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25·하이트)에게 제66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의 17번 홀(파5)은 영원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과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 동코스(파71·7천4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와 연장전에서 서희경은 17번 홀에서 뼈아픈 실수를 연달아 저지르는 바람에 손에 넣은 듯했던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유소연(21·한화)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서희경은 10일 4라운드 17번 홀에서 짧은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겼다.

누구나 파를 의심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였지만 서희경의 퍼트는 홀 오른쪽을 맞고 튀어나왔다.

이로 인해 1타를 잃어 보기를 기록했다.

이 장면만 아니었다면 연장 승부 없이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지만 여기서 잃은 한 타 탓에 유소연과 연장 대결을 벌여야 했다.

11일 연장 두 번째 홀인 17번 홀에서도 서희경은 다시 한 번 땅을 쳤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바람에 결국 1타를 잃었다.

반면 유소연은 오히려 1타를 줄여 2타 차가 되며 승기를 잡았다.

특히 서희경은 전날 4라운드를 모두 마쳤고 유소연은 마침 이날 4라운드 잔여 홀 16, 17, 18번 홀을 치른 뒤 똑같은 곳에서 열린 연장전에 나서 다소 유리한 입장이었다.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데뷔했지만 만 2년을 넘긴 2008년 상반기까지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서희경은 2008년 8월 하이원컵 SBS채리티 여자오픈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선수다.

이어 KB국민은행 3차 대회와 빈하이 레이디스오픈까지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해 하반기에만 6승을 쓸어담은 서희경은 2009년에도 5승을 더 보태며 대상,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을 석권했다.

지난해 3월 LPGA 투어 KIA클래식에 초청 선수로 참가해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기세를 올린 서희경은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낼 참이었다.

하지만 17번 홀에서 이틀 연속 발목이 잡히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서희경은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 "골프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연장전에서 최선을 다했다. 유소연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에비앙 마스터스가 열리는 프랑스로 떠날 예정인 서희경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계속 대회가 이어진다"며 다시 분발해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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