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2세 트로피 연장전서 우승… '행운의 홀' 18번홀에서 3연속 버디 잡아
유럽투어 제패한 8번째 한국 선수… 올림픽 출전권 경쟁에 합류

왕정훈(21)은 9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에서 열린 유럽 투어 하산 2세 트로피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2015년5월21일 SK텔레콤오픈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한국의 영건들이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 연달아 승전보를 전해왔다.

왕정훈(21)은 9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파72·7,487야드)에서 열린 유럽 투어 하산 2세 트로피(총상금 150만 유로)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왕정훈은 나초 엘비라(스페인)와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 상금 25만 유로(약 3억3,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선수가 올해 유럽 투어 대회를 제패한 것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이수민(23·CJ오쇼핑)이 우승한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왕정훈은 최경주, 위창수, 양용은, 노승열, 정연진, 안병훈, 이수민에 이어 유럽투어 대회 정상에 오른 8번째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또한 만 20세 256일인 왕정훈은 2016시즌 유럽 투어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유럽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은 2010년 카스테요 마스터스의 마테오 마나세로(이탈리아)가 세운 17세 188일이 기록이다.

왕정훈은 경기 직후 "지난밤에 거의 잠을 못 잤다"며 "마지막에 나온 3개 연속 버디는 어떻게 한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얼떨떨해 하면서 기뻐했다. 이어 그는 "버디를 잡겠다는 생각에만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친한 사이인 이수민 선수가 지난달에 우승해 기뻤는데, 나도 이렇게 정상에 올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세계랭킹 133위를 달리는 왕정훈은 이번주 발표되는 순위에서 90위 안쪽으로 진입할 전망이다. 한국 선수 가운데 상위 2명이 출전할 수 있는 리우 올림픽 티켓 경쟁에 안병훈(세계24위), 김경태(48위), 이수민(75위)에 이어 왕정훈까지 가세하면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선두에 3타 뒤진 단독 5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왕정훈은 17번홀(파3)을 마쳤을 때까지 엘비라에게 1타 뒤진 2위였다. 그러나 18번홀(파5)에서 약 5m 거리의 만만치 않은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8번홀에서 계속된 연장 첫 홀에서 왕정훈은 15m 정도 되는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었다. 왕정훈의 기세에 엘비라는 결국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흔들렸다. 티샷이 왼쪽으로 밀린 여파로 세 번째 샷만에 그린에 올라왔으나 공이 굴러내려 가버렸다.

반면 왕정훈의 세 번째 샷은 6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안착했고, 다시 한 번 버디를 잡아내면서 엘비라의 추격을 따돌렸다.

2013년부터 아시안투어에서 주로 활약해온 왕정훈은 올해 3월 아시안투어와 유럽 투어가 공동 개최한 히어로 인디안 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보다 앞서 2014년 아시안투어 두바이오픈 준우승, 지난해 월드클래식 챔피언십 3위 등에 입상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2017년 유럽 투어 풀시드를 획득하면서 동시에, 올해 유럽 투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그는 지난달 말 유럽 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이수민(23·CJ오쇼핑)이 우승했을 당시 트위터에 "친한 사이인 이수민 선수가 우승해 기쁘다. 그는 훌륭한 선수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는데, 이번에 자신이 우승한 뒤에는 트위터에 "드디어 유럽 투어 대회에서 우승해 매우 기쁘다. 골프 경력을 쌓게 해준 아시안투어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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