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선물 남기고 싶어 열심히 했다"

올 시즌 세 번째 여자 메이저 골프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을 목전에 둔 서희경(25·하이트)은 지난달 말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을 마친 뒤 나이애가라 폭포에 가서 마음을 다잡았다.

서희경은 10일(이하 현지시간) 경기를 마치고 현지 취재진과 한 인터뷰에서 "웨그먼스 끝나고 생각도 많이 하고 마음가짐을 다잡았다"며 "다 떨쳐버린다는 마음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너무 기대치가 높았다. 마음을 비우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고 쳤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2008년 6승, 2009년 5승을 기록하는 등 우승을 밥 먹듯 하던 서희경은 지난해 3월 LPGA 투어 KIA클래식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성공 가도를 내달렸다.

그러나 KIA클래식 우승 이후 LPGA 대회는 물론 국내 대회에서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며 주춤했다.

미국 무대에 전념하기로 한 올 들어 9차례 대회에 출전했지만 10위 내 진입은 한 번뿐이었다.

잘 나가던 과거를 잊기로 하고 마음을 비운 서희경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 동코스(파71·7천47야드)에서 속개된 US여자오픈 나흘째 마지막 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기록했다.

이로써 3라운드까지 이븐파였던 서희경은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일몰로 경기를 마치지 못한 다른 상위권 선수들의 11일 경기 결과에 따라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날 세 홀을 남긴 유소연(21·한화)이 합계로 2언더파, 두 홀을 남긴 크리스티 커(미국)가 1언더파, 네 홀을 남긴 안젤라 스탠퍼드(미국)가 이븐파를 기록하며 서희경을 바짝 쫓고 있다.

대회 기간에 날씨가 좋지 않아 이날 3, 4라운드를 한꺼번에 치른 서희경은 "오늘은 긴장한 가운데 집중을 많이 해서 아직 힘든 것을 모르겠지만 아마 숙소에 돌아가면 뻗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래 친 경험이 있느냐고 묻자 "이번 대회 월요 예선 때도 그랬다. 그때는 비까지 와서 더 힘들었다"고 답했다.

지난 4일 열린 예선을 통과한 서희경은 만 1주일 만인 11일 끝나는 본선에서 우승을 바라보게 된 셈이다.

서희경은 "너무 긴 1주일이었다. 안 끝날 줄 알았는데 드디어 끝났다"면서도 "4라운드 17번 홀에서 짧은 퍼트를 놓친 것이 아쉽다. 갑자기 돌풍이 부는 바람에 공이 움직일까 봐 서둘렀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회 이틀째였던 8일이 생일이었던 서희경은 "작년 생일 때도 US오픈이 비 때문에 미뤄져 32홀을 치고 방에 가서 라면 먹고 잤던 기억이 난다"며 "지난해 대회에서는 성적이 안 좋았지만 올해는 나 자신에게 좋은 추억이 될 선물을 남기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낸 요인에 대해 "1, 2라운드에 기복이 많이 없었고 쇼트 게임이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서희경은 "퍼트 등 전체적인 샷 감각이 좋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실수가 나와도 파로 마무리하는 등 운이 따랐다"며 "그래도 이렇게 잘 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7번 홀 짧은 파 퍼트를 놓쳤던 서희경은 18번 홀 파 퍼트를 남긴 상황에 대해 "전 홀 생각이 자꾸 났지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쳤는데 들어갔다"고 말했다.

다음 날 경기 결과에 따라 연장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는 서희경은 18홀 연장이 아니라 3개 홀 연장이라는 말에 "힘들어 죽겠는데 잘됐다"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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