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메디힐 골프단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무너질 것 같았던 리디아 고(20·뉴질랜드)의 독주체제가 최소한 1주일은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랭킹 1위 자리가 위태로운 리디아 고는 본격적인 메이저 시즌에 앞서 3주간 휴식을 선택했다. 이에 근소한 차이로 세계랭킹 2위와 3위를 달리는 유소연(26)과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은 ‘1인자’ 자리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생애 첫 세계랭킹 1위 등극이 부담스러웠을까. 유소연은 올 시즌 처음으로 상위 10위 밖으로 밀려 공동 56위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말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부터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까지 출전한 11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렸던 유소연은 세계 1위를 앞두고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29일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파72)에서 열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 마지막 날. 9번홀까지 지루한 파 행진을 벌이던 유소연은 10번홀(파4) 보기를 12번홀(파3) 버디로 막았고, 14번홀(파5) 버디는 15번홀(파4) 보기와 바꾸면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이번 대회 첫날 공동 84위로 출발한 유소연은 2라운드에서 컷 통과 기준인 1언더파를 간신히 맞췄다는 데 만족하며 공동 68위를 기록, 64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갔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세운 LPGA 투어 연속 컷 통과 기록(68개 대회)에는 4개 대회가 모자라다.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공동 53위로 순위를 끌어올린 유소연은 최종 라운드에서 33개로 치솟은 퍼팅에 발목이 잡혀 특유의 뒤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는 31개.

리디아와 유소연, 주타누간은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간발의 차이로 1∼3위에 포진했다. 한 차례 대회 성적만으로도 셋의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 이번 대회에서 우승이 아니더라도 유소연과 주타누간 중 한 명이 공동 3위 이내의 성적을 내고 나머지 선수가 5위 안에 들지 못해도 세계랭킹 1위가 바뀔 수 있었다.

그러나 유소연과 주타누간은 1인자의 부재 속에 찾아온 세 번의 기회 가운데 첫 번째 기회를 날려버렸다.

유소연보다 좀 더 유리한 입장이었던 주타누간은 공동 9위로 시작한 최종 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데 그쳐 11언더파 277타, 공동 21위를 기록했다.

유소연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 신지애(29)와 박인비(29)에 이어 한국 선수 중 세 번째이고, ‘태국의 박세리’ 주타누간은 태국 출신으로선 처음으로 여자골프 세계 정상에 등극할 수 있었던 기회에서 일단 한발 물러섰다.

미국 올랜도 주변을 돌아보며 관광을 즐기고 있을 리디아 고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서도 84주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유소연과 주타누간은 숍라이트 클래식과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다시 세계랭킹 1위 도전을 계속한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