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가 제146회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 불리는 조던 스피스 (24·미국)가 ‘골프황제’ 우즈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며 지난 몇 개월간 자신을 괴롭혀왔던 2016 마스터스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올해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0·7,156야드)에서 열린 제146회 디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총상금 1,025만달러) 골프대회는 과거 ‘갤러리 20만명 돌파의 주요 원동력’이었던 타이거 우즈 없이 치러졌다. 우즈는 디오픈에서 세 번 우승했는데, 우승할 때마다 관중은 20만명을 넘겼다.

스피스는 24일(한국시간) 최종 라운드에서 13번홀까지 주춤하며 마스터스의 악몽이 재연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13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으면서 추격자 맷 쿠처(39·미국)에게 한때 1타 차로 역전을 허용해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막판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끝에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5개를 엮어 1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의 성적을 일군 스피스는 2위 쿠처와 3타 차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확정 지었다.

스피스는 그동안 3라운드에서 선두를 잡으면 거의 대부분 우승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개인 통산 3라운드에서만 9차례 선두 자리에 올랐던 그는 이 중 8회를 최종 우승으로 매듭지었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도 있었다. 바로 지난해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그랬다. 4라운드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2위에 무려 5타 차로 앞서 나갔던 스피스는 최종 라운드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12번홀에서는 쿼드러플 보기까지 범한 그는 대니 윌렛(잉글랜드)에게 3타를 뒤진 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날 3라운드를 마친 뒤 스피스는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스피스는 의연했다. “나는 그동안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을 때,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겪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다 겪었다. 리드라는 것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고, 상승세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스피스는 “(2016 마스터스에 대해)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겸허해질 수 있던 경험이 나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 줬다”고 밝혔다. 들춰내기 싫었을 아픈 기억마저 유의미한 경험으로 받아들인 스피스는 결국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벌써 3개를 정복했다. 아울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인 통산 11번째 우승이다.

이로써 오는 27일이면 24살이 되는 스피스는 1979년 우승자인 세베 바예스테로스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디 오픈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고,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대회 3승을 달성하게 됐다. 니클라우스는 1963년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3승을 기록했고, 그때 나이가 23세 6개월이었다.
이는 우즈보다도 6개월이 빠른 기록이다. 우즈는 2000년 24세 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거두었다.

이번 대회 사흘 내내 1위 자리를 지키며 2위와 3타 차로 4라운드를 시작한 스피스는 그러나 이날 초반부터 흔들렸다. 1번홀(파4) 티샷이 러프에 빠진 여파로 1타를 잃었고, 3번(파4)과 4번 홀(파3)에서도 연달아 보기를 적어내 쿠처와 동률을 이뤘다.

스피스는 5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낚아 다시 앞서갔으나 9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범하며 쿠처의 거센 추격에 맞닥뜨렸다. 이후 후반 13번홀(파3)에서는 티샷한 공이 갤러리들이 서있는 곳을 지나 경사면의 깊은 수풀에 떨어지면서 스피스의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어쩔 수 없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스피스는 1벌타를 받은 후 결국 보기로 홀을 마치면서 쿠처에게 처음으로 1타 차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젊은 나이지만 산전수전 겪은 스피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듯, 그는 바로 14번홀(파3)에서 이날 두 번째 버디를 잡아내며 같은 홀에서 파를 기록한 쿠처를 따라잡았다. 30분 가까이 소요된 13번홀 소동 직후에도 흔들림 없이 티샷한 공이 홀에 바짝 붙으며 홀인원을 기록할 뻔하기도 했다.

상승세로 갈아탄 스피스는 15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 버디를 기록한 쿠처에 다시 1타를 앞서갔고, 16번홀(파4)에서 또다시 먼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쿠처와의 타수 차를 2타로 벌려나갔다. 흔들린 쿠처가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스피스는 3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스피스는 내달 PGA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마흔을 가까이 둔 쿠처는 메이저대회 46차례 출전 만에 첫 우승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자신의 메이저 최고 성적인 단독 2위로 만족해야 했다.

리하오퉁(중국)이 이날 마지막 4개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는 '깜짝 선전'을 펼치며 3위(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도약했다.

최근 연이은 컷 탈락으로 쓴잔을 마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7번홀(파5)에서 이글에서 성공하는 등 3타를 더 줄여 라파 카브레라 베요(스페인)와 나란히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치며 체면을 차렸다.

전날 3라운드에서 62타를 때려 남자 메이저대회 최저타수 기록을 갈아치운 브랜던 그레이스(남아공)는 이날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6위(합계 4언더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미국)과 2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이날 1번홀에서 각각 더블보기와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부진한 출발을 했다. 마쓰야마는 결국 2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2언더파,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반면 존슨은 이후에도 몇 차례 보기를 더 만들며 공동 54위에 그쳤다.

재미교포 김찬(27)은 최종합계 3언더파 277타를 쳐 지난해 우승자 헨릭 스텐손(스웨덴) 등과 함께 공동 11위로 선전했다.

강성훈(30)과 장이근(24)은 최종합계 3오버파 283타로 공동 44위를 기록했고, 송영한(26)과 김경태(31)는 6오버파로 공동 62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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