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최나연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최나연(30)이 22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5위에 올랐다.

최나연이 ‘60대’ 타수를 적어낸 것은, 지난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 이후 석 달 만이다.

2012년 11월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이후 한동안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최나연은 2015년 시즌 2승을 달성하며 부활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그 해 가을부터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때 추운 날씨에 허리 부상이 재발한 게 화근이 됐다. 최나연은 생애 처음 3승 이상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아픈 허리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하지만 통증 탓에 스윙이 나빠졌고, 나빠진 스윙은 허리 부상을 악화시켰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최나연은 지난해 상금랭킹 55위(34만8,444달러)에 이어 올해 140위(3만3,743달러)위까지 떨어졌다. 세계랭킹도 현재 171위까지 밀렸다.

3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최나연은 22일 첫날 경기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에서 “어제 이벤트성 경기인 챌린지 매치가 있었는데, 100여 명의 갤러리가 있는 상황에서 샷을 하려니 너무 떨리더라”며 “이벤트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긴장해서 그 게임을 마치고 심리 선생님과 2시간 반 정도 대화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보다는 덜했지만 오늘도 너무 오랜만에 국내 대회 출전이고, 많은 분들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시다 보니 많이 떨렸다”고 말했다.

1번홀부터 시작해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4개를 골라내고 후반 들어 11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한 최나연은 “의외로 경기가 전반에 잘 풀려서 거의 1년 반 만에 편한 경기를 했다”며 “10번홀 이후로 티샷이 흔들린 것이 사실이지만 캐디와 계속 얘기하면서 마음을 추슬렀고, 덕분에 큰 실수 없이 라운드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나연은 서슴없이 슬럼프라는 사실을 밝혔다. "굉장히 힘든 건 사실"이라는 그는 "처음엔 슬럼프가 왔을 땐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자꾸 약해졌다.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내려놔야 된다’는 말이었다”며 “나는 이대로 끝날 선수라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밝혔다.

내성적이고 자신에 엄격한 최나연의 성격은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는 "다른 선수가 10개를 한다면 난 50개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 성격"이라면서 "내게 더 관대했더라면 슬럼프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친구인 박인비 선수의 슬럼프를 옆에서 지켜봤을 때는 어땠는가’라는 질문에 최나연은 “인비는 저와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 인비는 주변을 신경 안 쓰고 낙천적인 성격이다”면서 “박인비 선수한테 골프가 안 된다고 투정을 부리면, 항상 돌아오는 말이 '그냥 쳐, 넌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였다”고 돌아봤다.

지금은 슬럼프에서 빠져나가는 중이라고 밝힌 최나연은 "슬럼프 동안 성적과 관계없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갤러리에게 많은 힘을 받았다. 경기 중에라도 옆에서 응원해주시면 잠시라도 눈 마주치고 인사를 드렸다. 잠시 골프를 잊고 현재의 상황을 즐기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웃었다.

최나연은 티샷이 좋지 않으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냥 쇼라고 생각하고 드라이버를 부담 없이 펑펑 쳤더니 다음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고백했다.

이날 시즌 3승씩을 거둔 ‘대세’ 이정은(21), 김지현(26)과 같은 조에서 경기한 최나연은 “김지현 프로가 '언니 오랫동안 잘하려고 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 언니가 조금 더 마음 편히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말을 해서 고마웠다. 6년 전에 제 팬이여서 싸인을 받았다는 김지현 선수를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제 팬이라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며 “'후배들이 생각하는 최나연은 이런 모습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최나연은 1라운드 때 어드레스를 하기 전에 꼭 하늘을 쳐다봤다. 누군가가 "왜 땅만 보냐"고 지적해줬기 때문이다. 평소에 고개를 숙이고 걷는 버릇이 있던 그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일부러라도 웃으면서 하늘을 봤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고 했다.

최나연은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골프를 떠나 인간 최나연을 위해서라도, 지금 시기에 겪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싶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느낀 건 주변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욱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끝까지 투어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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