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김성태 기자] 끝까지 해봐야 안다. 출전 자격 순위로만 놓고 보면 꼴찌였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세 번재 대회 만에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종료된 유럽프로골프투어 BMW 남아프리카오픈 우승자인 그레임 스톰의 이야기는 다시 봐도 놀랍다.

이 대회에서 스톰은 세계랭킹 2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세간의 이목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 자체도 드라마에 가까울만큼 극적이다.

사실 작년 11월 유럽프로골프투어 마지막 대회였던 포르투갈 마스터스에서 그는 공동 22위에 머물렀다. 시즌 상금 순위는 112위에 그쳤다.

정확히 111위까지 주는 2017시즌 투어 카드는 결국 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사실 111위와의 상금 격차는 아주 미미했다. 88유로, 한화로 약 11만원이었다.

만약 포르투갈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인 18번홀에서 그가 파퍼트만 성공했어도 올해 투어 카드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고 그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올해 벌써 만 38세가 됐다. 11년간 유럽무대에서 뛰었지만 10년 전에 우숭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자연스레 은퇴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올 시즌 투어 카드를 얻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미국프로골프(PGA)와 유럽프로골프투어를 병행하던 패트릭 리드(미국)가 터키항공 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안탈리아 상공회의소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에 위협을 느낀 것이 이유였다.

유럽프로골프투어는 PGA투어와 정규 투어 대회를 공유하는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 말고 유럽프로골프투어 대회를 연간 5개 이상 출전해야 회원 자격을 유지한다.

그러나 리드는 출전 대회 수 부족으로 인해 유럽프로골프투어 회원 자격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상금랭킹 44위였던 리드가 빠지면서 스톰이 112위에서 111위가 됐고 극적으로 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지옥에서 돌아온 스톰은 자신에게 돌아온 천금 같은 기회를 함부로 날리지 않았다. 올 시즌, 첫 대회인 앨프리드 던힐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1라운드에서는 73타를 치며 컷 탈락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2라운드에서 67타를 쳐냈고, 3, 4라운드에서 연달아 68타를 쳐내며 타수를 줄였다.

곧바로 이어진 홍콩 오픈은 컷 탈락을 했지만 이번 BMW 남아프리카 오픈이 그의 골프 인생에 있어서 절정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2라운드까지 9언더파 63타를 기록, 선두에 올랐던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3타 차이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매킬로이에게 연장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16만 4000유로(한화 약 2억원)의 상금도 챙겨갔다. 작년 28번의 대회에 출전해서 벌어들인 상금의 절반 이상을 한 대회에서 챙긴 스톰이었다.

하지만 스톰에게 상금보다 더욱 반거운 것은 향후 2년간 투어 카드에 대한 걱정 없이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톰은 "작년 연말까지 나는 지옥에 떨어져있었다. 이번 대회 연장전에서 다소 떨러긴 했지만 작년 연말에 겪었던 아픔에 비하면 견딜 만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생에서 기회가 오면 두 손으로 꽉 움켜쥐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내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리드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에게 감사한다"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톰은 오는 19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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