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

두산 매치플레이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 취하는 김자영2. 사진=K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남들 시선을 극복하고 골프선수로서 더욱 단단해진 8년차 김자영(26)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매치퀸’에 등극하면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21일 오후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파72·6,277야드) 네이처·가든 코스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마지막 날 결승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8승을 포함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한 '골든슬램'을 달성한 박인비(29)를 맞은 김자영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리드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2개 홀을 남기고 3홀 차로 이겼다. 우승 상금은 1억7,500만원.


김자영, 5년 만에 화려한 부활

2012년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있는 김자영은 5년 만에 우승, 2008년부터 시작돼 올해 10회째인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2승을 거둔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아울러 2012년 8월 히든밸리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4년 9개월 만에 KLPGA 투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얼음공주' 별명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던 김자영은 한때 미모와 실력을 갖춘 KLPGA 투어 최고 인기 스타였다. 3승을 쓸어담으며 상금랭킹 3위에 올랐던 2012년 시즌에는 대회장마다 김자영을 보려고 몰려든 갤러리로 넘쳐났다. 당시 나이 22살, 김자영은 KLPGA 투어를 이끌 주자로 주목받았다.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김자영은 그러나 2013년 매니지먼트 계약 문제로 송사에 휘말리는 등 코스 밖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스 안에서도 기대를 밑돌았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김자영은 작년에는 상금랭킹 57위로 밀려 60위까지 주는 이듬해 시드를 놓칠 뻔한 위기까지 몰렸다.

그 사이 새로운 스타들이 연이어 KLPGA 투어에 합류하면서 김자영은 팬들에게서도 빠르게 잊혀졌다.

그랬던 김자영이 지난주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면서 부활에 시동을 걸었고, 비록 우승컵은 놓쳤지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번 우승을 예고했다.
당시 김자영은 "전성기 때는 남한테 잘 보이려는 골프를 했다. 성적이 나지 않자 남들 시선과 남들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겨낼 내공이 저절로 생겼다. 이제는 남들 시선과 말에 개의치 않을 만큼 단단해졌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상승세를 타고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김자영은 조별리그 3연승을 비롯해 16강, 8강, 4강에서도 강자들을 잇달아 제압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거대한 산’ 같은 박인비를 압도하면서 그린을 정복했다.


예상 깬 결승전, 김자영의 12번홀 이글로 전환점

이날 결승전은 박인비의 승리가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박인비는 이날 오전 치른 4강전에서 이승현을 2홀 남기고 4홀 차로 여유 있게 승리한 반면, 김자영은 준결승에서 ‘대세’ 김해림(28)을 연장전 끝에 힘겹게 물리쳤다. 게다가 상대가 박인비라는 점도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김자영은 경기 초반부터 비거리 25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샷과 안정된 퍼트로 박인비에 앞서나갔다.

김자영은 2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이 그린을 살짝 벗어나 주변에 떨어졌으나 퍼트를 잡고 한 번에 홀에 떨어뜨려 버디를 낚았다. 먼저 기세를 올린 김자영은 4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동률을 허용했지만 7번홀(파3)에서 7m의 까다로운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박인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홀 차로 뒤지던 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올스퀘어로 경기 균형을 이뤘다.

김자영은 9번홀(파4)에서 박인비가 어프러치 실수로 보기를 하는 틈을 노려 다시 1홀을 앞서기 시작한 뒤 바로 10번홀(파4)에서 4m가량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둘의 운명은 12번홀(파5)에서 갈렸다. 2홀 차가 나자 흔들리기 시작한 ‘여제’ 박인비의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세 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홀 옆에 붙어 버디를 낚았으나 김자영은 두 번째 샷을 1m에 떨어뜨린 뒤 이글 퍼팅에 성공하며 3홀 차로 벌렸다.

이어 13번홀부터 16번홀까지 파로 잘 막아내며 티샷이 흔들린 박인비의 추격을 뿌리쳤다.

한편 3-4위전에서는 4강에서 김자영에게 패한 김해림(28)이 ‘퍼팅 달인’ 이승현(26)을 3홀 차로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정신력과 체력이 더 강해진 김자영

지난주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까지 완벽한 부활을 알린 김자영은 그동안 체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날려버렸다.
김자영은 지난겨울 체력 강화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번 대회가 5일 동안 열리고 하루에 36홀을 돌아야 하는 강행군이었지만 김자영은 거뜬히 이겨냈다. 박인비조차 나흘째부터는 체력전이라고 밝힌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아울러 체력이 받쳐주자 드라이버샷이 5년 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평균 비거리가 235야드였던 김자영은 15야드 이상 늘어나 이번 시즌에는 250야드 가까이 날렸다.
퍼팅도 좋아졌다. 이날 열린 결승에서는 세계 최고의 퍼팅을 자랑하는 박인비의 퍼팅 감각을 능가할 정도였고, 세계 톱랭커 주눅들었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 흔들림 없는 플레이도 돋보였다.

이 때문에 스타가 부재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시즌 김자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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