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2020년 KLPG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박현경 프로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이다.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매년 실력파 루키들이 쏟아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신인상을 차지하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박성현(27)과 현재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는 고진영(25)을 비롯해, 한국-미국-일본 3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전인지(26), 극적인 우승 드라마로 팬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승부사 김세영(27)도 국내 무대에서는 신인왕 타이틀 주인공이 아니었다.

2019년도 어느 시즌보다 신인상 경쟁이 뜨거웠다. 투어 '역대급'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우승 횟수는 임희정(20)이 3승으로 많았지만, 신인 포인트 1위는 시즌 2승의 조아연(20)이었다.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데뷔 동기들을 따돌렸다. 

임희정 등과 국가대표로 함께 뛰었던 박현경(20)은 큰 기대 속에 루키 시즌을 시작했지만 우승 없이 신인 포인트 3위로 마무리했다. 임희정과 조아연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옆에서 지켜보는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 14~17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 코스(파72·6,601야드)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30억원)에서 박현경은 작년과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기술도 정신력도 성장해 있었다.

첫날 3언더파 공동 7위로 무난하게 출발한 박현경은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공동 4위로 도약했고,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공동 2위로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4라운드에 진출한 72명 가운데 나흘 연속 60대 타수를 적어낸 유일한 선수인 박현경은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69-68-67-67)로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무대에서 K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박현경은, 그동안의 설움을 말끔히 씻어낸 채 첫 우승 상금 2억2,000만원을 받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우승 경쟁을 벌이며 '2년차 징크스'를 무색하게 만든 박현경과 임희정 프로.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른 것은, 후반 9개 홀에서의 집중력과 그린 플레이였다.

전반 9개 홀이 끝났을 때만 하더라도 임희정은 중간 성적 16언더파를 기록, 2위 배선우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박현경은 임희정과 2타 차 단독 3위였다.

그러나 후반 들어 박현경이 11~13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11번홀(파5)에서 2온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낚았고, 12번홀(파3)에서는 7m에 가까운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다. 이날 처음 임희정과 공동 선두가 됐다.

박현경은 기세를 몰아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세컨샷을 홀 3m 옆에 붙여 버디로 연결했다. 반면 같은 홀에서 임희정은 1m 파 퍼트를 놓쳤다. 두 선수가 2타 차로 벌어진 순간이었다.

임희정은 15번홀(파5)에서 2.7m 버디로 만회하며 1타 차로 박현경을 압박했다. 하지만 박현경은 흔들리지 않았다. 연장전 여부가 결정되는 18번홀(파4)에서 샷 실수가 나온 쪽은 오히려 추격자 임희정이었다. 두 번째 샷이 우측으로 밀려 그린 주변 러프에 떨어진 것. 그 여파로 버디를 만들지 못했다.

14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배선우는 막판에 힘을 냈다. 16번홀(파4) 버디에 이어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로 마무리하며 기어코 준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날 박현경의 퍼트 수는 31개, 임희정은 35개를 각각 적었다.

박현경은 챔피언 퍼트 후 캐디를 봐준 아버지와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었고, 현장 인터뷰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나중에 가진 공식 인터뷰 때 박현경은 그동안의 무승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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