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한 김세영, 박인비, 다니엘 강, 넬리 코다(사진제공=PGA of America) 이민지 프로(사진제공=Golf Australia). 박성현, 전인지, 이미향, 리디아 고(사진제공=Gabe Roux_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매년 3월 말이나 4월 초가 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호수의 여왕' 타이틀을 걸고 정상급 선수들의 샷 대결이 벌어졌다. 바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의 얘기다.

올해도 원래는 4월 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5일까지 시즌 첫 메이저로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변경돼 9월 10일 개막한다.

날짜 변경은 불가피하게 몇 가지 변화를 동반하게 되었고, 이런 점들이 경기력이나 플레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되었다.


달라진 잔디 상태와 코스 분위기

먼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의 잔디가 봄에 치러지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코스의 잔디는 계절, 온도, 습도 등에 민감하고, 골퍼들의 경기력은 잔디의 상태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LPGA에 따르면, 특히 이 골프장은 계절에 따라 올라오는 잔디가 다른데, 봄철에는 주로 페레니얼 라이그래스(한국에서 양잔디로 불리는 한지형 잔디의 종류)가 많이 올라오고, 이 시기가 지나면 전체적으로 버뮤다 잔디로 바뀌어 여름과 가을철을 지난다고 알려졌다. 

여름인 현재는 전체가 버뮤다 잔디로 조성된 상태이고, 선수들이 얼마나 잔디에 잘 적응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 대회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형 갤러리 스탠드가 사라졌고, 대회장 안의 몇몇 큰 나무가 없어지는 등 예년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LPGA는 "올해는 무관중으로 열리고, 코스 내에 있던 나무도 100그루 정도가 없어졌다"며 "1번과 10번홀 티샷 지점과 17, 18번홀 그린 근처의 그랜드 스탠드도 올해는 세우지 않는다"고 밝혔다. 


40도를 넘는 찜통더위

폭염에도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예년이면 일 최고 기온이 섭씨 25~30도 사이지만, 올해는 섭씨 40~46도의 무더운 날씨가 예보되어 있다. 이 때문에 LPGA는 이번 주에 캐디들의 안전을 위해 카트 또는 캐디백을 운반할 수 있는 푸시 카트 사용을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단, 캐디에게 카트는 선택 사항이며 반드시 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경우, 연습라운드 때는 캐디와 함께 카트를 탈 수 있지만, 대회 기간에는 반드시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또한 마스터스처럼, 이 대회의 전통적인 캐디 복장인 하얀색 점프 수트를 입은 캐디를 올해는 볼 수 없다. 더위 때문에 긴 옷 대신 캐디 빕(조끼)으로 대체했다. 

주요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기온은 굉장히 높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햇볕만 잘 피하고, 수분만 충분히 보충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에서 캐디 없이 혼자 뛰며 선전했던 린지 위버(미국)는 그때처럼 직접 푸시 카트를 이용할 계획이다. 위버는 LPGA와 사전 인터뷰에서 "투어 일정이 재개된 이후 한 달간 캐디 없이 혼자 대회에 나왔는데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며 ANA 인스퍼레이션에도 캐디 없이 대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캘리포니아 지역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미션힐스 골프장에서도 연기 냄새를 느낄 수 있다고 알려졌다. LPGA는 "대회 기간 중 TV 중계에 하늘이 흐리게 잡히면 이런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최소한의 인원 참가하지만, 우승후보는 넘쳐

ANA 인스퍼레이션은 올해로 49회째 개최되며, 1983년에 메이저로 승격되었다. 

1999년에 도티 페퍼(미국)가 세운 19언더파 269타가 대회 기록이며, 18홀 최저타수는 2006년 대회 1라운드에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세운 62타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04명만 출전해 2라운드 36홀 후 공동 70위까지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작년보다 10만달러 증액된 총상금 310만달러에 우승상금은 46만5,000달러다.

메이저 대회가 된 이후 총 27명의 우승자가 나왔고, 올해는 박인비(2013년), 리디아 고(2016년), 렉시 톰슨(2014년), 스테이시 루이스(2011년), 브리트니 린시컴(2009, 2015년), 페르닐라 린드베리(2018년), 모건 프레셀(2007년) 등 7명의 역대 챔피언이 참가한다.

2020시즌 LPGA 투어 우승자 8명 가운데 7명이 출전한다. 드라이브온 챔피언십과 마라톤 LPGA 클래식을 차례로 제패한 다니엘 강(2승)을 비롯해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의 가비 로페스, 게인브리지 LPGA의 마델린 삭스트롬, ISPS 한다 빅오픈의 박희영,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의 박인비, ASI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의 스테이시 루이스,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의 오스틴 언스트.

이밖에도 올해 우승 없이도 상금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린 이민지(호주), 재스민 수완나푸라(태국), 하타오카 나사(일본), 셀린 부티에(프랑스), 조디 이워트 섀도프(잉글랜드)도 시즌 첫 승에 재도전한다.


고진영 빠졌지만, 한국의 시즌 3번째 우승 도전

이번 대회는 2020시즌 10번째 시합인데, 한국 선수의 최근 우승은 2월 중순 호주여자오픈(박인비)을 끝으로, 7월 말 LPGA 투어가 재개된 이후에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정상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2018년 우승자 유소연(30), 작년 이 대회에서 나란히 공동 6위로 선전했던 김효주(25)와 이정은6(24)는 불참한다.

하지만, 10개월 만에 LPGA 투어에 복귀하는 박성현(27)이 2017년 US여자오픈과 2018년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 이은 개인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을 겨냥한다. 더불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 박인비(32)도 시즌 두 번째 우승을 기대할 만하다.

지난해 ANA 인스퍼레이션 단독 2위에 오른 이미향(27)과 과거 메이저 퀸의 면모를 발휘할 전인지(26)를 비롯해 김인경(32), 지은희(33), 양희영(31), 김세영(27), 박희영(34), 신지은(28), 이미림(30), 최운정(30) 등 12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격한다.

2년 연속 한국 선수가 '포피스 폰드'(Poppie’s Pond)에 뛰어들 수 있을지 국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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