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프로 골프 선수들은 경기 중에 스코어카드 작성을 중요하게 활용한다. 사진은 타이거 우즈, 브라이슨 디섐보, 렉시 톰슨, 임성재 프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론치 모니터, 샷링크와 같은 첨단 분석장비들의 등장으로 데이터 기반의 전략과 분석은 이제 투어 프로들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반드시 복잡하고 방대한 양이라야 의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하고 적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골프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훌륭한 데이터의 조건은 갖춰진 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사실 라운드마다 중요한 데이터들을 스스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로 스코어카드가 그것인데요. 요즘은 편리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스코어카드가 많이 보급되어 있는데다 IT강국인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디지털 스코어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캐디들이 매홀의 타수를 디지털 스코어카드에 입력하고, 라운드가 끝난 뒤 모바일을 통해 골퍼에게 그 결과를 전송하는 모습은 아주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타수는 그저 결과일 뿐이고, 타수를 아는 것은 내 골프를 개선하는데 사실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최초의 그랜드슬래머이자 샌드웨지를 발명한 것으로 유명한 골프의 전설 진 사라센은 “많은 비기너들이 스윙의 기본을 이해하기 전에 스코어부터 따지려 든다. 이것은 걷기도 전에 뛰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일파만파에 멀리건이 더해지고, 캐디들이 쿼드러플 보기 이상의 나쁜 스코어를 적당하게 수정해 주는데다, 암묵적으로 소소한 룰 위반들까지 용인되고 나면 사실 그 스코어는 제대로 된 스코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의미없는 스코어로 만족하기보다는 더 나은 골프를 위해 스코어카드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 스코어카드를 통해 내 골프를 더욱 개선할 수 있는 분석의 팁을 몇 가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첫째, 타수가 나오게 된 과정을 기록해 보세요. 

프로들은 종이로 된 스코어카드에 라운드의 모든 것을 복기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 스마트폰 스코어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 입력 가능한 항목들을 충분히 활용해 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예를 들어, 티샷의 페어웨이 적중 여부와 퍼트 수를 입력하게 되면, 페어웨이 적중률과 레귤러온(파4에서는 2타, 파5에서는 3타 이내에 온그린 한 비율) 비율, 스크램블링(레귤러온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파 이하의 타수를 기록한 비율) 비율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티샷의 정확도가 문제인지, 아이언의 정확도가 더 필요한지, 또는 내 숏게임 능력이 향상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과를 만들어 낸 과정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어야 내 골프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보기플레이 이상의 실력을 기대하고 계신 골퍼라면 반드시 파5 스코어를 잘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프로 또는 로우핸디캐퍼 골퍼들이라면 파5홀에서 반드시 타수를 줄이고자 할 것입니다. 타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하이핸디캐퍼의 경우, 오히려 파5홀에서 타수를 더 많이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여러분의 스코어카드 애플리케이션을 열어서 나의 파5홀 평균타수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파3, 파4보다 파5에서 더 많은 타수를 잃고 있다면 아마도 여러분들은 파5홀의 세컨샷을 우드나 유틸리티로 치고 계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티샷 후 그린까지 200m 남짓 남았다고 해서 긴 클럽을 잡는 것은 전형적인 하이핸디캐퍼의 습성입니다. 반대로 가장 자신있는 거리를 남길 정도로 세컨샷을 치는 것은 로우핸디캐퍼의 전략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셋째, 퍼트의 목표를 홀당 평균 2퍼트, 총 36퍼트에 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프로나 로우핸디캐퍼라면 2퍼트 이내로 목표를 잡는 것이 맞겠습니다만, 하이핸디캐퍼들은 레귤러온 비율이 낮기 때문에 어프로치나 칩샷을 한 번 더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퍼트 수의 목표는 더 낮아져야만 합니다. 레귤러온에 실패한 다음, 어프로치나 칩샷으로 온그린 시켰을 때는 냉정하게 말해서 ‘나이스온~!!!’을 외칠 상황이 아닙니다. 

레귤러온보다 한 타 더 친 상황에서는 반드시 한 번의 퍼트로 마무리 할 정도의 거리를 목표로 해야하고, 이에 따라 퍼트 수의 목표도 더 낮아져야만 합니다. 어프로치샷도 더 쳤는데 퍼트마저 2퍼트 3퍼트를 기록한다면 스코어가 낮아질리가 만무합니다.

이 밖에도 스코어카드를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들은 더욱 다양해 질 수 있습니다. 

샘스니드가 말한 “골프는 동반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파(Par)와 경쟁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마음에 새기고, 스코어카드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스터스가 열리는 바로 이번 주말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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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도하: KLPGA, LPGA Class A 프로골퍼이며, 방송, 소셜미디어, 프로암, 레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한 골프&라이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선현의 가르침을 거울 삼아, 골프를 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즐길 수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도하의 골프산책'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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