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LPGA 올해의 선수상을 들고 있는 유소연.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시즌 처음 시작할 때는 올해의 선수상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중반 지나면서 성적이 좋아지자 마음에 두게 됐다.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되는 일이라 너무 영광스럽다."

19주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등 올해 골프선수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유소연(27)이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1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2승을 거뒀고, 톱10에도 12회나 이름을 올렸다. 한 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차지한 데 이어 박성현(24)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도 공동 수상하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LPGA 투어에서 상금왕이나 베어트로피, 신인상보다 늦게 수여되기 시작한 ‘올해의 선수상’은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을 입증하는 귀한 선물이다. 지난 1966년 캐시 휘트워스(미국)가 이 상을 처음 받은 이래 공동 수상자가 나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앞두고 올해의 선수 포인트 부문에서 1위 유소연(162점), 2위 펑샨샨(159점), 3위 박성현(157점), 4위 렉시 톰슨(147점)이 수상 가능한 선수로 압축됐고, 이들 넷 중에서 최종전 우승자가 나오면 올해의 선수가 확정될 수 있었다.
우승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를 예상해 LPGA가 수치적으로 제시했던 몇 가지 시나리오에서, 유소연은 10위 안의 성적을 거둘 경우, 펑샨샨은 8위 안, 박성현은 6위 안, 톰슨은 우승시에만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결정된 유소연의 올해의 선수상 수상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지난달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대회 때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한 유소연은 최종전을 앞두고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LPGA와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기권으로 시즌을 마치는 것보다 시즌 이후 휴식기도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출전을 감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끝난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부상 투혼을 보여준 유소연은 나흘 내내 중하위권을 맴돌다 공동 30위를 기록했다.
올해의 선수상 경합을 벌이던 톰슨과 박성현에 비해 한참 낮은 순위로 경기를 먼저 마치고 돌아가려던 유소연을 LPGA 관계자가 붙잡았다. 수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알려주며 기다리라고 한 것. 결국 마지막 홀 퍼팅 실수로 톰슨이 다 잡은 우승을 놓치면서 공동 수상 가능성이 현실화했다.

박성현과 함께 올해의 선수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LPGA 공식 기자회견에 자리한 유소연은 "LPGA 직원 중 한 분이 '올해의 선수상을 탈 가능성이 있으니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면서 "이번 최종전에서 정말 안 좋은 경기를 해서 믿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회장을 조금 배회하며 기다리다가 공동 수상자가 된 것을 알았다"면서 "어색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유소연은 영광스러운 이 상에 대해 기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시즌 중반 올해의 선수상을 타는 게 목표였는데, 그것을 이뤘다. 또 올해 2승을 했고 한동안 세계랭킹 1위도 해봤다"면서 "내가 경기를 잘하고 건강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유소연은 "솔직히 지난 화요일에는 어깨 통증이 꽤 심했다. 고통 때문에 이번 대회를 기권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면서 "올해의 선수상과 CME 글로브 포인트를 놓고 경쟁하지 않았다면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올해의 선수상) 트로피는 내가 경기에 나서도록 한 유일한 이유"라며 "72홀을 모두 마쳤고 이 놀라운 트로피를 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싸움에서 엄청난 자극이 됐음을 설명했다.

금의환향한 유소연은 곧바로 경북 경주로 가서 2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들의 벌이는 대항전이다.

"그랜드슬램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이고, 내년에는 더 많은 우승도 하고 더 열심히 해서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낸 유소연은 이 챔피언스트로피를 마치고 다음 시즌까지 한 달 가량 국내에 머물면서 개인적인 시간도 보내고, 부상 회복과 체력 훈련에 전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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