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회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조던 스피스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제 삶의 목표이자 선수 생활의 목표입니다."

남자골프 2017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디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오른 조던 스피스(미국)가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만22세를 바라보던 지난 2015년 남자골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던 스피스는 2002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에 한 해에 두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선수가 되면서 새로운 황제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해 8월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디오픈 이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스피스의 존재감은 팬들의 기대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오히려 작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패의 악몽’으로 각인됐을 뿐.

그랬던 스피스가 24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제146회 디오픈 마지막 날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우승하면서 클라레 저그와 함께 우승상금 184만5,000달러(약 20억6,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인 통산 11번째 우승이자, 201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을 잇달아 제패한 이후 2년 만에 일군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스피스는 "내가 골프를 했던 어떤 날만큼이나 오늘 나에게서 많은 것을 끄집어냈다"고 의미심장한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날 만24세 생일을 나흘 남기고 메이저 통산 3승을 올린 스피스는 1963년 잭 니클라우스(23세6개월)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3승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이는 2000년 24세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거둔 우즈보다도 6개월이 빠르다.

스피스가 내달 PGA 챔피언십마저 제패한다면, 우즈와 니클라우스 등을 모두 뛰어넘는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스피스는 겸손함으로 자신을 낮추었다. "(내가 골프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랜드슬램에 가까이 다가선 것이)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그들이 이룬 건 이미 이 종목(골프)을 초월한 것"이라며 "내가 결코 근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작이 좋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밝힌 스피스는 "메이저대회에 출전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런 일들이 매우 빨리 일어났다"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다.

스피스는 "이런 상황에선 (주위 사람들이나 팬들이) 기대를 많이 하므로 스스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2015년을 돌아보면 난 즐겼다. 과거 내가 이룬 모든 것을 즐겼던 것 이상으로 더 즐기려고 한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남자골프에서 그랜드슬램은 1930년 보비 존스(미국)를 시작으로 1935년 진 사라젠(미국), 1953년 벤 호건(미국), 1965년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1966년 잭 니클라우스, 2000년 타이거 우즈 등 6명에게만 허용된 대기록이다.

타계한 아널드 파머(미국)도, 차세대 황제의 대표주자로 불린 매킬로이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우즈 이후로 끊긴 진기록이다. 우즈가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건 2000년 7월 디오픈으로, 당시 그의 나이는 24세7개월이었다.

한편 2위 맷 쿠처(미국)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흔들려 역전까지 허용했던 스피스는 14번홀부터 분위기를 반전시켜 우승까지 도달했다.

이 때문에 막판까지 접전을 펼친 쿠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스피스는 "나는 쿠처가 조만간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는 위대한 챔피언이자 존경할 만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PGA 투어 통산 7승을 보유한 쿠처는 아직 메이저대회 정상은 밟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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