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람이 계속 불었으면 좋겠어요."

이지영(28·볼빅)이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73만3천662 파운드·약 29억5천만원) 2라운드에서 선두 경쟁에 가세했다.

이지영은 2일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 코스(파72·6천672야드)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7언더파 137타가 된 이지영은 3일 0시(이하 한국시간) 현재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에 올랐다.

이 시각 현재 선두는 최나연(26·SK텔레콤)과 사이키 미키(일본)가 올라 있다.

9언더파인 이들은 사이키가 2라운드를 마쳤고 최나연은 2라운드 12번 홀까지 마쳐 타수 변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지영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생각보다 샷이 잘 됐다"며 "퍼트도 잘 떨어져 쉽게 풀렸다"고 말했다.

그는 "벙커만 피하자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다행히 오늘까지 벙커에는 한 번밖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웃으며 "남은 3,4라운드도 배운다는 자세로 잘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이지영은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와 좋은 인연이 있다.

2007년 이곳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랐던 이지영은 "그때 한 번 얻어걸린 것 때문에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라고 농담하며 "계속 바람이 오늘처럼 좀 불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 사항을 밝혔다.

200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초창기만 해도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지영은 지금도 여전히 샷에 힘이 실려 있어 바람 영향을 비교적 덜 받기 때문이다.

이날도 바람이 잠잠한 오전에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대부분 좋은 성적을 낸 가운데 이지영은 바람이 거세진 오후 조 선수로는 드물게 5언더파의 맹타를 휘둘렀다.

2005년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해 미국 무대로 진출한 이지영은 이후 우승을 보태지 못했다. 또 2011년과 2012년에는 10위 안에 한 번도 들지 못하는 부진이 이어졌다.

이지영은 "2년간 골프는 잘 안 되고, 반대로 나는 골프에 지나치게 매달렸던 것 같다"며 "올해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치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더니 뭔가 잘 풀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RR 도넬리 파운더스컵에서 공동 4위에 올라 부활을 예고한 이지영은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올드 코스에서 메이저 우승의 꿈을 부풀리게 됐다.

이지영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잘 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관광이나 하다가 가자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왔다"며 3라운드 이후 '무심 타법'의 위력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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