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LPGA 투어 서울경제 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4년 만에 우승을 거둔 ‘스텝 골퍼’ 김혜윤(26, BC카드)이 다시 날아올랐다. 어느덧 프로 9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투어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더 큰 목표를 위해 스텝을 멈추지 않고 있다.

‘스텝 골퍼’ 김혜윤은 드라이버샷을 할 때 양발을 모으고 어드레스한 뒤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디디면서 백스윙하고 왼발을 왼쪽으로 디디며 다운스윙과 임팩트를 한다. 이는 체중이동을 극대화해 샷거리를 늘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김혜윤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그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과 정교한 플레이,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퍼팅 능력으로 경쟁력을 발휘해왔다. 그런데 지난 2011년 말까지 통산 4승을 거둔 후 거의 4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줄곧 10위권을 유지하던 상금랭킹도 27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올해 처음으로 전문 교습가에게 1년여 동안 스윙 지도를 받는 노력까지 기울였다. 결국 환상적인 유틸리티샷으로 4년 만에 우승 갈증을 풀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골프채를 손에서 놓는다면 인생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느낌일 것”이라며 골프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낸 김혜윤. 시즌 막바지 우승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아직 생생한 우승 당시의 상황, 지난 8년 동안의 프로 생활, 앞으로 밟아나갈 ‘스텝’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5 시즌을 이제 막 마쳤다. 아직 피로감이 싹 가시진 않았을 텐데.
아직 마음 놓고 푹 쉴 겨를이 없다. 12월11일에 개최되는 현대 차이나 레이디스오픈 참가 차 중국으로 출국한다.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대회여서 꼭 참가해야 한다. 중국에서 대회를 마치고 나면 1주일이나 열흘 정도 골프는 잠시 잊고 해외여행을 갈 계획이고, 그 이후 한 달 정도 태국으로 동계 전지훈련이 예정돼 있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거의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꽤 오랜 기간 우승을 하지 못했고 해가 갈수록 성적이 하락했다. 게다가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 등을 비롯한 새로운 선수들이 워낙 잘하다보니 ‘앞으로 우승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우승하고 나니 아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나온 그림 같은 서드샷이 기억에 남는다. 볼이 홀에 그대로 들어간 줄 알고 기뻐하던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갤러리의 환호성이 너무 커서 처음에는 약간 놀랐다. 그리고 옆에 있던 중계 카메라 감독님이 나를 클로즈업하기 위해 다가왔다. 그래서 정말 들어갔나 싶었다. 보통 중계 팀끼리는 무전을 하지 않는가. 너무 궁금해서 카메라 감독님에게 그린에 있는 중계 팀에게 들어갔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흔쾌히 무전을 주고받더니 들어갔다고 얘기해줬다. 분명히 이글이라고 생각하고 동료들,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난리를 쳤다. 그런데 웬 걸, 볼이 그린에 떡 하니 있더라(웃음).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혜윤의 ‘인생 샷’이었다. 우승 가능성이 보이던가.
홀을 거듭하는 내내 리더보드가 보이지 않았지만 굳이 스코어를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경기가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다. 중계 카메라가 네 홀을 남기고 나를 따라오기 시작하고 갤러리가 몰려드는 걸 보고는 ‘한두 타차 2~3위 되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17번홀에서 18번홀로 넘어갈 때 리더보드를 처음 발견했다. 그러자 갑자기 스코어가 궁금해졌고, 공동 선두인 걸 확인하고는 캐디에게 호들갑을 떨었다(웃음). 18번홀에서 절대 보기만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서드샷은 앞바람에 핀 위치도 어려웠다. 평소 같았으면 생각이 많았을 텐데 그때는 망설임과 불안감 없이 자신 있게 스윙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샷이었다.


조금 아쉬웠겠지만 마지막 짧은 퍼트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려운 홀에서 버디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마지막에 남은 그 짧은 거리의 퍼트는 1.5미터 내리막 슬라이스 라이 상황이었다. 중계 화면이나 멀리서 지켜본 사람들은 굉장히 쉬운 퍼트로 봤을 텐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동료 선수들이 그 퍼트 어렵지 않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다행히 침착하게 성공시켜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서드샷도 멋졌고 첫 네 홀에서 세 번이나 칩인 버디 행진을 벌인 것 역시 대단했다. 칩인을 그렇게 몰아서 성공시킨 적이 있었나. 왠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도 받았을 텐데.
첫 네 홀에서 세 번의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마지막 날 핀 위치가 워낙 어렵게 세팅돼서 가깝게 붙인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 좋은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다만 선두와 5타차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해서 우승에 대한 기대나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라운드에 앞서 연습할 때 샷과 퍼팅감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난다.


통산 다섯 번의 우승을 거치면서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치고 기다린 경우가 있었나. 기다릴 때의 심정은 어떤가.

처음이다. 마지막 17, 18번홀은 너무 어려운 홀이라서 파를 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18번홀에서 버디를 해냈고 최종 라운드에서 정말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기다릴 때는 ‘우승을 떠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우승을 놓치더라도 후회는 없다’는 홀가분한 생각뿐이었다.


올 시즌을 돌아보고 스스로 자평한다면.

작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올해 초에 그 어느 때보다 연습을 많이 했고 스윙 교정도 했다. 선두를 달리다가 최종 라운드에 무너진 경우도 많았는데 막바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상처가 홀가분하게 다 씻겨 내려간 느낌이다.
스윙 코치가 따로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연습은 어떤 방식으로 하며 연습량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 아버지가 90퍼센트 이상 내 스윙을 봐줬고, 가끔 원포인트로 전문 교습가의 지도를 받곤 해서 전담 코치는 없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부터 올해 여름까지 1년 동안 전문 교습가에게 지도를 받았다. 확실히 발전된 느낌이 있고 더 좋아져야 할 부분도 느끼고 있다. 연습을 숫자 100에 비유하면 보통 샷 50, 쇼트게임 30, 웨이트 트레이닝 20 정도로 배분해서 하는 편이다. 비시즌 때는 하루에 8시간 정도 연습한다.


2014년 성적은 다른 해에 비해 조금 저조했다. 줄곧 유지하던 10위권의 상금랭킹도 27위로 하락하고 항상 수위를 다투던 평균 퍼팅 수 부문에서도 10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플레이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대회가 많아지면서 특히 여름에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던 부분이 있었고 후배 선수들의 기량에 조금 밀렸던 것 같다. 원래 장타자들은 상대적으로 예리함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요즘 선수들은 그린 주변 플레이와 퍼팅까지 모두 다 잘한다. 상대적으로 나는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경쟁자들의 엄청난 실력 탓이라고 합리화하고 싶다(웃음).


본인이 말한 대로 어린 선수들의 샷거리가 길고, 또 최근에는 대회의 코스 세팅도 장타자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다. 거리의 열세 때문에 경쟁에 버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가.

사실 상위권 장타자들에 비해 샷거리가 부족한 것일뿐 투어 평균 이상은 된다. 샷거리에 대한 열세를 당연히 느끼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요즘 선수들은 롱게임과 쇼트게임 기량이 모두 훌륭하기 때문에 스스로 더 발전하고 장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스텝 스윙에 추가적으로 거리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진 않나. 스텝 동작을 야구처럼 더 크게 한다든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파워를 키운다든지.
비시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하게 하는 편인데, 근육량 자체가 조금 떨어진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뛰어난 편도 아니고 체질이 하루 이틀 정도만 운동을 쉬어도 근육이 쭉 빠지는 스타일이다. 시즌 중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서 그나마 이 정도 하는 거다. 스텝으로 충분하다(웃음).


‘퍼팅 달인’을 논할 때 LPGA 투어에 박인비가 있다면 KLPGA 투어에는 김혜윤이 있다. 퍼팅은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 있나.

파온 확률이 떨어져서 그만큼 짧은 퍼트를 자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웃음). 글쎄, 잘 모르겠다. 남들보다 신체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니까 손의 감각이 좀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남들만큼 샷을 파워풀하게 못하니까 퍼팅을 장점으로 삼아야 했다. 샷보다 퍼팅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경향은 있다.


해외 투어 진출 계획은.

언젠가 내 실력을 냉정하게 판단해서 해외 진출 여부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 때 내린 결론은 해외 투어에 진출해 연착륙하려면 국내 상금왕은 물론 1년에 2~3승을 꾸준히 하는 정도의 스케일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희경, 최나연, 신지애 언니들은 물론이고 김효주, 전인지 등 후배 선수들을 봐도 그렇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일본 투어의 경우 미국보다 문턱이 조금 낮아 도전해볼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투어 규모도 상당히 커지지 않았는가. 국내에 팬들도 많고 투어 환경이 충분히 좋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해외 진출 생각이 없다.


빵을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일본이 ‘제빵 강국’ 아닌가.

미국 대회에는 여러 번 참가해봤는데 유독 일본에서는 대회 참가가 단 한 번도 기회가 없었다. 일본의 빵맛을 봤으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웃음).


어느덧 프로 8년차, 내년이면 9년차다. 데뷔 초창기와 지금 골프를 대하는 태도나 사고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신인 때를 생각해보면 한마디로 아등바등했다. 골프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대회에 참가하면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했다. 예를 들면 코스 주변 풍경을 감상하거나 동반자와 대화를 나누는 여유조차 없었다. 요즘은 그런 여유가 생겼고 골프에 대해서도 많이 유해진 것 같다.


이제 투어 내에서도 선배보다 후배가 압도적으로 많아진 위치가 됐다. 현역 선수생활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나 역시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몇 살까지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골프가 마음대로 잘 안 될 때는 ‘빨리 그만둬야지. 이러다가 수명 줄겠다’는 극단적인 마음을 갖다가도 클럽을 손에서 놓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이 사라진다. 아홉 살 때부터 골프에 매달려왔으니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다. 시드를 유지하면서 기회가 주어지는 한 클럽은 계속 잡고 있을 것이다.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은.

여러 사업을 하면서 수완이 좋고 추진력 있는 아빠를 닮아서 사업가가 어울릴 것 같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건 아니다. 집에서는 대학원에 진학해 지도자의 길을 가길 원하는데, 개인적으로 지도자보다는 골프 관련 사업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전에서 운영 중인 스크린 골프 ‘김혜윤의 골프존’은 안녕한가.

부모님이 관리하는데 비시즌에는 자주 가 있는 편이다. 거주하는 아파트 상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만 타면 바로 갈 수 있다. 오픈했을 당시 바쁠 때는 아르바이트생처럼 직접 서빙을 하면서 팬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벌써 연말이 다가왔다. 내년에는 자신에게 어떤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가.

지금까지 다섯 번의 우승을 경험하면서 모두 섬에서만 우승을 했다(제주도, 중국 동방 하문, 거제도). 이제는 육지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도 우승을 꼭 하고 싶다. 수도권에서 개최되면서 갤러리 수가 상당히 많은 메이저 대회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선수 생활 커리어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추가할 수 있다면 무척 영광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더 예뻐졌으면 좋겠다(웃음).


‘퍼팅 퀸’ 김혜윤의 원포인트 레슨
“퍼팅도 피니시가 있다”

김혜윤은 KLPGA 투어에서 가장 퍼팅을 잘하는 선수다. 그가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독자들을 위해 퍼팅 연습법을 알려줬다.

선수들은 퍼팅 직후 어드레스 때의 허리 각도나 무릎 위치 등 전반적인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굴러가는 볼을 바라본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결과에 급급해 임팩트 하자마자 몸이 흐트러진다. 김혜윤의 말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임팩트 순간에도 미세한 흐트러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임팩트 후에도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퍼팅에도 피니시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를 플레이에 적용하면 퍼팅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PROFILE
생년월일: 1989년 11월15일
소속: BC카드
신장: 163센티미터
프로데뷔: 2008년
시즌기록
2008 KLPGA 투어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2010 KLPGA 투어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 우승
2011 KLPGA 투어 현대 차이나 레이디스오픈 우승
2012 KLPGA 투어 현대 차이나 레이디스오픈 우승
2015 KLPGA 투어 서울경제 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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