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는 단 몇 일간이라도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작은 섬의 등대지기처럼 행세하고 싶었다. 여유롭게 라운드도 즐기며 휴가지로 선택한 제주의 멋에 흠뻑 빠져서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많이 느끼고 싶었다.

여름내 계속되던 비로 날씨가 우려되었지만, 연일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 때문에 오히려 자외선차단제로 온몸을 범벅 해야만 했다. 뜨거운 여름 끝자락에서 몇 개의 골프장을 돌며 플레이를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곳이 라헨느 골프클럽이었다. 제주에서 골프 칠 기회가 많았던 필자지만 라헨느는 처음이었다.

라헨느는 2006년 말에 개장했다. 현재는 Lake Course와 Ocean Course 18홀이 운영 중이며, Mountain Course는 준비 중이란다. 필자가 느낀 라헨느 코스는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천혜의 자연조건, 재미와 긴장감, 도전의식 등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골프 코스 전체가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유사한 홀이 없이 다이나믹하고, 제주의 멋이 반영되어 있지만 컨트리 한 느낌보다는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라헨느(La Reine)는 프랑스어로 ‘여왕’을 의미한다고 했다. 라운드 내내 ‘정말 코스를 잘 표현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아하지만 화려한 느낌이 있고, 조용한 듯 하면서 흉내내기 힘든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Lake Course는 ‘호수’라는 이름처럼, 9개의 홀들 가운데 단 두 홀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기 다른 형태의 호수를 품고 있다.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 독특한 형태의 홀들 때문에 경기 내내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특히 Lake Course 3번 홀은 par5로, 두 개의 독립적인 페어웨이를 갖고 있는데 페어웨이 중간이 완전히 끊겨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느낌으로 코스 공략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어진 Par3의 4번째 홀은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 그린까지 좌측이 모두 넓은 호수다. 물에 대한 중압감을 느낄 수 있지만 멋진 샷을 구상해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들의 로망!
바닷가 절벽 위의 페어웨이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날리는 샷.

국내에서 바닷가에 위치한 골프장이 몇 개나 있을까? 골프장이 많은 제주도에서도 무슨 이유인지 이런 골프장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라헨느 골프장의 Ocean Course는 이런 골퍼들의 마음을 반영한양 골프장 코스 내에 커다란 해변을 옮겨놓은 듯하다. Ocean Course 5번 홀은 멀리 제주의 푸른 바다를 조망하며 공을 날려 보는 재미가 있다. Ocean Course 6번 홀은 ‘백록담’이라 불리는 Par3의 아일랜드 홀이다. 아름다운 경관에 둘러싸여서 있어서 골퍼의 도전의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라헨느 골프장에서 하루 더 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라운드가 끝난 후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했다. 제주만의 맛이 부족했던 다른 골프장과는 달리 제주의 특색이 느껴지는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운동 후 부드러운 거품을 가득 채운 시원한 생맥주는 일품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라헨느 골프장과 함께 있는 골프텔에서 좀 더 여유롭게 골프와 휴양을 즐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늦은 밤, 골프장의 적막함과 고요함이 필자 같은 도시인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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