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치. 팜코스 3번홀

해비치.

촌스럽지만, 정감이 가는 참 예쁜 이름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해비치 제주는 인상적인 골프 코스로 보다는, 중문에 비해 덜 알려진 아름다운 표선해변을 가까이 둔 이국적인 호텔로 기억된다.

그래서일까. 해비치 제주는 가족 단위의 골퍼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골프장뿐만 아니라 호텔과 콘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휴양을 목적으로 편안하게 쉬면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지난 여름, 필자가 가족들과 해비치 제주를 선택했던 이유도 골프장보다는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호텔의 매력이 컸기 때문이다.

봄 햇살을 맞으며 다시 찾은 해비치CC는 제주의 토속미를 느낄 수 있는 스카이, 밸리, 레이크, 팜 코스로 지칭되는 36개의 홀로 이루어져 있다.

필자는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동반자들과 함께 두 팀을 이뤄 이틀간 총 54홀을 돌 예정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일까. 8명이 두 팀으로 플레이 한 첫 날의 스카이 코스는 남태평양을 조망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으나 날씨 탓인지 다소 실망스러웠고 스코어 또한 만족스럽지 못했다. 레이크 코스에서 출발한 둘째 날의 18홀 역시 특별한 감흥 없이 평범했다.

36홀을 마치고 셋째 라운드를 시작할 쯤에는 전날 경기의 피로로 인해 집중력도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일행들 중 두 명이 오후 플레이를 포기했고, 약간은 김이 샌 나머지 일행 6명은 두 팀으로 나눠 남은 18홀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봄날의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골프장에서 당일 휴장이었던 팜 코스를 열었다. 코스 관리를 위해 월 2회 정도 휴장이란다. 그렇게 마지막 18홀은 코스도 인원수도 캐디도 카트도 모두 바뀌어 시작되었다.

반전은 바로 그 때 있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팜 코스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한라산과 그린이 바로 보여 가슴이 시원해진다. 연못과 벙커가 그린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골퍼의 섬세한 샷이 요구된다.

현무암을 이용한 조경과 야자수, 삼나무, 팽나무 등의 이국적인 나무들은 코스와 어우러져 있어서 네 개의 코스 중 제주의 정취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다.

팜 코스의 플레이가 끝나고 후반 9홀이 남았을 때, 필자는 주저 없이 한 번 더 팜 코스에서 칠 것을 제안했다. 그러고는 캐디와 가벼운 내기를 했다. 물론 장난스레 한 내기였지만, 동일한 코스에 한번 더 도전하면서 동기부여를 통해 플레이에 활기를 불어 넣고 싶었다.

그렇게 해비치CC 제주의 팜 코스는 제주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골퍼로서 '한 번 더 플레이 했으면…'하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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