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Ferrum World

자연을 기본 조건으로 내세우는 골프코스에 ‘철’이라는 가장 인공적인 소재가 등장했다. 국내 굴지의 철강기업을 보유한 동국제강그룹이 골프장 건설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지난 6월1일 첫 문을 열었다.


경기 동부 지역 골프장의 메카로 불리는 여주 자락에 독기 품은 또 하나의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여주시 점동면에 새롭게 오픈한 페럼 클럽이다. ‘페럼(Ferrum)’이란 철(鐵)을 뜻하는 라틴어로 이름에서 암시하듯이 모기업은 국내 철강 제조업체인 동국제강그룹이다. 그러나 단순히 철이라는 소재 때문에 골프장 이름이 지어진 건 아니다.

철의 무게가 주는 안정감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속성을 닮고자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이 또 하나의 창작물인 철과 잘 어우러져 기존 골프장들과는 다른 세련되고 차별화된 골프장을 지향하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인지 철의 왕국이 보여준 골프장은 분명 색다른 맛이 있다. 사방이 원형 모양인 클럽하우스는 금속 성분이 가득해 보이는 우주선을 연상시키고, 여주 지역 특유의 낮은 산과 들이 만들어낸 나무 숲 코스는 조용하고 평화롭게 클럽하우스를 감싸고 있다. 다행인 것은 다가서기조차 힘들 것 같은 이 위협적인 클럽하우스와 골퍼들을 흥미롭게 하는 골프코스가 우리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이라는 점이다.



눈부신 햇살을 선사하는 클럽하우스

페럼 클럽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유는 클럽하우스가 눈에 띄는 순간부터다. 거대한 원형 건물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떡 하니 앉혀져 있고, ‘제대로 찾아온 건가’라는 의심이 들 만큼 기존 골프장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클럽하우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주선에 도착한 기분이다. 옆 모습은 또 다르다. 두 장의 돛 모양과 흡사해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코스에서 바라본 반대편 모습은 보다 신기하다. 전면이 유리로 마감돼 마치 빛과 코스의 초록 기운을 모두 빨아들이는 듯 하다. 한마디로 특이하다는 표현밖에 없다. 클럽하우스 하나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한 주인공은 세계 4대 건축가인 일본인 안도 다다오(Ando Tadao)다.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중시하는 그는 해, 물, 빛, 바람, 나무, 하늘 등을 건축물에 결합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투명한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로 단순하지만 차갑지 않은 느낌을 잘 표현해낸다. 이러한 철학은 페럼의 클럽하우스를 만들 때 원초적이자 기하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원’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리고 바람에 맞서는 골프의 특징을 착안해 바람을 머금은 돛, 바람을 가르는 듯한 날개 모양을 적용했다. 때문에 건물의 전체적인 모양은 활처럼 휘어져 있다. 휘어진 평면이 만들어내는 구심력을 느낌으로써 ‘하나의 지붕 밑에 모여 있다’는 연대감을 주기 위해서다. 단순히 옷을 갈아입거나 준비하고, 또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끼리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클럽하우스 안에서 코스 전체를 파노라마처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도 꽤 매력적이다. 편안한 쉼터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보면 조금은 딱딱하고 쉽게 접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안은 따뜻함이 감도는 곳이 페럼의 클럽하우스인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코스와 어울려 자연과 인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모험 가득한 플레이의 시작

페럼 클럽은 개장한 지 세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새내기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좋은 땅에 자연 훼손을 최소한으로 한 설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홀의 동선을 그릴 때 시냇물과 숲, 바위 등은 본래의 위치에 그대로 자리하도록 둬 자연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여기에 제주도 팽나무와 자작나무, 이팝나무, 계수나무, 느티나무 등 20여종의 나무 수천 그루를 심고, 주변 숲의 소나무를 이식해 부족한 조경과 경관을 채우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주변 경관에 집중한 덕분에 신생 코스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다. 따라서 처음 플레이를 경험한 골퍼들은 자연스러움에 놀라고, 신생 코스라는 사실에 또 다시 놀랄 수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하고 익숙해 보이는 점이 페럼 코스의 특징인 것이다.

그러나 페럼의 코스는 단순히 주변 환경과 분위기가 전부는 아니다. 1번홀부터 18번홀까지 어느 하나 방심할 수 없고, 끊임 없이 도전 욕구를 잔뜩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홀마다 각기 다른 심리적 압박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이유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세계 3대 코스설계가 피트 다이의 영향이 크다. 코스설계를 맡은 미국 다이 디자인 그룹은 그의 조카 신시아 다이가 이끄는 골프코스 디자인 회사로 피트 다이의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피트 다이가 추구하는 ‘어려운 코스에서 도전과 전략적인 플레이로 즐거움을 얻는다’는 기본이 베어있는 것이다. 즉 코스 난이도가 높아도 효과적인 전략으로 효과를 봤을 때의 쾌감과 즐거움은 배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이 디자인 그룹이 설계한 코스는 프로 선수들에게 어렵기로 유명하다.

페럼도 마찬가지다. 주변 경관을 부드럽게 다듬었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코스는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곳곳에 장애물은 물론 물결치는 페어웨이의 굴곡이 생각하는 플레이를 만들고, 시각적인 착시를 일으켜 코스 공략에 어려움을 준다. 따라서 페럼을 플레이할 때는 주위에 현혹되지 않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전반 9개 홀인 동 코스는 비교적 시원한 느낌이다. 고요한 연못과 자작나무 숲, 시원한 폭포를 만날 수 있으며, 작은 요소요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차분하지만 힘껏 샷을 하게 만든다. 후반부인 서 코스는 좀 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린 주변이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홀과 좁은 페어웨이가 전반 9홀보다 심리적인 압박을 강하게 준다. 그러나 위기 뒤에 기회를 제공하는 강약 조절이 뛰어나 드라마틱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복잡한 도심과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고요한 자연과 감각적인 플레이를 만끽하고 싶다면 페럼만한 곳도없을 것이다.


“페럼 클럽은 개장한 지 세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새내기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INFORMATION]
클럽명: 페럼 클럽
개장: 2014년 6월1일
위치: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점동로 181
규모: 18홀(파72, 7,235야드)
설계: 다이 디자인 그룹
홈페이지: www.ferrumclub.com
전화번호: 031)887-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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