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ful World of Nature
코스설계가 카일 필립스가 빚어 놓은 세상은 평온함을 담은 자연 그 자체였다. 그러나 정작 코스에 첫 발을 내딛으면 평화롭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경남 남해에 위치한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 극찬을 받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1번홀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는 플레이어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곡선과 아이보리색으로 표현된 클럽하우스는 평온하면서 안정감이 돋보인다.
중정에 서면 파란 하늘과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본격적인 해안선을 드러내는 5번홀의 낙조는 환상적이다.
시그너처홀인 16번홀은 굴곡진 암석 위에 그린을 만들어놨다.
하늘에서 바라본 코스는 바다와 기암절벽이 만나 기가막힌 풍광을 연출한다.
내리막 파3 홀인 14번홀은 바다를 등지고 있어 볼이 바다로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INFORMATION]
클럽명: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개장: 2013년 11월1일
위치: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진동리 249-13번지
규모: 18홀(파72, 7,305야드)
설계자: 카일 필립스
홈페이지: www.southcape.co.kr
전화번호: 1644-0280


경상남도 남해에 기가 막힌 코스가 탄생한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떠돌았던 얘기다. 기존의 산악 지형이 아니라 파란 바다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갈매기가 울어대는 진짜 바닷가 코스라고 입소문이 자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펼쳐진 기암절벽 위로 녹색 잔디가 입혀졌고, 남해의 황홀한 절경이 그 주위를 철통같이 경호한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광경이다. 말로만 듣던 골프코스를 눈으로 확인하고 한참을 감탄하고 나서야 제정신이 돌아온다. 분명 한국인데 한국같지 않은 이상함은 뭘까? 돌아서고 나면 무언가에 홀린듯하다.

이런 멋진 풍광을 간직한 곳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다.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간고속도로를 이용해 대략 5시간은 달려야만 비로소 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너무 긴 여행이라 할 수 있지만, 중간에 사천공항을 지나면 바닷가를 옆에 낀 해안 도로로 이어져 드라이브하는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진짜 눈요기는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서부터다. 대충 봐도 클럽하우스 조성비만 약 700억원을 들였다는 말이 실감난다. 두 날개를 펄럭이는 형상을 한 클럽하우스는 잔잔한 바다와 푸른 하늘이 어울려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 전체는 곡선으로 잔뜩 멋을 부려 볼륨감을 더했고, 평온하면서 안정감 있는 아이보리 색채를 사용해 남해의 온화한 날씨와 조화를 이뤘다. 그리고 클럽하우스 중정에 서면 하늘이 열리며 쭉 뻗은 바다가 펼쳐진다. 뻥 뚫린 천정에서 내려오는 햇살을 맞으며 정면의 바다를 바라보면 잠시 시간이 멈춘듯 하다. 중정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안내데스크와 라커룸, 오른쪽에는 레스토랑으로 분리해 놨다. 아래로 내려가면 독서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와인도 함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의 진짜 묘미는 골프코스다.



고요하지만 장엄함이 깃든 코스

18홀 파 72, 7,305야드의 코스는 바다 한가운데로 돌출되어 있는 땅(돛: cape)에 자리잡았다. 이런 천혜 조건은 해안선을 따라 플레이하는 동선을 가능케 해 18개 홀 중 16개 홀에서 바다조망이 가능하다. 또한 코스 옆으로 산을 품고 있어 전체적인 입체감이 살아있다. 특히 바다를 넘겨야 하는 홀이 6개나 있어 부담감과 설렘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중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3개의 아일랜드형 파3 홀은 이 코스의 대표적인 홀들이다.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은 전체 부지가 약 200만㎡(약 60만평)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넓다. 저 멀리 이 코스만이 간직할 수 있는 드넓은 바다를 포함하면 그 면적은 끝을 알 수 없이 광대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홀 티잉그라운드에 오르면 잔잔한 파도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내 심장이 쿵쾅거린다. 내리막으로 된 1번홀부터 페어웨이 왼쪽에는 파도가 치기 시작한다. 남해의 파도 소리는 플레이어를 ‘어서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2번홀로 들어서면 희한하게도 바다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동산 하나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다. 마치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사는 곳처럼 조용하고 평화롭다. 5번홀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안선을 따라 골프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리고 파3, 6번홀에서 드디어 바다 너머로 샷을 하게 된다.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의 코스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거리와 그린에 대한 판단이 쉽게 서지 않는다. 때문에 홀과의 거리가 멀어 보이는 데도 실제 거리는 가깝고, 멀지만 또 가까워 보인다. 오른쪽, 왼쪽, 오르막, 내리막조차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그린도 마찬가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플레이 도중 페어웨이를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러프 탈출은커녕 볼을 찾기도 어렵다. 무성하게 길러놓은 파인페스큐 잔디가 순식간에 볼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볼을 찾았더라도 웬만한 실력자 아니고서는 샷거리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면 행운이라도 바래야 한 번에 러프를 벗어날 수 있다. 아마도 볼을 생각보다 넉넉히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질기고 질긴 러프의 파인페스큐는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클럽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여기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감안하면 플레이어를 괴롭히기에 딱 좋은 코스다. 따라서 약이 좀 오르더라도 이 코스를 제대로 정복하고 쉽다면 멀리 때리기보다 페어웨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압권은 시그니처홀인 파3, 16번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그린 밖에 없다. 굴곡진 암석 위에 그린 하나만 만들어놓고 주변이 온통 바다다. 바람이라도 분다면 온그린은 저만치 내 곁을 떠나가게 된다. 역시 볼 잃어버리기 딱 좋은 홀이다. 물론 바다를 향해 볼을 때리는 묘미는 짜릿하다.



퍼블릭같지 않은 퍼블릭 골프장

얼핏 보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 도대체 왜 퍼블릭 골프장인지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 너무나 훌륭한 시설과 코스, 막대한 비용의 건설비까지 우리나라 골프장 문화의 상식으로 봤을 땐 회원제 중에서도 매우 엄격한 프라이빗 골프장이어야 맞다. 양잔디 식재(페어웨이: 켄터키블루그래스, 그린: 벤트그래스, 러프: 파인페스큐)는 기본이고 티오프 간격은 10분이나 된다. 그것도 원웨이로만 운영한다. 캐디도 30 여명의 정예요원으로 전문성을 높였다. 그래서 인지 주중 21만원, 주말 37만원인 그린피는 국내 최고가다. 회원제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인 탓이다.

여기에 7성급 호텔과 빌라는 물론 방송인 황인용 씨의 음악당을 만들어놨고, 스파와 요가, 수영장, 해안 트래킹 코스와 요트, 낚시도 즐길 수 있다. 퍼블릭같지 않은 퍼블릭 골프장이란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오히려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라면 이런 코스를 한번쯤은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물론 주머니에 돈이 좀 필요하겠지만…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을 만든 사람들

정재봉: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의 오너이자 ㈜한섬의 창업자로 이곳의 자리를 보고 곧바로 골프코스 조성을 생각했다. ‘세계 100대 코스’를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휴식과 심신단련을 위한 힐링 골프장을 지향하고 있다.

카일 필립스: 코스를 설계한 카일 필립스는 전 세계 16개국 36개 골프장을 설계했다.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된 스코틀랜드의 킹스반스골프링크스(세계 18위)를 비롯해, 프랑스 모르폰텐(28위), 스페인의 발데라마(리모델링, 43위) 등을 설계했고, ‘코스흐름이 자연과 아름답게 조화되면서 역사성과 지역적인 특색을 지킨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조병수: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의 호텔시설인 리니어 스위트, 빌라, 수영장, 와인바, 카페테리아를 설계한 건축설계자다. 미국건축가 협회상과 한국건축가협회상, 김수근 문화상 등 다수 수상 경력이 있으며, 소설가 이외수의 주택 및 집필실과 카메라타 황인용의 음악스튜디오 등을 설계했다.

조민석: 체육시설인 클럽하우스와 티하우스를 설계한 건축설계자다. 미국 젊은건축가상과 세계 최우수 초고층 건축상의 톱5에도 선정됐다. 주요작품으로는 자이 갤러리, 오설록, 부띠끄모나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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