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회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조던 스피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올해 디오픈은 다소 싱겁게 지나갔다.
지난 21~24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GC에서 열린 제145회 디 오픈은 당초 예상과 달리 세계 최고 메이저대회의 명성에 걸맞는 극적인 화제나 에피소드 없이 조던 스피스(24)의 우승으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미국의 모범청년 조던 스피스는 첫 라운드부터 1위로 나선 뒤 이변을 허용하지 않고 마지막 라운드까지 1위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냈다. 4라운드 중 한 홀에서 미국의 맷 쿠처(39)에게 선두를 내 주었지만 곧바로 버디로 만회하며 결국 쿠처를 3타 차이로 따돌리고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었다.

조던 스피스를 제외하곤 화제를 몰고 다닌 인물이 보이지 않았고 긴장감 넘치는 순간도 없었다.

조던 스피스로선 201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을 잇달아 제패한 뒤 2년 만에 세 번째 메이저에서 우승, 1963년 잭 니클라우스(당시 23세 6개월)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3승을 달성하는 영광을 안았으니 생애 가장 극적인 승리였다.

27일로 만24세가 된 스피스로선 2000년 24세 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보다 6개월이 더 빠르게 대기록을 달성한 셈이다. 디 오픈만 놓고 보면 1979년 만 22세 2개월의 나이로 우승한 스페인의 세베 바예스테로스 이후 두 번째 어린 나이다.

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진정한 의미의 그랜드슬램은 1930년 보비 존스가 유일하게 달성했고 일생 동안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1935년 진 사라젠(미국), 1953년 벤 호건(미국), 1965년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1966년 잭 니클라우스, 2000년 타이거 우즈 등 6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지난해 타계한 아널드 파머도, 차세대 황제의 대표주자로 불린 매킬로이도 이루지 못했다.

만약 스피스가 내달 열리는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면 우즈와 니클라우스를 뛰어넘는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자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잡았으니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통 관객의 입장에선 감흥이 덜 했다.
스포츠 경기는 예상된 대로 진행되기보다는 예상을 뒤엎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반전과 이변이 속출할 때 그 묘미가 극에 달한다. 관객은 명성을 얻고 있는 선수의 선전에도 박수를 보내지만 예상을 깨고 이변을 일으키는 선수에게는 더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근래 들어 각종 격투기가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의외성, 이변, 반란 등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선 주인공 조던 스피스와, 한때 스피스를 위협했던 맷 쿠처, 그리고 3위에 오른 중국의 리 하오퉁을 제외하곤 이목을 끌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로리 매킬로이, 브룩스 켑카, 폴 케이시, 전년도 챔피언 헨릭 스텐손, 아담 스콧, 리키 파울러, 버바 왓슨, 제이슨 데이, 마틴 카이머, 세르히오 가르시아, 존 람, 더스틴 존슨 등 뭔가 이변을 일으키거나 뒤집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이 모두 수면 밑에 가라앉아 떠내려갔다.

조던 스피스의 경기 역시 전성기 때의 타이거 우즈처럼 팬들을 열광시킬 만큼 화려하고 화끈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범 청년답게 그는 시종 교과서적인 담담(淡淡)한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역전패의 악몽’을 반추하는 듯,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과 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겸손함을 유지하며 도도한 흐름 같은 경기를 이어갔다.

프로골퍼로선 이 같은 담담한 경기자세가 최상의 것으로 높이 평가받지만 갤러리나 중계화면을 지켜보는 골프팬으로선 재미가 덜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에피소드가 속출하지 않았고 화제가 만발하지 않았다고 올해 디 오픈의 명성이 결코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골퍼가 최고의 덕목으로 갖추어야 할 담담한 자세를 보여준 조던 스피스의 플레이는 골프를 제대로 하는 사람의 눈에는 그 깊은 맛이 심연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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