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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하의 골프산책] 비거리와의 전쟁
골프협회의 장비 규제 움직임에 대하여
김도하 news@golfhankook.com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장타자 로리 맥길로이와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주 칼럼에서 패트릭 리드의 규칙 위반 논란에 대해 다루었는데요. 이번 주에는 지난 주에 이어 R&A와 USGA, 즉 영국과 미국의 골프협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세계 골프계를 이끌어 가는 이 두 협회에서 골프 클럽과 공의 성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 일환으로 두 협회는 지난 3일, 퍼터를 제외한 클럽의 최대 길이를 현행 48인치에서 46인치로 줄인다는 예고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과연 이러한 규제의 배경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R&A와 USGA는 지난 2015년부터 ‘Distance Insights Project’, 즉, ‘비거리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으며, 연구 보고서를 매년 발간해 오고 있습니다. 비거리가 골프라는 스포츠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는 것인데요. 이 보고서의 주요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비거리와 골프코스의 길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골프의 장기적인 미래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첫째, 비거리와 골프코스의 길이가 증가할수록 골프에 요구되는 창의성이 희생되고, 다양한 골프의 기술이 갖는 가치가 폄하될 수 있다.

둘째, 골프코스가 길어짐에 따라 자원을 낭비하게 되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골프의 본질적인 성격과 골프에 요구되는 기술들은 비거리와 골프코스의 길이에 의존하지 않으며, 비거리와 골프코스가 길어진다고 하여 더 나은 게임이 되지 않는다.

비거리와 골프코스의 길이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이 필요 이상으로 긴 티에서 플레이하게 되고, 라운드에 소요되는 시간 또한 길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거리와 골프코스 길이의 지속적인 증가는 골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으며, 골프가 도전적이고 즐거우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저해한다고 보아야 한다. 


두 협회는 이러한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비거리와 골프코스 길이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 조치의 핵심은 바로 클럽과 공의 성능을 제한하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미 드라이버 반발계수(0.83), 헤드 사이즈(460cc) 및 웨지 그루브 등을 규제해 왔기 때문에 다음 규제의 대상은 다름 아닌 골프공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지난 주 피닉스 오픈에 참가한 로리 맥길로이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끌었는데요. 

로리는 이 ‘비거리 연구 프로젝트’가 돈과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으며, 두 협회가 0.1% 의 골프 선수들을 의식한 나머지, 99.9% 의 골퍼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골프협회가 할 일은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골프를 더 쉽게 접하고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엘리트 프로골퍼인 로리가 골프의 저변을 걱정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리 뿐만 아니라 프로선수들을 이러한 흐름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정당한 노력의 가치가 이러한 규제로 인해 폄하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필 미컬슨도 로리처럼 양대 협회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높였고, 타이거 우즈는 앞으로 클럽이 프로용과 아마추어용으로 나뉠 것 같다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맷 쿠차는 규제를 해야한다면 드라이버 헤드 사이즈를 줄이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고, 어니 엘스는 러프를 무릎 높이로 길러서 드라이버 정확도를 중요하게 만들면 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48인치 드라이버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던 브라이슨 디섐보는 이번 46인치 규제에 대해 별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하는데, 매우 예상 밖의 반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거리와 골프코스의 길이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을 적절히 제한해야 한다고 하는 골프협회의 입장에도 일리가 있고, 골프의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프로골퍼들의 정당한 실력 향상을 인정하고 장려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선수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시론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겠지만,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일리있는 만큼, 골프의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골프가 계속해서 도전적이고 즐거운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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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도하: KLPGA, LPGA Class A 프로골퍼이며, 방송, 소셜미디어, 프로암, 레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한 골프&라이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선현의 가르침을 거울 삼아, 골프를 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즐길 수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도하의 골프산책'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1-02-10 11:44:06