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4라운드 이어 연장서도 같은 홀 보기 기록

유소연(왼쪽)이 12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연장전 16번홀에 앞서 서희경과 환하게 웃으면서 긴장을 풀고 있다. 스프링스(미 콜로라도주)=AP 연합뉴스
또 맞붙은 라이벌
2009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서도
유소연이 연장 재대결 끝에 승리


한국 US오픈서만 5승
안전전략으로 7000야드 롱코스 극복
1998년 박세리 맨발투혼도 자극제


유소연(21·한화)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유소연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 동코스(파71·7,47야드)에서 재개된 대회 4라운드에서 합계 3언더파 281타를 쳐 서희경(25·하이트)과 동타를 이룬 뒤 3개홀에서 벌인 연장전에서 역전 우승을 거두며 '메이저퀸' 반열에 올랐다.

유소연은 연장전 16번홀(파3)에서 파를 잡은 뒤 17번홀(파5)과 18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로 2언더파를 기록해 파-보기-파를 적어낸 서희경을 3타차로 따돌렸다. 지난 해 KLPGA 상금랭킹 4위 자격으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얻은 유소연은 미국 무대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하는 기쁨을 누렸다. 유소연은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역대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끼리 연장전에서 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8만5,000달러(약 6억2,400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은 유소연은 세계랭킹이 40위에서 21위로 껑충 뛰었다.

희비 가른 17번 홀

우천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4라운드와 연장전. 둘의 운명을 가른 것은 17번 홀(파5, 600야드)이었다. 1타차 선두로 일찌감치 경기를 마감한 서희경은 그러나 4라운드에 이어 연장 17번 홀에서도 뼈아픈 실수를 이틀 연속 저질러 손에 거머쥔 것 같았던 우승을 유소연에게 넘겨주었다.

서희경은 4라운드 17번홀에서 1m가 채 되지 않은 파 퍼트를 놓쳤다. 이전까지 4타를 줄였던 서희경은 이 실수만 아니었다면 연장전 없이 우승할 수 있었다. 1타차

'클럽하우스 리더(경기가 이튿날로 순연된 상태에서의 선두)'로 밤을 보낸 서희경은 이튿날 진행된 연장전에서도 17번홀과의 악연은 이어졌다. 서희경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려 벙커에 빠졌고 4타 만에 그린을 밟은 뒤 보기를 적어냈다. 반면 유소연은 버디를 낚아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라이벌 관계인 유소연과 서희경

둘은 서희경이 LPGA에 진출하기 전까지 국내 여자프로골프의 양대산맥을 이룬 라이벌이다. 2009년 서희경은 5승을 올리며 4승에 그친 유소연을 제치고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앞서 나갔다. 특히 2009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KLPGA 투어 오리엔트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는 피 말리는 연장전을 펼치며 라이벌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서희경은 당시 18번홀(파4)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승부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두 차례나 잡았지만 마무리 하지 못했다. 반면 유소연은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서희경이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행운'에 힘입어 라이벌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둘은 이 대회에서 규칙 해석을 놓고 얼굴을 붉힐 만큼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주며 라이벌 의식을 드러냈다. 유소연은 1년 7개월여 만에 치러진 서희경과의 US여자오픈 연장 재대결에서도 진땀 끝에 활짝 웃었다.

US여자오픈에 왜 강한가

한국 선수가 4대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12승 중 US여자오픈에서 올린 승수만 무려 5승. US여자오픈은 긴 전장과 까다로운 코스 세팅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대회 코스가 파71에 7,047야드로 세팅이 되면서 장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니카 소렌스탐은 "사실 이번 대회는 7,000야드가 넘는 곳에서 열렸고, 그린도 어려워 청야니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거리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고 쇼트 게임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선수에게 악조건은 독보다 약이 됐다. 어려울수록 강한 집중력과 끈기를 가진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 발휘된 것이다. 거리보다는 정교함으로 승부하는 유소연과 서희경은 페어웨이를 지키는 안전한 전략으로 난코스를 극복해냈다. 또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퍼팅에서도 경쟁 선수들을 압도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US여자오픈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태극낭자들의 선전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98년 대회에서 연못 속에 들어가'맨발의 투혼'을 보이며 우승한 박세리의 플레이를 보고 골프에 입문한 '박세리 키즈'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은 욕구가 남달라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한편 유소연은 US여자오픈 우승으로 LPGA투어에서 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본인이 원하면 올시즌 남은 대회부터 출전할 수 있다. 유소연은 이번 주말께 에비앙 마스터스(21∼24일)가 열리는 프랑스로 건너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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