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골프의 흐름을 좌우하는 첨단기술. 이에 맞서려는 노력이 어떻게 순수주의자들의 분노를 살 수 있는 걸까? 간단하다. 신성한 골프 성지에 손을 대기만 해도 반대 여론이 끓어오른다.

11번홀 그린에 가해진 변화는 가장 큰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지구상의 가장 신성한 골프의 성지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 코스는 그 역사가 14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올 7월에는 1873년에 시작된 유구한 전통의 브리티시오픈이 이곳에서 열린다. 올드 코스에서 개최되는 스물아홉 번째 대회다. 물결치듯 단단한 이곳의 페어웨이는 올드 톰 모리스부터 타이거 우즈에 이르는 수많은 전설을 배출했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전략, 범접할 수 없는 역사, 그리고 ‘올드 그레이 툰’이라는 안성맞춤의 위치 등이 어우러지면서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 코스를 세상에 하나뿐인 장엄한 링크스로 만들어준다. 그런데…

올드 코스에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다름이 아니라, 결코 정체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올드 코스에서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논란은 새삼스럽지 않다. 2010년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는 단 한 홀의 변화가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샀다. 유명한 파4 17번홀에 새로 백 티를 설치해서 길이를 455야드에서 490야드로 늘리자 레티프 구센과 빌 쿠어 같은 선수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정도의 반응은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트러스트가 14개의 파4 홀 가운데 무려 9개 홀을 변경할 계획을 발표한 2012년 11월에 터져 나온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톰 도크는 그 당시 “경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말했다. “오래 전부터 올드 코스는 올드 톰 모리스나 C.B 맥도널드, 해리 콜트, 그리고 알리스터 맥켄지 같은 선배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 골프 설계가들에게도 신성한 곳이라고 느껴왔다. 그곳은 1920년 이후로 설계에 손을 대지 않았고, 계속 그렇게 남겨둬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에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잭 니클로스는 이번 변화로 코스의 성격이 바뀌지 않을 거라면서 일각의 비난을 일축했다. 역시 올드 코스에서 두 차례 챔피언에 등극했던 타이거 우즈도 비슷한 입장을 고수했다. 우즈는 “2번과 9번홀을 비롯한 몇 가지 변화는 납득하지만 17번홀의 변경 계획까지는 찬성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17번홀은 지금도 충분히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 벙커를 더 깊거나 크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잘해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이 작업은 최근 들어 로열 버크데일과 로열 리버풀의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R&A와 돈독한 신뢰를 쌓은 마틴 호트리가 맡았다. 당시 R&A의 수석 전무이사였던 피터 도슨의 자료에 따르면 호트리의 올드코스 리모델링은 ‘방어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4년 초에 마무리된 호트리의 작업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2007년에 올드 코스의 디자인이 거쳐 온 여정을 가장 명확하게 정리했다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진화>라는 책의 저자이자 뉴질랜드의 설계가 스콧 맥퍼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맥퍼슨은 올드 코스는 “골프의 닻”과 같다면서 보존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코스에 비닐을 씌우는 건 있을 수 없다”면서, 플레이 기술의 발전과 계속 진화하는 링크스 부지의 성격상 코스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도로 필요한 변화를 단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링크스 트러스트와 R&A, 그리고 설계가인 마틴 호트리는 일을 올바르게 처리했을까? 다음은 올드 코스에 가해진 가장 최근의 변화에 대한 맥퍼슨의 의견이다. 심판의 날이 머지않았다.


HOLE 2
파4 452야드
변화: 그린 오른쪽과 바로 앞에 있던 벙커 2개를 퍼팅 면에 더 가깝게 옮겼고, 그린 오른쪽의 땅을 다듬어서 언듈레이션을 강화했다. 챔피언십 티 근처에 있었던 페어웨이 오른쪽의 벙커 2개는 제거했다.
효과: 맥퍼슨의 지적이다. “위치를 변경한 두 벙커는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텐데, 홀을 그린 오른쪽 아래에 배치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로 인해 어프로치샷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찬사를 받게 될 거라고 생각된다.”


HOLE 3
파4 398야드
변화: 오른쪽의 첫 번째 페어웨이 벙커를 없애고, 같은 쪽으로 챔피언십 티에서 약 275야드 거리인 기슭에 벙커를 새로 만들었다.
효과: 맥퍼슨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백 티에서 216야드 거리에 있었던 예전 벙커는 장비가 발전하면서 이미 오래 전에 무용지물이 됐다.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든 새 벙커는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HOLE 4
파4 480야드
변화: 그린 앞과 오른쪽에 벙커 2개가 있던 것을 커다란 벙커 하나로 대체해서 그린 가장자리와 더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 그리고 부서진(달리 말하자면, 고르지 않은) 효과를 내기 위해 4번홀 그린 오른쪽의 형태를 일부 변경했다.
효과: 맥퍼슨은 “이번에도 벙커의 위치를 그린에 더 가깝게 옮긴 것은 어프로치샷을 강조한 것”이라며 “고르지 않은 그라운드는 리커버리샷의 난이도를 더 높이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벙커 뒤쪽을 조금 더 높여서 골퍼들이 페어웨이에서도 벙커를 볼 수 있게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HOLE 6
파4 414야드
변화: 그린 오른쪽 지면의 윤곽을 변경했다.
효과: “4번홀에 작업한 비슷한 변화와 비교했을 때 덜 자연스러워 보인다.” 맥퍼슨은 말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그곳은 거의 완벽하게 평평한 지형이었기 때문에 의도는 적절했다고 본다.”


HOLE 7
파4 371야드
변화: 페어웨이 안착 지역에 큼지막하게 움푹 파였던 곳을 메웠고, 작은 마운드를 조성했다. 그린 오른쪽은 언듈레이션을 강화했다.
효과: 맥퍼슨은 “페어웨이의 골이 독특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었지만,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한 문제였다”며 “이 홀의 변화는 디보트 때문에 움푹 파인 곳의 잔디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링크스 트러스트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HOLE 9
파4 352야드
변화: 그린에 못 미친 왼쪽에 페어웨이 벙커를 추가했다. 왼쪽으로 약 25야드 거리이고 페어웨이 오른쪽 마지막 벙커에서 대각선 방향에 놓였다.
효과: 이 홀은 예전부터 올드 코스에서 가장 따분하다는 평을 받았다. 때문에 흥미를 더하기만 하면 어떤 변화라도 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맥퍼슨의 말이다. “이 홀에서는 더 많은 시도를 했어도 됐을 것 같다. 어쨌든 새 벙커는 어프로치샷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HOLE 11
파3 174야드
변화: 그린 뒤쪽을 낮춰서 홀의 위치를 선정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효과: 보기에는 미세하지만 이 홀의 변화는 지금까지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왜냐하면 순수주의자들이 골프계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파3 홀에 대해서는 어떤 변화도 반대하기 때문이다. 맥퍼슨의 말이다. “그린 왼쪽 뒷부분의 높이를 조금 낮춰서 힐 벙커 근처의 굴곡을 부드럽게 다듬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경사 때문에 스팀프미터로 쟀을 때 그린 스피드가 10일 경우 이곳에 홀을 배치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린의 윤곽을 조금 다듬어서 유명한 힐 벙커가 다시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기꺼이 치를 만한 대가라고 여겨진다.”


HOLE 15
파4 455야드
변화: 그린 뒷부분 오른쪽의 그라운드를 다듬어서 언듈레이션을 강화했다.
효과: 그린을 향해 시도하는 리커버리샷의 다양성과 흥미가 보강됐다.


HOLE 17
파4 495야드
변화: 로드홀 벙커의 오른쪽을 0.5미터 넓혔고, 그린 앞쪽을 일부 다듬어서 어프로치샷의 착지 공간을 넓혔다.
효과: 맥퍼슨은 “사소한 변화”라며 말했다. “이번 변화는 이전에 로드홀 벙커에 시도된 변화만큼 중대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눈치를 채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이 그린을 잘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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