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매킬로이·스콧 등 스타 플레이어들 불참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 8위 애덤 스콧(이상 호주·사진)이 리우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고, 8위 조던 스피스(미국)마저 올림픽에 불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은 2015년10월8일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지난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시즌 2승을 거둔 이보미(28)는 대회 기간 내내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의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1%라도 남아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US여자오픈 우승을 목표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세계 남자 골프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면서 1904년 이후 올림픽에서 사라졌던 골프를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넣은 골프계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가 "가족에 앞서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다.

데이의 이런 발언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불참 선언 직후에 나온 것이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적다고 하더라도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매킬로이는 현재 세계랭킹 4위로 밀렸지만, 유럽을 대표하는 최강자로 필드 안팎에서 화제를 모아 이름값에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우열을 겨룰 정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둘보다 앞서 세계랭킹 8위 애덤 스콧(호주)을 비롯해 마크 레시먼(이상 호주), 루이 우스트히즌, 샬 슈워츨(이상 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등이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혔다.

데이와 매킬로이가 빠지자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미국)마저 올림픽에 불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스피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직 올림픽 출전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재 세계남자골프랭킹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올림픽 출전이 확실한 선수는 더스틴 존슨, 버바 왓슨(이상 미국), 헨릭 스텐손(스웨덴),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까지 네 명뿐"이라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되자 올림픽에서 골프를 빼자는 의견이 다시 나왔다.

미국 골프위크는 27일 "하키 선수 출신인 배리 마이스터(68·뉴질랜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최근 뉴질랜드 방송에 출연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이렇게 많이 불참하는 것은 형편없는 경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마이스터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골프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골프는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톱 랭커들의 불참 선언이 잇따르면서 이후 올림픽까지 남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면 정상급 골프 선수들이 올림픽에 불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들은 표면적인 이유로 '지카 바이러스'를 내세웠다. 지카 바이러스는 기형아 출산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거나 '조만간 결혼해 아기를 가질 것'이라는 등 가족의 안전을 내세워 줄줄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상급 선수들의 올림픽 불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톱랭커들이 올림픽에 불참할 가장 좋은 이유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지카 바이러스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는 육상이나 수영 등 다른 종목과 달리 골프 선수들의 최고 목표는 마스터스나 브리티시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의 우승이다.

만약 선수들이 금전적인 보상이 없다는 이유로 올림픽을 포기한다면 탐욕스럽다는 비난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지난 4월 스콧이 처음 프로골프투어의 빡빡한 일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을 때 애국심이 부족하고 돈만 아는 이기적인 선수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이처럼 올림픽에 나가고 싶지 않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던 선수들에게 지카 바이러스라는 좋은 핑계거리라는 얘기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주장이다.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이유를 내세운 선수들에게 골프계의 전설들도 "아쉽지만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에서 골프는 아마추어가 아닌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남녀 각각 60명씩을 선발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선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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