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 결승에서 우승을 다툰 빌리 호셸과 스코티 세플러(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 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인비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대회의 명칭은 초청받은 선수만 참가할 수 있는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이 있고, 아마추어를 비롯한 모든 선수에게 개방한다는 의미의 '오픈(open)'이 있다. 또 프로 선수들만 참여하는 '챔피언십'과 '클래식'이 있으며, 그 외에 대회 성격에 따라 마스터스, 매치 플레이, 챌린지, 프로암, 채리티라는 이름으로 대회명이 결정된다. 

골프 경기방식은 크게 '스트로크 플레이'와 '매치 플레이'로 나눌 수 있다. '스트로크 플레이'는 정해진 홀을 마친 후 타수의 총합이 가장 적은 선수가 이기는 게임으로 거의 모든 대회가 채택하고 있다. 골프가 개인 운동이고 기록경기라고 말하는 것은 이 방식이 주는 영향이 큰 것 같다.

'매치 플레이'는 상대가 있는 탁구나 테니스처럼 게임을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역동적인 측면이 있다. 이 경기 방식은 매 홀마다 1대 1로 승부를 겨루어 타수가 적은 사람이 이기고, 무승부인 경우는 비기게 되어 다음 홀로 넘어간다. 이 경기는 상대와의 미묘한 심리전으로 인한 변수가 작용하거나, '모 아니면 도'라는 무모함도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기도 한다.

얼마 전 끝난 '2021 WGC 델 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 대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4강에 든 선수 중 세계랭킹 10위권의 선수는 없었고, 결국 세계랭킹 34위의 빌리 호셸이 스코티 세플러를 꺾고 우승하며 막을 내렸다. 이처럼 '매치 플레이'는 홀마다 변수가 많이 작용하여 경기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흐름에 따라 일순간 판도가 바뀌어서 이변이 많다고 할 것이다.

'매치 플레이'의 흐름과 순간순간의 선택을 보다 보면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주식'이 떠오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묶여있던 자금이 찾은 곳이 주식시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는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 주린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고 TV 방송에서는 예능을 통해서도 주식 강의를 거의 매일 보내고 있으니 가히 주식 열풍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그동안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20·30세대의 유입은 코스피지수 3000 고지를 가볍게 넘기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주식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 중에는 이 젊은 세대들의 '게임 능력'도 한 몫 한 것 같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게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주식의 장(場)에서도 사이버 게임하듯 매수와 매도를 한다. 이들은 장기적인 투자보다 게임을 즐기듯 요동치는 파도를 뛰어넘는 주가의 파도타기를 즐기는 게 아닐까 싶다. 

단타가 주는 매력은 순간순간 변하는 상황에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짧은 선택의 순간은 단타의 묘미이자 함정이지만 몰입의 순간 찾아오는 감은 마치 긴장되는 퍼팅 같다. 무언가 몰두하고 몰입하는 사람은, 순간 현실의 벽을 넘어선 자신도 모르는 기(氣)를 발산한다. 골프에서 결정적인 퍼팅을 성공하고 난 기분처럼 고점의 순간 매도하고 빠져나가는 묘미는 짜릿한 전율이다.

주식과 골프에는 이처럼 일치하는 것이 있다. 장(場)이 시작되기 전의 기대와 설렘은 라운드 전날의 선잠 같다. 주식은 사고 나서도 좀 더 살 걸 후회하고, 팔고 나서 좀 더 참았다 팔 걸 하고 후회한다. 골프는 치고 난 후에 잘못 친 걸 안다. 후회의 연속이고 아쉬움이 남는다.

주식과 골프에는 승부를 가르면서 느끼는 재미가 있다. 골프가 내기의 재미 같은 것이라면 주식에는 도박의 요소 같은 묘한 재미가 있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것이 도박이라고 말한다.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은 접대나 노름으로 생각한다. 
이런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주식과 골프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포도를 먹지 못한 여우의 우화가 생각난다. "저 포도는 무척 실거야, 시어서 먹을 수 없을 거야"라고 말하며 높은 곳에 달린 포도송이를 바라보는 여우의 자괴감 가득한 눈이.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에 대해 얘기한다. 해설가들은 '모든 샷이 중요하다고, 골프에서 중요하지 않는 샷은 없다'라고 한다.

'2021 WGC 델 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 대회에서 맷 쿠차는 3위를 했다. 맷 쿠차는 4강에 오를 때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았는데 원인은 퍼팅의 승리였다. 평소 중장거리 퍼팅을 잘한다고 알려졌지만 거의 실수가 없었다. 마지막 날, 바람 때문이었는지 혹은 5일간의 일정에 따른 체력적인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퍼팅이 발목을 잡아서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하고 3·4위전을 치르게 되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 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인비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같은 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 클래식에서 박인비는 LPGA 통산 2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박인비 우승의 원동력은 역시 퍼팅이었다. 그녀는 그린을 파악하고 그린의 흐름을 읽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 같아 보인다. 그런 그녀의 능력은 노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 같다. 그녀만의 직관이나 통찰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박인비만의 퍼팅 DNA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LPGA 선수 중에 미셀 위나 렉시 톰슨을 보면 박인비와 확연히 대조된다. 이 선수들은 남자 선수와 쳐도 밀리지 않는 장타 능력에 비해 불행히도 퍼팅 실력은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녀들이 박인비 선수와 같은 퍼팅 DNA를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신은 모든 것을 다 주지는 않는 것 같다.

퍼팅은 프로 선수에게도 아마추어의 스코어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골프를 즐기면서 내기를 하는 것은 승부의 재미를 위해서다. 아마추어는 홀마다 '매치 플레이'를 하고 18홀이 끝났을 때는 '스트로크 플레이'로 타수를 계산한다. 이 변형된 경기 방식은 아마추어들끼리 재미와 배려를 위한 것이다. 물론 승자 독식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골프는 계속된다. 오늘 이겼다고 내일도 이길 수는 없다.

'어제는 바꿀 수 없고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 골퍼에게도 주식투자자에게도 전하고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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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보구: 필명 장보구 님은 강아지, 고양이, 커피, 그리고 골프를 좋아해서 글을 쓴다. 그의 골프 칼럼에는 아마추어 골퍼의 열정과 애환, 정서, 에피소드, 풍경 등이 담겨있으며 따뜻하고 유머가 느껴진다. →'장보구의 빨간벙커'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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