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클래식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 취하는 홍진주.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홍진주(33·대방건설)와 안시현(32·골든블루)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가운데 둘밖에 없는 '엄마' 선수다. 둘은 올해 나란히 정상에 오르는 진기한 기록을 남겼다.

6일 경기도 용인의 88골프장에서 끝난 KLPGA 투어 팬텀 클래식에서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은 홍진주는 "이제 골프를 편하게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뗐다.

그는 이 대회에 앞서 시즌 상금랭킹 53위로, 최종전을 끝낸 시점 상금랭킹 60위까지 주는 내년 시드 확보가 아슬아슬했다.

이번 우승으로 2년 시드를 확보한 홍진주는 "출전권을 유지하지 못하면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사실 시드 확보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2년의 기간이 생겼으니 정말 다행"이라면서 "3~5년 정도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부터 선수회장(선수분과위원장)을 맡았기에 2년 시드가 주어지지만, 홍진주는 "자력으로 시드를 받고 싶었다"고 힘줘 말하며 "시드권 때문에 선수분과위원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창피할 것도 같았다"고 속내를 밝혔다.

(조명을 켜고 3차까지 가는) 피 말리는 연장전 승부가 생애 처음이었던 홍진주는 "연장에서는 정신력으로 버텼다. 여기서 딴 생각하면 안 된다며 간절함으로 버텼다"며 "그렇게 끝까지 참고 이겨내자고 자신을 다독인 게 우승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진주는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안시현이 12년 만에 우승하자,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안시현 선수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승했다"면서 "축하한다고 해줬는데, (속으로는) 많이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실력이 뛰어나니까 우승했지 라고 생각했고, 나는 실력이 안 되는 건가, 나는 왜 안 되지 라는 생각도 했었다"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자극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엄마 역할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홍진주는 (결혼이나 육아에서)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가정이 있으니까 사생활은 없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잡생각이 없어지고 무엇보다 아이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면서 "잠을 잘 자니 정신이 맑아지고 피곤함이 덜하다"고 웃었다.

홍진주는 우승 원동력으로 좋은 퍼팅감과 캐디와의 신뢰를 꼽았다. 그는 "퍼트가 잘 됐다. 실수가 있어도 기회를 잡았을 때 성공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 뒤 "또 캐디와 소통이 잘됐다. 사실 누구 말을 100퍼센트 믿고 신뢰하지 않는데, 이번엔 믿고 따랐다. 캐디와 의견 충돌이 잦은 편인데 이번엔 캐디도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지루한 파 행진에도 잘 다독여줬다"고 밝혔다.

홍진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는 "다음 대회는 시즌 최종전이라 70명밖에 출전하지 않아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대회라는 생각했다"며 "그동안 수고했다, 선수회장을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써서 돌렸는데 덜컥 우승하니까 기분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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