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롯데챔피언십에 출전한 리디아 고와 캐디 게리 매슈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세계랭킹 1위 선수의 캐디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장에서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초록색 캐디빕(캐디가 입는 조끼)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의 캐디인 게리 매슈스(남아공)가 이 캐디빕을 착용했다. 하지만 조만간 이 조끼의 캐디가 바뀔 전망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불과 9개 대회 만에 캐디를 전격 교체하기로 했다고 알려지면서 세계 골프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골프위크 등 골프 전문매체들은 “리디아 고가 지난해 10월 캐디 제이슨 해밀턴(호주)과 결별한 뒤 11월 일본에서 열린 LPGA 투어 토토재팬 클래식부터 게리 매슈스에게 골프백을 맡겼으나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새 캐디를 구하기로 했다“고 17일 일제히 보도했다. 아울러 골프위크는 "아직 새 캐디가 누가 될 것인지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 리디아 고가 단시간에 캐디를 교체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보여준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리디아 고는 현재 ‘넘버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토너먼트의 경기 내용이나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작년 7월 마라톤 클래식 우승을 끝으로 지금까지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10개월째 LPGA 투어 통산 14승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난 시즌 도중 캐디 교체에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 스윙 코치와 클럽도 모두 바꾸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캐디 매슈스와 함께한 9개 대회에서 리디아 고는 5차례 톱10에 들었지만, 이번 롯데 챔피언십 준우승을 제외하고는 톱7 이내 성적이 없다.

급기야 지난달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기아 클래식에서는 LPGA 데뷔 이후 두 번째로 컷 탈락하며 1인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전까지는 2015년 6월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한 게 유일했다.
리디아 고는 컷 탈락한 직후 출전한 ANA 인스퍼레이션 기자회견에서 “하루하루가 새롭고, 새로운 주가 시작됐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비록 컷 탈락했지만, 오프시즌에 연습했던 것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등 좋은 면도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도 얻었다. 지난주에 대한 기억은 지우도록 노력할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더욱이 세계랭킹에서도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다.

리디아 고가 주춤하는 사이 유소연(27)과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리디아 고의 세계 1위 자리를 위협했다. 만약 ANA 대회에서 주타누간이 우승하고 리디아 고의 성적이 나빴다면 ‘넘버원’ 주인공이 바뀔 수 있었고, 롯데 대회에서 유소연이 우승하고 리디아 고가 5위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면 세계랭킹 1위는 유소연으로 바뀔 수 있었다.

리디아 고가 갑작스러운 변화를 선택한 데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캐디였던 스티브 윌리엄스는 지난해 리디아 고가 캐디를 해밀턴에서 매슈스로 바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성급하게 극약 처방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 지금 리디아 고가 꼭 이런 순간이다.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단 롯데 챔피언십 공동 2위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 리디아 고는 오는 27일 개막하는 텍사스 슛아웃에 출전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캐디와 함께할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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