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슨.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의 72번째 홀 그린에서 파 퍼트를 남겨둔 렉시 톰슨(미국)은 약 50cm 퍼팅을 홀에 꽂을 수 있다면, 우승 상금 50만달러와 보너스 100만달러(CME 글로브 포인트 1위), LPGA 올해의 선수, 베어 트로피(최저 평균타수 1위)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애 처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도 등극할 수도 있었다.

현장에 있던 갤러리나 골프 관계자들, 전 세계 TV중계를 지켜보는 팬들은 톰슨의 퍼팅이 들어갈 거라는 생각을 갖고 이를 숨죽여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의 퍼터에서 살짝 빗맞은 공은 홀 우측 가장자리를 타고 지나갔다. 순간 톰슨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는 서둘러 보기로 마무리했다.

챔피언조에서 뒤따르던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 17,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면서, 톰슨은 다 잡았던 시즌 세 번째 우승트로피와 올해의 선수를 놓쳤다.


미국 여자골프의 간판스타로 성장한 톰슨

1995년 2월 출생인 알렉시스 톰슨은 만 22세로, 현재 미국 여자골프의 최강자(세계랭킹 4위)다. 키 183cm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평균 드라이브 거리 273.79야드)를 때리는 그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쇼트게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꾸준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올 시즌 투어에서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가장 높았고(그린 적중률 77.71%), 약점으로 지적됐던 어프로치나 퍼팅도 최고 수준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마치 골프채가 부러질 듯이 내리꽂는 샷과 특유의 피니시 동작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12세 때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역대 최연소로 출전 자격을 얻으며 골프신동으로 주목 받았고, 2010년 15살에 프로에 데뷔했다. 2011년 9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비스타 LPGA 클래식에서 16세 7개월 8일로 우승, 당시로는 LPGA 투어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갱신했다. 이후 2012년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올해 거둔 2승을 포함해 개인 통산 9승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2014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재 ANA 인스퍼레이션)이 유일하다.


누구보다 다사다난했던 2017시즌

올해 톰슨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한국 팬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장면 역시 지난 3월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예상하지 못한 4벌타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경기하는 모습이다. 대회 마지막 날 2위와 큰 타수를 벌리며 단독 선두를 질주해 우승이 유력했던 톰슨은 전날 3라운드에서 발생한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서 4라운드 도중 4벌타를 받았다. 결국 연장 끝에 유소연(27)에게 우승컵을 넘겼다.

또 올해 개인적인 아픔도 있었다. 지난 5월 엄마 주디 톰슨이 자궁암 판정을 받은 탓에 대회에 집중하지 못했다. 톰슨이 올해 다른 선수들보다 2개 이상 적은 21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이 영향도 있었다. 6월 열린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는 출전 직전까지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어머니의 곁을 지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톰슨은 많은 아픔 속에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벌타 논란도 프로답게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어느 때보다 거셌던 한국 선수들의 합세에도 밀리지 않고 최고의 경기력을 펼쳤다. 시즌 막판에 평균 타수 1위를 놓고 세계랭킹 2위 박성현(24)과 맞붙었지만,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다. 첫날 중위권으로 출발해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려 베어 트로피와 CME 글로브 최종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 선수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한 톰슨이 내년 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태극낭자들과 어떤 대결을 만들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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