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심슨·스콧·헌·클라크·페테르손 등 롱퍼터 애호가들, 생존을 위한 변화 모색

PGA 투어에서 뛰는 키건 브래들리와 웹 심슨(이상 미국), 애덤 스콧(호주)이 롱퍼터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선수다. 2016년 금지된 앵커링 방식에 따라 이들이 투어에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사진은 2015년 BMW 챔피언십에서 브래들리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올해 골프 용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명 ‘롱퍼터의 퇴출’이다. 퍼트할 때 손잡이 끝을 턱이나 가슴, 복부 등 몸에 고정하는 방식(앵커링)이 2016년 1월1일부터 공식 대회에서 전면 금지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키건 브래들리와 웹 심슨(이상 미국), 애덤 스콧(호주)이 롱퍼터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선수다. 2011년 롱퍼터와 함께 PGA 투어에 입성한 브래들리는 배꼽에 퍼터 그립 끝을 댄 채 스트로크를 하는 방식으로 PGA챔피언십 우승과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롱퍼터를 사용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첫번째 선수가 됐고, 롱퍼터가 크게 주목받은 계기를 만들었다.

2012년에는 4대 메이저대회 중 두 명의 롱퍼터 챔피언이 나왔다. 심슨은 US오픈에서, 어니 엘스(남아공)는 디오픈에서 각자 롱퍼터의 마력을 앞세워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듬해인 2013년 마스터스에서 스콧이 정상에 오르며 호주 선수로서 처음으로 그린재킷을 입게 되자 롱퍼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8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롱퍼터가 다양한 디자인과 기술로 무장한 채 불과 2~3년 만에 4대 남자골프 메이저를 모두 휩쓸었기 때문.

샤프트나 그립을 신체 일부에 고정시킨 채 스트로크하는 롱퍼터 방식을 ‘반칙’으로 보는 눈들이 많아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비롯해 골프계에서 롱퍼터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졌고, 급기야 2013년 연말에 롱퍼터 금지가 확정됐다. 그리고 2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적용됐다.

지난주 PGA 투어 2016년 첫 대회인 현대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는 2015년 우승자만 출전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30명 남짓한 인원 중 롱퍼터를 즐겨 사용하던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주 펼쳐지는 소니오픈은 144명이 출전하는 풀필드 대회다. 브래들리처럼, 이들 중 일부는 애지중지하던 롱퍼터를 쓰다가 규정 변경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포함됐다.

길이 46.5인치짜리 롱퍼터를 쓰던 브래들리는 2014년 시즌 중반에 (전통적인 짧은 퍼터가 아니라) 41인치짜리 퍼터를 대용품으로 결정하고 배꼽에 퍼터 그립 끝을 댄 채 스트로크하던 퍼팅 방식을 버렸다. 그러나 성적이 나오지 않자 다시 벨리 퍼터에 손을 댔던 그는 작년 가을이 되어서야 롱퍼터의 미련에서 벗어났다.

롱퍼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롱퍼터 애호가' 심슨의 노력 역시 처절했다. 2014년 말부터 일반 퍼터로 돌아선 심슨은 쓰던 롱퍼터를 분질러버린 뒤 US오픈 우승 트로피와 함께 진열장 속에 넣어놓았다고 공개한 바 있다. 정확히 1년 전, 소니오픈에서 34인치짜리 일반 퍼터를 처음 들고 나왔던 심슨은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2타를 적어내 공동 선두에 나섰지만, 결국 공동 13위로 마쳤다. 적응기를 거치듯 지난해 다소 기복이 심한 성적을 적었다.

2015년 첫 출전 대회 캐딜락챔피언십 때 짧은 퍼터를 잡았던 스콧은 마스터스에서는 자신이 없었는지 다시 롱퍼터를 들고 나왔다. 대회에서는 롱퍼터를, 연습장에서는 일반퍼터를 쓰던 그는 지난해 10월 프레지던츠컵에서 짧은 퍼터를 들고 나왔다.

그래도 앞선 세 사람은 적응력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롱퍼터를 들고 연장전 끝에 우승한 데이비드 헌(캐나다)은 지난달 PGA 투어에서 롱퍼터를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던 RSM 클래식이 끝나고서야 롱퍼트를 내려놨다. 2005년 투어 데뷔 때 일반퍼터를 사용한 뒤 올해 소니오픈에서 불안감과 함께 다시 짧은 퍼터를 들게 됐다.

팀 클라크(남아공)와 카를 페테르손(스웨덴)도 헌과 비슷한 처지로, 지난해 연말까지 고집스럽게 롱퍼터를 사용했던 선수다.

물론 바뀐 규정은 퍼터의 길이를 제한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앵커링이 금지된 것이다. 즉 롱퍼터를 쓰더라도 샤프트를 몸에 대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다.

소니오픈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 맷 쿠차(미국)는 롱퍼터를 계속 사용하되 앵커링을 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과거 배꼽 부분에 샤프트를 대고 스트로크했던 쿠차는 샤프트를 팔뚝에 고정하고 스트로크하는 방식으로 바꿔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샤프트를 팔뚝에 대는 것은 앵커링에 해당하지 않는다. 쿠차는 새로운 퍼팅 방법으로 2014년 RBC 헤리티지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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