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회원권 가격 폭락ㆍ입회금 반환 요구 속출

“입회금 반환을 요청한 지 2년 6개월이 넘었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미루기만 한다. 이젠 골프장 운영 법인이 바뀌었다고 발뺌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임모(40)씨는 2007년 9월 개장한 경북북부 지역의 T골프장 정회원권을 9,000만원에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집과 가까워 자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입했으나 회원권 가격이 폭락했고, 입회비 반환 요청도 거부당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골프장 명칭과 운영법인까지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이 골프장은 입회금 9,000만원짜리 정회원권 시세가 7,000만원에 형성되는 등 회원권 종류에 따라 분양가보다 20~25% 폭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 지역에도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 골프장이 공급과잉에 따른 경영난과 이에 따른 편법운영, 입회비 반환 거부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 대거 분양한 회원권의 분양대금 환매 요구 시한(분양대금 완납 이후 5년)이 다가 오면서 골프장과 회원간의 분쟁이 급증할 전망이다.

경북 영주지역에서 제조업을 하는 A사도 직원 복지와 비즈니스를 위해 구입한 5억원짜리 법인회원권 환매요청이 거부당하자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이 골프장은 1,400여명에 이르는 회원 중 입회금 환불을 희망하는 회원만 수백명에 이르고, 개장 훨씬 전인 2005년부터 회원을 모집한 탓에 일부 회원은 2~3년 전부터 반환요구 시기가 도래했다. 모든 회원권 시세가 입회비를 크게 밑돌기 때문에 환매대상 금액만도 8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 타개를 위한 판촉전도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T골프장이 최근 그린피를 최고 60% 할인해 주는 무기명그린피 이용권을 100장 단위로 판매하자 일부 회원들은 “주말 이용이 자유롭고 그린피가 저렴해 회원권을 구입하는데, 환매도 안되고 회원 대접도 제대로 안 해 주면 누가 가입하겠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 같은 일은 대구경북지역 40개 골프장 중 상당수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 한 골프장은 저조한 회원권 분양률(30%)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대보증을 한 시공사의 부도, 올해부터 시작된 회원권 환매시기가 맞물려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경북 영천의 레이포드CC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운영권을 인수했다가 매각을 추진, 재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기존 회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방세수를 노려 지역 골프장 건설을 은근히 부추긴 지자체도 난감해졌다. 안동 T골프장은 벌써 2011년부터 최근까지 13억여원의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신생골프장 대부분이 회원권 판매와 이용률이 낮아 세수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안으로 경북에만 5개 가량의 골프장이 더 문을 열 것으로 보여 기존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난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경북도관광공사가 안동문화관광단지 내 휴그린골프장을 4월쯤 개장키로 하자 민간 골프장 관계자들은 “민간 골프장이 포화상태인 걸 뻔히 아는 경상북도가 뒤늦게 공사를 통해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모르겠다”고 원망했다. 또 다른 골프장 업체 관계자도 “환매요청을 피하기 위해 회원권 혜택을 늘리기도 하지만 대도시에서 멀거나 자금력이 떨어지는 곳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입회금을 반환한 뒤 수익성이 좋은 대중제나 주주회원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자금력이 약하면 이마저도 어렵다”며 “대중제 골프장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그린피와 식음료값 인하, 캐디 없는 셀프플레이 실시 등으로 저변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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