 다시 치고를 반복해 74번째 샷은 홀을 살짝 비켜 10cm 가까이 갔다. 153번째 샷은 그린에 떨어지지 않고 홀컵 안으로 그대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또 때리고 때려 271번째 샷 역시 컵을 맞고 나왔다. 361번째 샷도 420번째 샷도 10~20cm 근방.

해가 저물 무렵 날린 마지막 500번째 샷은 핀 근처 약 1m에 떨어졌고, 몰리나리는 벌렁 드러누웠다. 거의 12시간이나 걸려 샷을 날렸지만, 결국 한 번의 에이스도 기록하지 못했다.

홀인원 실험을 끝낸 몰리나리는 "거의 울 뻔했다. 온종일 9번 아이언으로 샷을 날렸지만 하나도 넣지 못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프로 선수의 홀인원 확률이 최소한 500분의 1은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테스트였다. 이를 보고 위안을 삼는 주말 골퍼들도 있을 것이다.

36세 에두아르두 몰리나리는 세계랭킹 300위권에 있는 선수로, 2006년 프로로 전향해 유럽 투어 3승 외에도 2009년 일본 JGTO에서 1승, 유럽 2부투어에서도 5승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홀인원에 중요한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이 궁금해진다. 몰리나리의 2017시즌 그린 적중률은 67.14%로, 유럽 투어 110위에 해당한다. 즉 그의 아이언 정확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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