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던 8월, 골프백을 챙겨 필리핀 세부행 항공기에 올랐다. 한여름에 한여름 골프여행이라니, 세부를 알지 못하는 주위의 시선에 의아함이 담겨 있다. 지금부터 왜 세부가 지상낙원으로 불리는지, 세부에서의 골프여행을 소개한다.

메르세데스 C.C & 골덴빌리지, 리조트는 콘도와 빌라로 꾸며져 있다. 인접한 해변의 아름다운 경관은 덤이다.
해변과 인접한 코스로 곳곳에서 바다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다. 볼이 바다에 빠지는 안타까움은 잠시 잊어도 좋다.
지난 8월13일, 세부행 항공기 탑승을 위해 찾은 인천국제공항은 한산했다. 막바지 휴가철로 불과 일주일 전 인파의 집중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때문에 탑승수속은 여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해외여행 극성수기를 벗어나며 항공권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도 이러한 시기적 특성을 반영한 탓이다. 세부행 왕복 항공권 가격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저렴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세부섬 북단 100킬로미터 지점의 보고시티.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장 메르세데스 C.C & 골덴빌리지, 리조트(대표 이재혁)가 이곳 해변에 있다. 우선 인천국제공항과 막탄세부국제공항을 잇는 항공 노선을 이용해 세부로 가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다.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우리나라 항공사뿐만 아니라 해외 항공사로 다양하게 꾸려져 있다. 항공권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비행소요시간은 이륙 후 4시간30분으로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길지는 않다. 세부에 도착해 공항을 나서자 유명 관광지답게 가이드가 여행객을 맞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메르세데스 C.C & 골덴빌리지, 리조트’ 팻말을 든 직원과 조우했다. 이내 전용버스에 짐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길쭉하게 생긴 섬 남쪽 세부에서 북쪽 보고까지 예상 소요시간은 2시간이었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도로가 구불구불한 탓에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다. 게다가 근래 곳곳의 상하수도관 매설작업, 도로 보수작업이 겹치며 차량 흐름이 더딘 상황이었다. 때문에 현지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은 메르세데스 C.C & 골덴빌리지, 리조트의 최대 단점으로 느껴졌다.


한국인을 위한 골프장 여행은 이동을 하며 피로가 쌓인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이 심신에 피로도를 높였다. 그런데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여유로운 골프 라운드 한번으로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모든 골퍼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만족을 선사한 것은 골프 라운드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의 최대 장점은 한국인에 특화된 부분이다. 상당수 골퍼가 해외에서 언어소통,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 문제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이곳은 속 시원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위해 개발, 운영하는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소통하고, 삼시세끼 한식으로 음식이 꾸려진다.

젊은 골퍼에 비해 까다로운 중장년 골퍼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이러한 부분에 만족한 탓이다. 메르세데스 C.C & 골덴빌리지, 리조트 이재혁 대표의 말이다.

“이곳은 한국 골퍼를 위해 만들어진 골프장이다. 실버타운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장기 계획이다. 지금도 저렴한 비용에 노후를 안락하게 보낼 수 있는 곳으로 불린다. 앞으로 시설과 시스템이 확충되면 인생의 마지막을 누구보다 멋지게, 황홀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관심을 갖고 방문을 한다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매일 매일 색다른 18홀 코스 코스는 해안을 따라 18홀, 파72로 조성됐다. 난이도는 아주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다. 페어웨이를 벗어난 볼은 깊은 러프에 잠겨 쉽게 찾을 수 없다. 더 많이 휘어지면 울창한 수림과 바닷물 속으로 빠지고 만다. 넉넉히 볼을 챙겨오지 않은 골퍼가 코스에서 난감한 상황을 맞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숲과 바다에서 꺼낸 로스트볼을 판매하는 동네 어린이들이 코스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볼 한 꾸러미(20개)를 건네며 “100페소”를 외친다. 우리 돈으로 2,500원 정도다. 저렴한 가격, 볼 갈증 해소, 순수한 어린이의 기쁨을 위해 망설임 없이 꺼낼 수 있는 돈이다.

며칠을 머물며 수차례 돌아본 코스는 익숙한 한편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코스 디자인이 상당히 재미있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만난 골퍼 대부분 “질리지 않는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한편 세부섬은 연평균 섭씨 28~33도의 기온을 보인다. 우기와 건기로 나뉘며 연중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와 같다. 다만 낮은 습도, 해양성 기후의 시원한 바람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비교해 무덥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짙푸른 하늘, 맑은 공기가 눈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준다. 골프장을 벗어나 곳곳에 즐비한 관광지, 해변으로 나가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이국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이번 세부 골프여행의 여운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여름에 경험한 한여름 골프, 한겨울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떠나보시라. 분명 색다른 만족감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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